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회담 한국 참여 적극 추진해야

이 뉴스를 공유하기

14일(미국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상회담 의제와 결과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첫 한미정상간의 만남일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와 한미동맹 등 첨예한 문제들이 걸려 있어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상회담”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첫 정상회담인 만큼,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가장 큰 의제가 될 수밖에 없는 문제는 역시 북한 핵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의견 및 정책 조율이라고 할 수 있다. 핵문제가 불거진 지 7개월이 지나도록 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히기는커녕, 날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대통령의 의견 조율은 향후 사태 전개의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미정상회담이후 미일, 미중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북한 핵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시도되는 정상외교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속한 해결과 느긋한 입장

이번 정상회담은 베이징 3자 회담 이후 북한의 핵보유 시인 논란, 사용후 연료봉의 재처리 움직임, 북한의 과감한 제안 및 이에 대한 미국의 거부 의사, 미국의 북한 핵보유 ‘한시적’ 용인 움직임, 미국의 강온 양면 전략 부상 등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양국 사이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양국의 가장 근본적인 시각 차이는 두 가지에서 나온다. 하나는 한미 모두 ‘평화적 해결’을 얘기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경제제재와 봉쇄와 같은 ‘강압적인 수단’은 배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부시 행정부는 ‘무력 사용’을 제외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부시 행정부가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를 뒷받침할 ‘수단’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문제는 노무현 정부는 조속한 해결을 원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는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 차이에서 나오고 있다.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안보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받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위기가 지속·악화될 경우 유무형의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제2의 IMF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와도 밀접히 연관된 문제이다.

반면에 부시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가 장기화되어도 별로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하에 굼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작년 10월 핵파문 이후 상실 위기에 놓였던 동북아 주도권의 회복,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박차, 군사비의 파격적인 증액 등 톡톡한 재미를 본 바 있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앞으로도 대북한 비타협주의를 고수하면서 군사 패권주의를 강화하는 근거로 삼겠다는 ‘검은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다.

MD 참여 압력에 대응책 마련해야

특히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MD 참여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1998년 말부터 미국의 MD 계획에 참여해온 일본은, 당초 2004년까지 기술연구를 하고, 개발배치 여부는 2004년 이후에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의 노골적인 압력을 받아온 일본은 2003년 여름까지 PAC-2 최신형을 도입·배치하고, 이보다 성능이 뛰어난 PAC-3도 2004년까지 배치할 계획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또한 2007년 이후에나 추진하려고 했던 이지스함에 미사일요격체제를 장착하는 것도 가급적 빨리 한다는 계획이다. 부시 행정부는 MD 전략의 최대 변수였던 일본의 확고한 참여를 북한 핵문제를 기회로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이미 김대중 정부 때, 한미합동 MD 작전기구인 CJTMOC를 창설되고 한-미-일 해상MD 체제의 중요한 기반인 최신형 이지스 전투체계를 한-미-일 해군이 공동 구매하는 것을 관철시킨 부시 행정부는, 다음 목표로 PAC-3를 비롯한 지상요격체제의 구매 및 배치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미사일에 이어 핵무기까지 보유하려고 하는데, 남한이 MD에 적극 협력하지 않고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기를 바라느냐”는 식의 노골적인 압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한이 지상MD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최근 미국의 주한미군 전력 재배치 문제와도 긴밀히 연결된 것이다. 재배치 계획에 따라 주요 미 군사력이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 밖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북한의 야포 전력의 군사적 가치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은 후방 배치된 미군에 대한 억제력 확보 차원에서 스커드 등 미사일 전력 강화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남한은 한편으로는 사업이 연기된 사업 규모 2조원대 규모의 SAM-X 사업을 조기에 추진해야할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이보다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 압력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주한미군 재배치가 가져올 한반도 군비경쟁의 함정이다.

물론 이러한 복잡한 문제가 정상간의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2001년 3월 김대중-부시 사이의 정상회담 때,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의 ‘MD관’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은 사례가 있고, 부시 행정부의 2단계 MD 구상의 요체가 동맹국 포섭에 있다는 점을 주목할 때, 어떤 자리가 되었든 노무현 정부에게 압력을 가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상회담 자리이든, 관련 장관들과의 회담이든 노무현 정부가 먼저 MD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단 부시 행정부로부터 위에서 언급한 압력이 나올 경우, “출범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종합적인 정책 검토 시간이 필요하다”는 식의 답변으로 압력의 예봉을 막아야 할 것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부시 행정부의 환심 사기 및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겠다는 이유로 미국의 MD 참여 요구를 수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후속회담 참여 추진해야

또 한 가지 예상할 수 있는 이견 사항은 한국의 다자회담 참여 문제이다. 베이징 3자 회담의 후속회담 형식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일 MBC 100분 토론을 통해 “참여를 못해도 좋다고 처음부터 얘기해 왔다”고 밝힌 바 있고, 이후에 정부는 “한국 참여 문제가 (북한 핵문제 해결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다. 반면 미국은 어떤 새로운 대화라도 한국과 일본이 추가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가 어떻게 정리될지도 관심사이다.

기실 노무현 정부의 ‘다자회담 불참 용인’ 입장은 북한과 미국 모두에게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북한은 겉으로는 핵문제가 북미간의 사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내심 한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인사들의 발언이나, “3자 회담에서 한국의 참여 문제에 대한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는 미국·일본 언론의 보도는 노무현 정부의 외교적 노력 여하에 따라 당당한 당사자의 위치를 확보할 수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후속회담의 한국 참여 문제와 관련해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모색해야 할 것이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협조를 요청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과 미국 모두의 불신을 줄이고, 향후 여러 가지 복안을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노무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공동성명에 ‘대북한 不공격 의사’ 포함시켜야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물은 두 대통령의 공동기자회견 방식이 아닌 공동성명을 통해 나올 예정이다. 대체로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내용이 공개·발표되고, 핵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핵무장 불용, 평화적 해결, 문제 해결 방식으로서 한미공조의 중요성 확인 등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수준에서 발표가 나오겠지만, 공동성명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할 내용이 있다.

바로 부시 대통령도 여러 차례 언급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전화로 약속한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문구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거듭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여전히 남아 있는 한반도 전쟁 발발 우려를 당분간 씻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처입는 남북관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노무현 정부는 북한과의 ‘대타협’을 모색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의 여부는 노무현 정부의 대미외교력의 시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관리들은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말한 바 있고, 한국의 이라크전 파병 과정에서도 노무현 정부는 부시 대통령의 이 약속을 들어 파병을 강행한 바 있다. 이제 정상회담을 통해 화답을 받아낼 차례인 것이다.

정욱식 기자
2003/05/08
OhmyNews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