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없었다면 나는 수용소에…” 북체제 겨냥한 대통령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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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전 미국이 우리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쯤 혹시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있는 사람입니다.”
방미 이틀째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체제를 겨냥한 민감한 발언을 해 남북관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12일 저녁(현지시간) 뉴욕 피에르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소사이어티 주최 연례 만찬에 참석한 노 대통령은 7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미국이 53년 전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북한중심 체제의) 정치범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는 “이 같은 발언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고 전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회장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는 한미 우호증진을 위해 1962년 설립된 민간단체로, 이날 만찬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로버트 루빈 시티그룹 회장이 공동 후원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당초 취재진에 배포된 연설문에 없는 것이지만, ‘정치범 수용소’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방미를 앞두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들과의 만찬에서 “야당 정치인 시절과 대통령이 된 지금은 말과 사고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없었으면 (한국이 공산화돼) 나 자신도 정치범 수용소에 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외통위 만찬 발언은 언론에서 비중 있게 보도되지 않아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공개적인 자리, 그것도 방미 중에 재차 같은 말을 함으로써 발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전후 맥락을 보면, 노 대통령이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북한 지도부의 심경을 건드린 돌출발언을 한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한국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과 가장 가깝고도 중요한 동맹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고 한미동맹관계의 구축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제가 여러 차례 같은 약속을 반복해도 아직 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 다시 이 자리에서 아주 간단하게 표현해 보겠다”며 ‘정치범 수용소’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한국정부는, 아니 참여정부는 국민의 정부의 햇볕정책을 이어 받아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햇볕정책의 ‘계승’을 역설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서 헌신한 미국의 젊은이들에게 깊이 감사한다”며 참석자들에게 “미국과 여러분이 한국을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해 되풀이했다고.

그는 “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을 다녀간 뒤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저도 이번에 미국을 다녀가면 북핵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은 25분 가량 연설(통역시간 포함)이 진행되는 동안 참석자들로부터 10여 차례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강도 높은 유화 발언에 대해 한국인 참석자들도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동아일보는 “일부 한국인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몸을 너무 낮추는 것 같아 오히려 안쓰러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고 보도했고, 중앙일보도 “만찬에 참석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쑥스러울 정도였다’고도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후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북한이 과거 합의를 저버린 전력이 있다는 것을 순진하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북한을 그렇게 많이 신뢰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듯 하다가 “북한이 합의를 준수하도록 하는 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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