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때 한미동맹 문제 많았다. 美, 파병으로 노무현에 의심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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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 조찬간담회에서 “국민의 정부 당시 한미관계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라크전 파병결정으로 한미간에 신뢰가 회복됐다”고 밝혀 새 정부의 대미정책에 새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아침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서울이코노미스트 클럽이 주최한 조찬 간담회에서 ‘정상회담 이후의 한미관계 및 북핵문제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김대중 정부 때의 한미관계를 비판하면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동맹, 더 나아가 한-미-일 삼각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김대중 정권 시대의 한미관계를 ‘혹평’이라고 할 정도로 강하게 비판했다.

윤 장관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과의 관계가 제대로 되어야한다는 것이 현 정부의 첫번째 인식”이라며 “지난 정부(김대중 정부)는 명목상으로는 동맹인데 동맹관계가 긴밀하게 서로 의사소통이 되거나 정책조율이 되지 못했고 삐그덕거리고 따로 노는 경우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윤 장관은 또 “이런 상태의 한미 관계로는 복잡한 현안을 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한미관계는 질적으로 한 단계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본적인 정책 방향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오마이뉴스>와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대중 정부와 미국과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미국의 김대중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러나 이번 방미로 그것이 정상화됐다. 미국은 대북송금 사실을 파악하고 김대중 정부에 ‘그런 일이 있느냐’고 물었으나 김대중 정부는 ‘그런 일 없다’고 대답해 불신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윤 장관의 말은 공개석상을 감안해 표현만 다소 완화됐을 뿐 이 측근의 말과 거의 똑같은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로 민주당 의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해 연 만찬에서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밝히는 등 현 정부는 햇볕정책의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햇볕정책 때문에 김대중 정부와 부시 행정부와의 관계가 껄끄러웠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윤 장관의 이날 발언은 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한미관계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한미 관계가 악화됐다. 문제는 한국정부의 태도가 변해서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미국정부의 태도 변화에는 눈을 감은 채 김대중 정부의 태도만 문제삼고 있는 셈이다.

윤 장관은 한국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고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한미간 신뢰가 회복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의혹을 품었지만 이라크 파병 결정 이후 한미간의 의혹이 해소되고 상호간에 신뢰 관계가 다시 회복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지금은 상당히 정상화됐으며 특히 대통령의 미국 방문 뒤 경제와 국민들의 심리가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한국의 이라크전 지지와 파병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을 때 현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이라고 설명했었다. 당시 윤 장관은 이 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자주성 발언’으로 생겼던 미국의 의심을 그대로 방치했으면, 가뜩이나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 추진으로 악화됐던 한미관계가 더욱 최악으로 갈 뻔 했으나 이라크 파병으로 동맹관계를 회복했다는 말이다.

윤 장관은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두 정상 사이의 신뢰관계 회복을 꼽았다.

그는 “대통령이 방미 전에 4번 정도 개인적인 통화를 했고 미국 가서 직접 얼굴을 맞대고 2시간 가까이 회담을 하면서 인간적인 신뢰관계가 쌓이게 됐다”며 “양 정상 사이에 개인적인 신뢰관계가 구축됐으며 개인적으로 언제든지 필요하면 현안을 상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상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강조하는 노무현 정부가 무엇보다 정교한 정책이 요구되는 외교문제, 그것도 한반도의 운명이 달려있는 북핵문제를 부시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 윤 장관은 “북한을 장기적·점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지만 북핵 문제가 불거져 단기적인 제약요인이 생겼다”며 “북한이 핵을 가지고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잘못된 협상수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더욱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가 깨진 것은 리영희 교수 등 전문가들이 여러 번 지적했듯이 북한의 잘못보다 미국의 잘못이 오히려 더 크다.

미국은 2003년까지 북한에 경수로 2기를 북한에 제공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경수로는 현재 공사 진척률이 30%에 미치지도 못한 상태다. 지난 2000년 미 의회가 공화당에게 장악되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가 추구한 대북 경제제재 일부 해제도 저지당하는 등 북미 관계 정상화는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저해한 세력은 따지고 보면 지금의 부시 행정부의 정치적 기반인 공화당이다.

부시 행정부가 아무리 북핵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강조해도 믿기 힘든 것은 이들이 바로 과거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저지했던 자들이기 때문이다.

알 카에다가 9·11테러에 연계됐다는 증거나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증거도 없이 국제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공격한 장본인들도 바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현재 북핵 위기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모두 북한 탓으로 돌릴 뿐 미국의 책임에는 완전히 눈을 감고 있다. 한 때 “북한과 미국이 싸우면 우리가 말리겠다”고 큰소리 쳤던 노 대통령이 미국의 일방주의를 그대로 추종하고 있는 것은 결국 이 같은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독자적인 중재자’의 역할을 포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스스로 입지를 좁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날 윤 장관의 발언은 그가 새정부의 외교책임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으며, 새정부의 대미관을 이해하는 데 하나의 잣대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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