[인터뷰] 보리울의 여름 우남스님役 박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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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템포와 화려한 화면, 자극적인 웃음이 요즘 흥행 영화의 공식이라면 ‘보리울의 여름’은 좀 싱거울 수도 있겠죠. 하지만 평소 잊고 지내던 사람살이의 따뜻함과 푸근함을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는 오랜만에 만나는 좋은 작품이 될 거라고 자신합니다.”

영화 ‘보리울의 여름'(감독 이민용)에서 우남 스님 역을 맡은 박영규(49)는 “이만희 작가의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이 배역에 본능적으로 이끌리는, 운명 같은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영화는 그의 소개처럼 폭력이나 섹스 장면 같은 일체의 ‘조미료’ 없이 멸치 로 우려낸 국물처럼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느껴진다.

우남 스님은 한적한 시골 마을 보리울에서 혼자 수행하는 자칭 ‘땡중’. 보리울 성당에 새로 부임해온 스테파노 신부(차인표)가 지도하는 성당 아이들과 우남 스님이 이끄는 마을 아이들이 축구 단일팀을 만들어 읍내 아이들과 겨루는 것이 이 영화의 주된 축이다.

우남 스님은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역할이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고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간미 넘치는 중이다.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 원장 수녀(장미희)에게 “그리스도의 피(포도주)좀 나눠 먹읍시더. 우리 불교는 다 주는데…”라며 눙치면서도, 신부에게는 “우리같이 똘중 똘신부만 있으면 되겠습니꺼. 저런 분도 있어야지예”라며 수녀를 칭찬하기도 한다.

축구를 가르쳐 달라고 찾아온 보리울 아이들의 청을 받아들여 마치 자신이 히딩크라도 되는 양 열을 내며 지도하지만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만큼 실력은 뒤따르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다.

“우남은 땡초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구도(求道)가 뭔지 아는 사람입니다. 세상 속에, 인간사에 진리가 있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지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지만 서로 얽혀 살아가며 시비하는 과정에서 도가 닦아진다는 걸 몸으로 익힌 사람입니다.

‘땡중’으로 자처하면서도 나름대로 원칙이 있어요. 가령 돼지고기를 앞에 두고 ‘아무리 땡초라도 지키는 게 하나쯤은 있어야지예’라고 말하는 식이죠.”

대사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그는 “시사회에 가보니 내가 나오기만 하면 다 뒤집어지더라”고 할 정도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에 웃음의 파도를 일으킨다.

그러나 ‘순풍 산부인과’이래 한번도 권좌를 내준 적이 없는 이 ‘시트콤의 제왕’이 들려주는 비결은 무위(無爲)의 법칙이다.

“제가 우남을 연기하면서 단 1%라도 ‘웃겨야겠다’라든가 ‘이렇게 하면 웃겠지’라고 생각했다면 실패했을 겁니다. 배우가 가장 진실했을 때 관객은 웃습니다. 그 캐릭터의 진실성이 전달됐을 때 웃는 거지, 제가 구르고 넘어지고 얼굴을 찡그려서 웃는 건 아니라는 말이죠. 이 생각은 ‘순풍 산부인과’를 했을 때나 ‘똑바로 살아라’를 하는 지금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주유소 사장으로 나왔던 ‘주유소 습격 사건’이나 기차 안에 갇혀 협박당하는 국회의원을 연기한 ‘라이터를 켜라’등 출연작마다 성공을 거뒀던 그는 다음달 차태현과 함께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촬영에 들어간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한 말. “관객을 속일 순 없죠. 관객은 하느님입니다.” 그가 하느님에게 심판받는 날은 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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