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들 모두 사법처리…DJ일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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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지난해 11월 법원에 낸 최후변론서에서 인용한 성경 시편의 한 구절이다. 홍걸씨는 이와 함께 “진정한 고통의 잔을 마신 피고인에게 참다운 자유를 주시기 바란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홍걸씨에 이어 구속된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홍업씨에 이어 장남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까지도 ‘백성의 조롱거리’가 되면서 선처를 호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모든 아들의 사법처리’

김홍일(55) 민주당 의원이 전 나라종금 사장 안상태씨에게 나라종금 지원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의 세 아들 모두가 사법 처리되는 상황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다.

검찰은 2일 김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지난 99년 8월∼2000년 9월에 안씨에게 “나라종금을 도와달라”, “정부에서 임명하는 금융기관 책임자로 옮기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 정도를 받은 혐의를 밝혀내고 사법처리 방침을 굳혔다. 김 의원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학모(구속) 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도 “김 의원에게 돈이 건네졌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합법적으로 장학회 기금과 후원금으로 3천5백만원을 받은 것 외에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사실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의원의 건강상태와 동생인 홍업(53)씨 홍걸(41)씨가 사법처리된 상황 등을 감안해 사법처리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아태재단 부이사장을 지낸 홍업씨는 측근인 김성환씨 등으로부터 각종 이권청탁 명목으로 25억여원을 받았으며, 현대 등 재벌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22억여원을 받은 뒤 증여세 등을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돼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2년형이 확정됐다.

홍업씨, 석탄납품비리에도 연루의혹
홍업씨는 한국전력의 석탄납품 로비사건에도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서울지검 특수1부(서우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김씨가 중국산 석탄 수입대행업체인 K사 대표 구아무개씨로부터 “지난 99년초 홍업씨에게 “한전에 석탄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를 불러 조사했다.

홍업씨는 돈을 받은 뒤 10여일이 지나 되돌려 준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추가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상황으로 보면 3형제 중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3남 홍걸씨는 ‘최규선 게이트’와 관련해 (주)타이거풀스로부터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대가로부터 주식 11만주(13억 4천만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공사 수주로비 대가로 기업체로부터 36억 9천여만원을 받고 2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홍걸씨는 지난해 11월 징역2년 집행유예3년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호화주택 보유’ 눈총을 받았던 LA남부 팔로스 버디스의 자택을 매각하고 완전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홍업씨와 홍걸씨가 김 전 대통령의 재임중에 사법처리되면서 DJ정권을 사실상 식물인간상태로 만들어 버렸고 DJ일가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분이 쏟아졌다.

DJ 퇴임 이후 김홍일 의원마저 사법처리 대상이 되고, DJ도 대북송금 특검의 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되면서 DJ일가에 대해 국민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과 연민을 느끼게 하는 상황까지 됐다.

이는 DJ가 군사정권아래 납치와 투옥은 물론 사형선고까지 받은 한국민주화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출발한다.

DJ, 홍일, 홍업 지병 악화
김대중 전 대통령의 4부자 중 DJ와 김 의원, 홍걸씨 등 3명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달 10일부터 16일까지 심혈관 질환으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그는 병원에서 심혈과 확장시술과 함께 신장기능 저하에 대비, 혈액투석을 받았다. 건강하게 퇴원해 자택이 있는 동교동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으나 위독설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공식자료에는 1926년 1월 6일생(양력)으로 나와 있으나 실지로는 1923년 겨울에 출생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만80세인 셈이다. 고령에 있을 수 있는 지병과 ‘대북송금’사건에 대한 특검 수사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측근들은 김 전 대통령의 병을 ‘화병’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한 측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적처럼 나를 몰아붙인다’면서 한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해 두 아들이 구속됐을 때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한나라당이 대북송금 특검을 밀어붙이던 올 초부터 우울증 증세가 재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김홍일 의원은 신경계통질환인 파킨슨씨병과 당뇨병을 앓고 있다. . 말을 알아듣기는 하지만 의사표현은 매우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의 검찰조사 과정에는 부인이 입회해 김 의원의 말을 수사진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검찰에도 휠체어를 타고 나갔다.

김 의원은 지난 21일에는 변호사와 검찰조사를 대비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 당한 고문으로 다리도 불편한 상태다.

홍업씨도 수감돼 있던 지난 3월부터 우울증과 고혈압증세를 보여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김홍일 의원 3형제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난형난제라 할 만하다.

김현철씨는 국정을 ‘농단’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컸지만 ‘정치적 역할’이라는 외피가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 3형제는 국정에 미친 영향력이 작았던데 비해 모든 행위가 철저하게 사적인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

제도보완만으로 재발 안될까
새로 출범한 노무현 정권에서도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나왔다는 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치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고위공직자들 관련 비리에 대해 인지조사권까지 갖는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신설’, 대통령 친인척의 재산공개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대통령의 직계존비속의 경우 공직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재산등록을 거부할 수 있으나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바꿔 재산변동 상황을 공개토록 하자는 것이다.

김 국장은 또 “제도적인 접근도 중요하겠으나 대통령의 결단과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재천 변호사는 “제도보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의 높은 윤리의식이 더욱 절실하다”며 “더불어 작은 끈이라도 매달리는 연고주의 문화를 바꿔나가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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