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미스코리아에 참여한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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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25)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소년소녀가장 돕기 홍보대사 활동, 입양예정 아동 대상 봉사활동, 안티미스코리아대회 축하공연 등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세상에 존재하는 무의식적 차별을 의식하는데 3년 전 비디오 사건의 상처가 계기가 된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 당시엔 오직 개인적인 피해에 집중했지만 이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주의 매체와 여성단체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반감이 있었지만, 최근 즐겁고 일상적인 방법론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호감을 갖게 되었다”라고 말한 뒤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서로 손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빽’이 되어달라”는 바람도 전했다.

다만 그는 자신의 활동을 ‘여성주의 투사로 변신’이라는 식으로 과장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여성주의와 사회적 약자의 차별에 대한 인식과 지식을 차근차근 배워 여성과 사회적인 약자에게 정갈한 손길을 내밀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봉사 마저 색안경…“그냥 좋아서 하는 일”

“사회적인 활동이야 잘나갈 때 더 많이 했죠(웃음). 일회성 행사에 얼굴만 내밀었던 거 인정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장담은 못해요. 그냥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러한 행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기 만회를 위한 전략적 행위라는 것. 그의 태도는 의연했다. 격한 감정을 미소로 걸러내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박노해 시인의 글을 떠올리게 했다. ‘미움 없이 분노하고, 냉소 없이 비판하고, 폭력 없이 투쟁한다’는.

“입양예정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2001년부터 하던 거예요. 봉사활동도 아니에요. 아이들 너무 좋아서 하는 건데요. 근데 아이들 좋아하는 것도 죄인가요?(웃음)”
그렇게 그는 그 모든 사회적인 활동들을 자기가 ‘좋아서’ 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손길을 내밀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의 문제에도 눈을 떴다. 비디오 사건의 ‘주인공’임과 동시에 ‘피해자’였던 그는 생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겪었다. 하지만 인내했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조용히 있으면 사람들이 잊을 줄 알았어요. 아니었죠. 모든 상처는 ‘여자’ 연예인이기 때문에 겪은 거잖아요. 당연히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무슨 여성주의 투사를 하겠어요. 즐겁고 유쾌하게 다가서고 싶어요.”

약자편 서니 여성문제도 눈떠…“공부하듯 살래요”
그는 지난 10일 안티미스코리아대회에서 축하공연을 하는 등 여성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활동도 하고 있다. 피해와 차별에 ‘찌들은’ 공격적인 여성’운동’이 아닌, 동감과 상생(相生)에 바탕을 둔 변칙적인 여성’축제’라면 그는 언제든지 함께 할 생각이다.
백씨는 현재 대한사회 복지회 서울 영아 임시보호소에서 엄마 잃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이 재기를 위한 홍보전략이 아닌가라는 비판에 대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자신을 도운 여성단체들에 대한 보답차원임을 강조하며…
“요즘 들어 생각이 많이 정리됐어요. 처음엔 개인적인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하지만 개인이 아닌 사회의 문제잖아요. 모든 여성은 잠정적인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게 됐죠. 근데 여성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면 전 또 피해를 봐요.
음반판매에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요(웃음). 그냥 얌전히 노래만 해야 하는데….”
말을 잇지 않고 잠시 침묵하던 그는 웃으면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단단한 어조로 “내 안에 있는 ‘여잔데 뭘’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지우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르고 달래고, 쓰다듬고 후려치는 ‘스포츠찌라시’ 기자들에 대한 거침없는 냉소도 전했다.

“한 부에 600원인가요? 자신들의 영혼을 팔아 티끌 모을 건가 봐요. 그럼 태산이 되나요? (웃음) B양이란 단어만 나와도 판매량이 늘던 시절,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단어만 살짝 바꿔서 몇 달, 아니 몇 년을 써먹었죠. 쭉 읽다가 기자 이름을 보고 끔찍했어요. 오빠 동생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들러붙던 기자들이…. 아픈 일이죠.”

그는 앞으로도 삶을 ‘공부하듯’ 살아갈 것이라는 의지를 피력했다.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지만 ‘침묵하는 지혜’를 배우고 싶단다. “머리와 가슴속에 있는 오만 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면서 ‘깊게, ‘천천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6월말에 나올 새 앨범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이번 앨범에선 작사도 해보려고 하는데 계속 ‘빠꾸’당해서 큰일이네요(웃음). ‘섹스비디오 파문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를 떼어주셨으면 해요. 그만큼 당했는데 그럴 때도 되지 않았나요?(웃음) 2년이 넘는 공백기를 가진 백지영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평가해주세요.”

그는 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강하지도 않았다.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강약과 완급을 조절하는 ‘유연함’을 체득한 듯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본지 사진기자가 녹음 장면 연출사진 촬영을 요청하자 “이 인터뷰가 앨범 홍보용 기사로 나가는 게 싫다”면서 한사코 거절했다. 그리고 예의 그 유연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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