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재산은 30만원”에 국민들 “웃기고 있네…”

이 뉴스를 공유하기


OhMyNews :: 박형숙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28일 다시 법정에 섰다. 12.12쿠데타와 관련, 지난 1996년 반란 및 내란수괴죄로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 7년만의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97년 수 천 억원대의 불법 비자금 조성으로 2205억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이 현재까지 납부한 금액은 314억원(14.3%)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재산명시를 법원에 신청했고, 28일 오전 11시 30분 서부지원(담당판사 신우진) 306호실에서 열린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재산 명시 신청’이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 목록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이다.
 이날 판사는 전 전 대통령의 재산명시에 대해 충분치 않다고 판단, 은닉 가능성을 시사하며 보정명령을 내렸다. 따라서 다음달 26일까지 전 전 대통령은 다시 재산내역을 작성해 법원에 출두해야 한다.
전씨는 재산목록에 부동산, 골동품, 예술품, 악기, 사무기구, 기계류 등을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전 전대통령의 출두 여부를 둘러싸고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었다. 하지만 법원은 대리인 출석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 전씨가 출석치 않는다면 20일 감치라는 형사처벌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전씨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출석이었던 셈이다.
 이날 고문변호사인 이양우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나선 전씨는 현금을 비롯해 각종 채권 및 금은 보석류, 사무기기까지 총 20여 항목에 달하는 재산항목을 제출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재산 ‘변동’ 사항은 없었다. 알려진 대로 부동산의 경우 연희동 별채(검찰에 의해 경매 처리될 예정)가 유일했고, 예금 및 보험금채권의 경우 30여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재판부는 “자신의 명의로 된 재산이 없다고는 하나 재산의 은닉 가능성이 높고 과거 가차명 예금신탁의 전과가 있으므로, 배우자 및 자식, 형제자매 등의 재산까지 참고자료로 제출”하라며 보정명령을 내린 이유를 밝혔다.
 전씨는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에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신우진 판사는 “30만원의 현금이 전부라면서 무슨 돈으로 해외 외유를 나가고 골프를 치냐”고 반박했고, 이에 전씨는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들이 많고 또 자식, 측근들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고 답했다.
 또 전씨는 비자금에 대해서는 “정치자금으로 다 사용되었다”며 “당시 관행적 정치자금이었던 비자금에 뇌물죄를 적용, 과도한 추징금을 물렸다”며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신우진 판사는 “일반인은 가족들의 도움이나 본인이 직접 돈을 벌어서라도 채무 변제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강하게 추궁했다.
 한편 이양우 변호사는 “본인 명의가 아닌 가족들의 재산까 지 재산명시에 포함시키는 것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재산명시신청의 경우, 피신청인이 참석해 선서를 하고 서류를 제출한 뒤 1분도 안돼 끝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씨의 경우 판사와 질의응답이 길어져 20분여 지속됐다.
 전씨는 법정을 나서며, 기자들의 “판사가 지나치다고 생각지 않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라는 한 마디만 남긴 뒤,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연희동으로 떠났다.

