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태껌보다 더좋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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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기자
Ohmynews

지난달 30일 안희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잠시 주춤했던 검찰의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수사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산하 공적자금비리수사본부 합동단속반(반장 김수남, 주임검사 조은석)은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나라종금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치인 등을 조만간 소환할 예정이어서 사실상 로비 의혹 사건의 ‘몸통’에 근접한 양상이다. 검찰은 또 안희정씨에 대한 영장재청구 방침을 굳혔고, 구속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도 다른 부분을 추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나라종금 비호했나?

검찰은 지난 6일 아침 8시에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된 이용근 전 금감위원장에 대해 안상태씨에게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잡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전남 보성출신인 이 전 위원장은 동향인 안상태씨로부터 지난 98년 10월부터 99년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나라종금 지원 등의 청탁과 함께 4800만원(미화 1만5천불 포함)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 전 위원장은 금감위 상임위원과 부위원장 시절이었다.

검찰은 안씨와 이 전 위원장의 진술과 계좌추적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 전 위원장은 “고향 후배인 안상태씨에게 인사치레와 여행경비로 받았으나 공직자가 거액을 받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97년 11월에 보성그룹이 인수했던 나라종금은 그해 12월에 1차 영업정지를 당했다가 98년 5월에 영업이 재개됐다. 그러나 2000년 1월에 2차 영업정지를 당한 뒤 결국 그해 5월에 퇴출됐다. 이씨는 98년 4월부터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1급 상당)으로 재직하다가 99년 5월에 금감위 부위원장으로 승진했다. 곧 이어 2000년 1월에 금감위원장으로 취임해 그해 8월까지 근무했다.

나라종금이 파란을 겪다가 결국 몰락하고 마는 기간에 이씨는 나라종금의 목줄을 쥐고 있던 금감위의 핵심요직에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씨가 안상태씨로부터 돈을 받고 나라종금에 유리한 지시를 한 것이 드러난다면, 부실상태였던 나라종금이 어떻게 영업재개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느냐는 그간의 의혹이 풀리게 된다.

나라종금 로비 연루 의혹인사들 조만간 소환

검찰은 또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의혹과 관련,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민주당의 한광옥 최고위원과 박주선 의원,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등에 대해서도 조만간 소환을 통보할 방침이다.

박주선 의원은 나라종금 측에서 1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위원과 박 의원은 금품수수 혐의내용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정무부시장은 김호준씨에게 5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투자금을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나라종금의 고문으로 근무했던 김 전 장관은 안상태씨에게 2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차 수사에서 10만원짜리 수표 70장(700만원)이 김 전 장관의 딸 명의로 이서돼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조사는 하지 않았다. 사법처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거론된 인물 이외에도 수사대상이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용근씨 경우 그 동안 전혀 언급되지 않았으나 검찰은 지난달 20일에 이씨를 출국 금지한 바 있다.

검찰, 안희정씨에 영장재청구 방침 굳혀…”특검은 막아야 한다”

한편, 검찰은 안씨에 대해 영장이 기각됐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 다른 부분을 추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제기됐던 알선수재나 업무상 횡령 혐의 적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안씨가 매각대금 중 일부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안씨에 대해 영장재청구 방침을 정한 것은 부실수사라는 낙인이 찍혀 특검제로 갈 수도 있다는 부담감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씨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자 “검찰이 대통령 측근인 안씨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난여론이 일면서 특검제를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의지를 의심받는 상황에서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의 본질적인 부분을 파고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씨에 대한 구속을 마무리 지은 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에 대한 연루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들을 소환할 계획이었는데, 안씨 영장이 기각되면서 일부 차질이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이 안씨에 대해 영장재청구 방침을 굳힌 데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안희정씨는 나의 동업자이며 나로 말미암아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이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면서 검찰에게도 더욱 분명한 수사를 요구하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요즘 롯데껌, 해태껌보다 더 좋은 게 ‘특껌’이라는 농담이 돌고 있다”고 대검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의 한 간부도 수사초기부터 “이번 수사는 절대로 특검으로 가서도 안 되며, 특검으로 가지도 않게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검찰의 이러한 ‘강경기류’는 곧바로 안씨 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안씨가 “생수회사 매각대금 4억5천만원 중 2억5천만원을 자치경영연구원의 여론조사비용과 사무실 이전비용 등으로 썼다”고 밝힌 부분과 관련해 당시 자금의 구체적 사용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런 보강조사를 마치는 대로 안씨를 재소환할 계획이다.

안씨 영장재청구는 짜맞추기 수사라는 지적도

그러나 한편에서는 검찰이 안씨에 대해 짜맞추기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안씨에 대해 구속할 만한 사항이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은 여론을 너무 의식한 결과라는 것이다.

또 안씨가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의혹인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에 나섰다는 어떤 정황도 나타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안씨가 구속되지 않으면 사건의 본질을 파헤칠 수 없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안씨에 대해 어떤 범죄혐의를 적용할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알선수재 부분의 경우 안씨가 받은 2억원의 명목에 대해 투자금이라고 주장해 온 안씨와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 김효근 전 닉스대표 등의 진술이 ‘대가성 있는 돈’이라고 바뀌지 않는 한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무상 횡령 부분과 관련, 안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지난달 29일 검찰은 “안씨가 2억원을 오아시스에 넣었으며, 회사 업무 외에 다른 곳에 사용한 흔적도 없고, 나라종금을 위해 로비를 벌인 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어 이 부분 또한 혐의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전 나라종금 사장 안상태씨에게 2억88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주재)로 지난 달 30일 구속된 염동연씨에 대해서도 구속기한 연장을 검토하는 등 ‘철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검찰수사단계에서는 기소에 앞서 구속기한을 1차 10일에 대해 1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염씨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염씨가 받은 2억8800만원 중에서 계좌추적이 안 된 부분에 대한 내역을 추적하고 있다. 염씨는 안상태씨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나라종금 퇴출을 막기 위해 정·관계 로비용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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