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문씨의 합병과정 독단에 아시아나 일부 주주들 합병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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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문씨LA 코리아타운의 2위 은행인 나라은행(행장 벤자민 홍)이 실리콘밸리의 아시아나은행(행장 홍승훈)을 인수하면서 경영진의 일대 변화가 나타나 타운과 은행가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인수 협상과정에서 부실 운영으로 합병을 당한 아시아나 은행의 최고 경영진이 오히려 나라은행의 최고 경영진으로 취임하게 되는 이변을 나타냈다. 또 아시아나 은행의 일부 주주들이 합병을 반대하고 있어 또 다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기관의 합병에서는매입을 당하는 은행의 최고 경영진이 상대편 은행의 최고 경영진으로 영입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예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은 점이 많은 것이 이번 합병의 특징이다.

아시아나 은행은 지점이 실리콘밸리와 오클랜드 등 2개 지점에 자산총액이 4,000만 달러로 14개 지점 망의 나라은행 10억 달러 자산총액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지난 89년에 설립된 나라은행은 3월말 현재 305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주식수만도 1,100만 주였다. 이에 비해 99년에 설립된 아시아나 은행은 직원이 불과 20명에 주식수 95만주로 규모면에서도 나라은행과 크나큰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병 계획을 보면 아시아나의 이사장과 행장이 나라은행을 점령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실지로 지난 25일 양 은행측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나라은행의 새 행장을 홍승훈(55) 아시아나 행장이 맡고, 나라은행의 지주회사인 나라뱅콥의 새 이사장으로는 이종문 아시아나 이사장(박스기사 참조)이 취임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다만 나라은행의 새 이사장에는 벤자민 홍 현 행장이 맡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벤자민 홍 나라은행장은 개인의 능력에 따른 합리적 선택으로 합병의 주체는 중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이종문 아시아나은행 이사장도 합병 당사자간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경영층에 들어와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아시아나 은행은 지난 5년간 누적손실이 300만 달러를 초과했다. 또 지난해 연방예금보험국의 감사에 지적 당해 현재 현금거래위반혐의로 계속 감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은행 경영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나라은행보다 소규모인 아시아나 은행도 경영합리화를 시키지 못한 이사장과 행장이 나라은행에 들어와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객관적 평가는 미지수인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벤자민 홍 행장이 주장하는 ‘개인의 능력에 따른 합리적 선택’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이다. 이종문 이사장이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누가 하는가에 달려있다’라고 했는데 아시아나 은행 경영을 책임 진 경영진이 나라은행에서는 잘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합리성이 결여된 주장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나, 한인사회 약속위반”

그러나 이종문 이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의 신화를 이룩한 경영인으로 이미 미국내에서는 잘 알려진 기업인이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동양인”의 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 이 이사장이 미국내 최대 동포은행의 하나인 나라은행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동양계 은행”의 하나로 키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양 은행에서 4명의 최고 경영자 가운데서 오직 토마스 정 나라은행 이사장만 새 자리가 없다. 정 이사장은 지난 해 말부터 측근들에게 더 이상의 이사장 자리는 ‘안 맡겠다’는 언질을 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 소식통은 정 이사장이 지난 해 이민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회장과 로즈 퍼레이드 한인축제위원회 총대회장으로 봉사하면서 마지막 판에 자체 내 분란으로 자신의 이미지도 많이 손상되어 결과적으로 은행 이미지에도 문제가 된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나라은행과의 합병을 앞두고 아시아나 은행은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어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했는데 그 자리에서 일부 이사들이 합병을 반대해 문제가 야기됐다. 은행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이사들이 이종문 이사장의 합병과정의 독단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또 그 자리에서 순수동포 자본 은행이라는 기치 아래 ‘30만주 동포사회 환원’ 등을 약속하며 경영정상화에 나섰던 아시아나 은행이 고객들에게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부 이사들은 이종문 이사장이 은행을 책임지면서 커뮤니티와 약속한 점을 지키지 못한 점을 추궁했다고 한다.

그러나 60%이상의 최대 주주인 이종문 이사장 측은 소수 주주들의 반발을 주권으로 봉쇄했다는 것이다. 나라은행과 아시아나 은행과의 합병설이 LA에서는 안개 속에 있을 때 이미 북가주 지역에서는 “아시아나 은행이 나라은행에 팔린다”라는 소문이 많이 퍼져 있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지난(17일) 이사회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며 “이종문 현 아시아나 은행 이사장이 나라 은행 이사장직을 맡는 방안도 거론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홍승훈 현 아시아나 은행장도 차기 나라 은행 은행장의 유력한 후보 물망에 올라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이사회에서는 은행 매각의 필요성이 제시됐으며 일부 이사들은 이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반대의견이 소수이기 때문에 주주총회 등 법 절차를 진행하는데 현재로서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라은행은 지난 28일 LA 옥스포드 팔레스호텔에서 올해 주주총회를 열고 신임 행장임명과 새 이사장을 공식 선출했다.

한편 나라은행의 지주회사인 나라뱅콥은 지난해 5월 수권주식을 1,000만주에서 2,000만주 증가시켰다. 그리고 당시 이사진의 임기를 유임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이사장에 토마스 정, 그리고 이사에는 벤자민 홍 행장, 박기서(건축가), 스티브 김(벤처캐피탈리스트),백제선(금융인)이 선임됐다. 나라은행을 통활하는 바라뱅콥은 앞으로 이종문 이사장의 취임 예정으로 나라은행 이사진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나라은행의 토마스 정 이사장과 아시아나 은행의 이종문 이사장과는 서로가 오래 전부터 각별한 사이로 알려지고 있다. 서로가 닮은 꼴이 많다. 나이도 비슷한 70대이고 재력도 모았고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긴 산전수전을 겪은 인생살이도 그렇다. 정 이사장은 가발로 재력을 모았고 이 이사장은 컴퓨터기업으로 성공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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