ⓒ 2003 OhmyNews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드라마의 신호탄은 5공 청문회였다. 특히 청문회에 출석한 전두환 전대통령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위급한 상황에 처한 현지의 지휘관들이 자위권 행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으나…”라고 증언하자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명패를 던져 청문회가 무산된 일은 국민들에게 한 편의 영상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 ‘노무현’과 ‘전두환’이 다시 만났다. 김영삼, 김대중 정부 시절 완료하지 못한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가 현정부에 맡겨진 것이다. 전씨의 미납 추징금 1891억원은 재산명시신청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와 있고, 전씨는 다시 법정에 서게 생겼다.
 군사반란 및 내란혐의로 전·노 두 전직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리고 정치자금 명목으로 기업들에게서 비자금을 조성한 바가 밝혀져 1997년 대법원은 두 전직대통령에게 각각 2205억원과 2628억원의 추징금을 선고했다. 하지만 79%에 이르는 추징율을 보이는 노태우씨와 비교해 전두환씨는 징수율이 14.3%로 현저히 낮아 여론의 질타가 더 심하다.
 그동안 노태우씨는 총 2073억원의 추징금을 냈다. 1300억원에 달하는 가차명 예금을 비롯해 나라종금에 신탁했던 248억원(이자 제외), 그리고 한보, 쌍용 등의 기업에 빌려준 돈을 검찰이 속속 밝혀낸 덕분이다. 반면 전씨는 달랐다. 본인 것임을 밝혀낼 수 있는 채권과 예금은 고작 314억원. 2000년에는 검찰이 전씨 소유의 87년식 중고 벤츠와 아들 명의의 콘도회원권을 경매 처분까지 했지만 그래봤자 2억원에 불과한 액수다.
 여기에 검찰이 강수를 뒀다. 지난 2월 검찰은 법원에 재산명시 신청을 했다. 재산명시 신청이란 재산이 있으면서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목록을 공개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3년 이하 징역 50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전씨의 ‘숨은‘ 재산에 대한 검찰의 최후 통첩인 셈이다.
 이철희 담당검사는 “전두환씨는 무기명 채권이 많아 수사 어려움이 많았다”며 “법적 구속력을 갖는 방법을 찾던 끝에 취하게 된 조치”라고 밝혔다.
 검찰의 ‘전두환·노태우 재산 찾기’ 특명은 그 역사가 꽤 길다. 1995, 96년 7명의 검사와 50명의 수사관이 팔을 걷어 부치고 6개월 동안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했지만 전씨의 ‘숨은 돈’을 찾진 못했다. 당시 검찰은 압수한 전씨의 무기명 장기채권과 일련번호가 이어지는 채권(842억원)을 포함해 1천8백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체를 규명하는데 실패했다.
 그리고 다시 1998년 ‘전·노 비자금 추적반’이 가동되었지만 “추징금 전액 징수”에는 역시 실패했다. 당시 수사팀을 진두지휘한 안강민 부장검사(현재 안강민법률사무소 대표)는 “전두환씨의 경우 심증은 있었지만 재직한 때로부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추적이 어려웠다”고 소회한다.
 한때 시장을 교란할 정도의 구권 화폐가 쏟아져 나와 신권으로 암거래되고 있다는둥, 상당한 금액이 차명으로 예금되어 있는데 ‘이자는 니가 먹고 나중에 원금만 돌려달라’는 식으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둥, 소문만 무성했다.
 반면 노태우씨는 대부분 ‘드러나는’ 재산이라 추적이 쉬웠고, 또 남은 주식들이 있어 완납가능성이 높다.
 한편 전두환씨의 법정출두 가능성을 두고 다른 얘기도 나온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불명예를 거치지 않기 위해 전씨측에서 다각도로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이 재산명시 신청을 했을 때 전두환씨측에서는 즉각 이의신청을 했다. 전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양우 변호사는 이의신청서에서 “남은 재산이 없다”며 “1995년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고 또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을 통해 본인의 재산현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국가가 재산명시를 신청한 것은 위법”인데다, “확정된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미 선거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돌연 지난 11일 이의신청을 취하하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비춰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일단 전씨측에서는 “각하께서 재판장에 서는 모습이 좋지 않다, 그래서 협조하겠다는 뜻을 검찰에 전달했다, 우리는 (검찰측에서 재산명시신청을) 취하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씨의 연희동 집은 이순자씨 소유라 강제 추징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재산명시신청 외에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법적’ 조치는 두 가지 길이 더 남아 있다. 하나는 유일하게 남은 전씨 명의의 재산, 연희동 별채를 강제 처분해 얼마 남지 않은 추징금 시효를 3년 더 연장하는 방법이다. 2000년 벤츠 승용차를 경매처분한 뒤로 추가된 추징금이 없어 오는 5월 12일로 시효만기가 될 수 있었으나, 그 전에 단 1원이라도 추징한다면 시효는 다시 연장된다. 그렇게 일단 시간을 번 뒤 검찰은 전씨의 재산을 찾기 위한 수사를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파산선고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신용이 끊기고 공무담임권 등 법적 자격마저 박탈돼 사실상 사회적 식물인간에 해당하는 파산선고를 스스로 내릴 리는 없어 보인다. 검찰측에서도 고의적인 채무 불이행자에 한해 파산선고를 내릴 수 있지만 이에 대해 검찰 측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민변의 김선수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검찰의 적극적인 의지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더욱이 두 전직 대통령의 추징금은 단순히 채무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형벌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력으로 해결해야 맞다. ‘명패 던진’ 노무현 정부의 마무리가 남았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