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들었지만 ‘굴욕외교’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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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개혁의 출발이자 마지막’인 공무원들과의 본격적인 ‘눈 높이 맞추기’에 나섰다. 그 수단은 이미 예고된 것이지만, 이번에도 인터넷이다.

노 대통령은 6월11일 오전 8시40분부터 9시22분까지 42분 동안 청와대에서 정부부처 58개 기관의 실·국장(3급) 이상 공직자 1073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의 인터넷 조회를 열었다. 공무원과 대통령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조회를 연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새로운 실험’이다.

대통령 스스로가 인터넷 조회에서 이 새로운 실험에 대해 “안하던 짓을 왜 하는가”라고 자문(自問)했다. 대통령은 이것을 ‘변화의 실천’이라고 자답(自答)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 배경과 관련해 두 가지 의미를 부여했다.

하나는 “초보적인 시도이긴 하지만 오늘 이와 같은 인터넷 조회를 통해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 번 시험해 보는 것이 전자정부 실현의 획기적인 발전과정이 되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 때문에 앞으로 인터넷 조회를 좀 자주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새로운 실험’

전자(前者)는 인터넷·지식 강국을 표방한 김대중 정부 때부터 강조해온 것이다. 그러니 직접적인 배경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노 대통령 또한 “대체로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는 것은 공무원 여러분들이다”고 전제하고, “따라서 공무원 여러분들이 그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실천할 때라야 또한 그 취지가 국민들한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고 그래서 그 정책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은 대단히 발전해 있지만, 수많은 미디어가 수많은 뉴스를 전달하고 있지만, 그러나 저는 그 뉴스를 볼 때마다 대통령이 생각하고 말한 것이 진실 그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는가에 대해서는 항상 의문을 가지고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대통령과 국무회의의 결정사항들이 공무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 경우 그것은 엄청난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오늘 이 실험을 통해서 앞으로는 여러 가지 의문스러운 문제들, 또 여러 가지 혼란과 논란이 있는 문제들에 관해서 정확한 메시지가 공무원 여러분들께 전달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미디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말이 매스미디어의 필터링을 통한 가감이나 왜곡 없이 직접 전달하기 위한 수단(미디어)으로 인터넷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인터넷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대통령의 말이 공무원들에게 일방향적으로 전달되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무회의 개방 문제 다시 언급하며 “의견 구하겠다”

아울러 노 대통령은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우리의 행정과 정치를 좀더 공개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무회의 개방 문제에 대한 공무원들의 의견을 구했다.

저의 희망은 국무회의도 특별한 국가 기밀사항을 다루지 않는 경우 공무원 여러분들께 1차적으로 개방하고 나아가서는 국민들에게도 개방할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만, 아직 이 문제에 관해서 원체 생소하기 때문에 국무위원들 사이에서 좀더 많은 토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해서도 여러분들이 많은 의견들을 여러 통로를 통해서 제안해주시는 것도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노 대통령은 인터넷 조회에서 취임 이후 해온 중요한 일과 국정현안에 대해서도 직접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에 한 일 중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북핵 문제였다”면서 “미국을 간 이유도 일본을 간 이유도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굴욕외교’라는 평가에 대해서 노 대통령은 “미국에 다녀온 뒤 굴욕외교라는 말을 들었고 방일후엔 아주 막말하는 표현까지 들었다”면서 “그러나 결코 미국과 일본에 가서 우리 민족과 국가의 자존심을 훼손한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방미, 방일의 목적은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국경제와 국정안정에 있었고, 그런 면에서 상당히 안정된 합의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저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서 한국의 국정과 경제를 안정시키는 것이 미국에 가는 목표였지, 미국에 가서 그 이외에 달리 주한미군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그 이상의 국가적 관계를 바꾼다거나 또는 미국에 가서 싸움을 한다거나 이런 것을 목적으로 미국에 간 것은 아닙니다.”

“‘사회통합기획단’ 통해 사회갈등 근본적 해결”

경제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걱정했고 또한 미디어들도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서 “(지금 경제가) 안정을 찾게 된 원인 중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불안이 훨씬 감소했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또 실물경제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력을 해치지 않는 건전한 경기부양책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해 궁극적으로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야 하고, 그런 여건을 조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의 큰 분야인 노동분야의 태스크포스, 또는 농민·농업 분야의 태스크포스를 함께 묶어서 국민통합 태스크포스,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해 가려고 한다”고 다시 한 번 ‘통합’을 강조했다.

인터넷 조회는 ‘공무원 조직 동요’ 인식의 반영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되고 난 이후에도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면서 자신의 ‘개혁에 관한 강력한 포부’와 ‘국민통합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역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혁의 출발이자 마지막’인 공직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이 저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무원 여러분들이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개혁과제를 실천하기 위해서 준비를 하고 개혁을 하다보면 결국 공직사회가 제대로 해 내지 못하면 어떤 계획도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직사회에 여러분들이 결국 정부혁신이 모든 개혁의 출발이자 마지막이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그와 같이 시스템을 개혁하고, 여러분들이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더한 토론을 통해서 새로운 시스템, 국민들을 위한 새로운 시스템들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고 그와 같은 결의와 자세로 나아가게 됐을 때 그때 비로소 전 분야에 있어서 개혁이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넷 조회는 ‘국정 운영 시스템에 대한 위기의식’과 ‘공무원 조직의 동요’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청와대 한 수석비서관은 사석에서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갖는 것은 한편으로는 보수언론의 ‘위기론’ 탓으로 이해할 수가 있는데 우리가 실제로 우려하는 것은 ‘공무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고 걱정을 토로한 바 있다.

따라서 청와대는 대통령과 공무원들의 직접 대화를 통해 참여정부가 추진하고 개혁과 통합에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함으로써 공직 사회의 흔들림을 다잡고 나아가 대통령 혼자가 아닌 공무원과 함께 하는 개혁의 추동력을 끌어내기 위해 이번 ‘인터넷 조회’를 추진한 것으로 볼 있다.

공직사회 ‘의식 혁명’과 ‘전자 민주주의 실현’으로 이어질 가능성

이번 세계 최초의 ‘대통령 인터넷 조회’는 지난 3월 7∼8일 장관급 워크숍, 5월 2∼3일 차관급 워크숍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이다. 또 기술적인 문제점 때문에 아직은 ‘일방향성’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상도 4급 서기관으로 확대하고 무엇보다도 쌍방향 토론이 이뤄지는 방향으로 발전될 것이라는 점에서 ‘인터넷 조회’는 공직사회의 ‘의식 혁명’과 ‘전자 민주주의의 실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인터넷 조회’에 대한 공직 사회의 반응을 묻자 “일방향적이긴 하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게 높이 평가되고 공무원들의 반응도 대체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지금 당장 서기관급까지도 쌍방향으로 이 토론이 이뤄지도록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윤 대변인은 쌍방향성에 대해 “다 발전돼 나가면 공무원들의 여론조사도 그 시스템을 통해서 ‘보팅'(실시간 전자투표)까지도 가능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국정 현안이나 어떤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인터넷 조회’를 통해 직접 현장에서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묻고 사안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서 실시간 표결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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