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원 증자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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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의 한국일보 경제면에는 지난 10일 (한국시간) ‘생명보험사 업계 2위(수입 보험료 기준)의 ‘교보생명’이 적자위기에 빠져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를 놓고 교보생명 사내에는 지난 1일 세 차례 대출상환 연장 끝에 회수한 <한국일보> 대출채권 84억 7000만원이 빌미가 돼 보복성 기사를 쓴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나돌아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수원 기자(OhmyNews)


“교보생명이 최근 4년 연속 보험영업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삼성·대한·교보 등 생보사 3강 구도에 이상기류가 발생하고 있다.”

4월 10일 <한국일보>경제면에 실린 ‘교보생명 4년째 적자 비상’기사의 앞머리 내용이다. <한국일보>는 기사를 통해 “교보생명은 창업주인 신용호 씨의 장남인 신창재 회장이 1996년 말 부회장으로 부임한 이후 실적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업계 2위(수입보험료 기준) 자리를 부실 보험사였던 대한생명에 넘겨준 데 이어 조만간 ‘빅3’ 체제에서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교보생명이 ‘빅3’ 체제에서 탈락하는 근거로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지급보험금 등)을 차감한 보험영업수지의 경우 교보는 외환위기 발생 직후, 보험해지 사태로 97년(이하 사업연도 기준) 6,297억원 흑자에서 98년 4,379억원 적자로 돌아선 후 2001년까지 4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2001년에는 전년보다 적자폭이 2.4배나 커진 6,788억원에 달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마지막으로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금융당국에서도 교보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고, 이대로 가다간 생보업계가 삼성, 대생 등 ‘2강 체계’로 급속히 재편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일보> 기사만 놓고 본다면 교보생명이 영업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고, 조만간 생보업계 2위 자리에서 밀려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교보생명 보험 고객이 이 기사를 본다면 경우에 따라서 해약을 시도할 수 있는 치명적인 기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보도된 이후 바로 교보생명 전 직원 그룹웨어 메일로 재무자산담당 오익환 부사장 명의의 서한이 전달됐다. 오 부사장은 서한에서 <한국일보> 경제면에 게재된 기사 배경에 대해 “교보생명과 <한국일보>와의 대출거래와 관련이 있다”며 그 뒷배경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미 <한국일보>는 퇴직 적립금을 담보로 교보생명에 84억원을 대출한 상태였다. 오 부사장 설명에 따르면, <한국일보> 대출채권은 지난해 6월 대출기간이 만료돼 회수 대상이었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과의 MOU(경영정상화계획이행약정) 체결이 지연되면서 <한국일보>는 9월까지 만기연장을 요청했고, MOU체결 이후에도 대출채권 상환을 12월로 연기했다는 게 오 부사장의 설명이다.

오 부사장은 이어 “12월까지도 대출상환이 어렵게 되자 최종적으로 <한국일보> 경영진과 편집국장이 방문해 올해 3월까지 대출상환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하며 확인서까지 제출했다”고 밝혔다. 3차례 대출상환을 연장해준 교보생명은 결국 2003년 4월 1일자로 <한국일보> 대출채권 84억 7000만원을 회수했다.

교보생명 오익환 부사장에 따르면 “<한국일보>는 4월 1일 대출채권 회수에 대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고, 이에 따라 <한국일보>와 자매지인 <서울경제> 경영진 측은 편집국에 당사에 대한 기획취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오익환 부사장은 기사에 언급된 <교보생명> 경영실적과 관련 “99년 이후 종퇴(종업원퇴직) 보험이 일반계정에서 특별 계정으로 조정되면서 보험영업수지 계상시 제외되었다”면서, “이로 인해 단체보험이 동업타사 대비 우위를 점했던 <교보생명>이 2조5000억원 정도의 종퇴 보험료가 수입보험료에서 제외돼 결과적으로 보험영업수지가 역조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제의 <한국일보> 기사에 대해 보험소비자협회(준) 관계자는 “우선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대한생명과 교보생명의 수익을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전제하고 “보험사의 경우 고금리 상품 지급금이 많을수록 회사 측면에서는 이차손을 예방할 수 있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단순한 수치만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험사의 구조를 알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이 같은 분석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국일보> 최규식 편집국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떤 형태로든 교보생명을 방문한 적이 없다”면서, “교보생명 기사는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박진열 경영전략실장도 “교보생명에 대출금 유예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모르는 내용”이라며, “다만 교보생명이 4월 1일자로 대출금 회수 조치를 취해 자금사정이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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