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현대 비자금 150억원 이동경로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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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환 특검팀은 현대건설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2000년 4-5월 비자금 150억원을 마련해 양도성예금증서(CD)로 사채시장을 통해 현금화한 사실을 발견하고, 이후 자금의 이동 경로 추적에 나섰다.

그 동안 북 송금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에 주력해 온 특검팀은 이 뭉치돈에 대해 ‘정치자금’으로 확대해석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 이 돈이 자금세탁 과정을 통해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될 경우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김종훈 특검보는 “현대 측(현대건설)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던 중, 이 사건 수사범위에 속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150억원의 돈이 현대에서 1억원권 양도성예금증서(CD) 150매로 자금세탁된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이후 대부분 사채시장을 통해 차명으로 환전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현재 이후의 자금이동 경로를 추적 중”이라고 17일 밤 9시35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어 김 특검보는 “이 사안에 대해 이상의 사실 이외에 추측 보도를 자제하여 줄 것을 요망드린다”면서 이 사안을 섣불리 정치자금으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번 특검수사 초기에 발부받은 현대측 예금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과 추가 영장에 의해 계좌를 추적하던 중 이와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특검팀 ‘비자금’ 추적 사실, 소환된 만두집 주인 통해 알려져

특검팀이 현대건설의 뭉치돈 150억원이 흘러나와 ‘비자금’으로 조성했는지 여부 및 돈세탁 과정 등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17일 오전 특검팀에 소환, 조사를 받고 오후 1시40분경 특검사무실을 빠져나가던 50대 중반의 남자로부터 확인됐다.

서울 삼청동 만두전골집 주인이라고만 밝힌 이 남자는 “수사팀이 당신의 상업은행 통장에 2000년 5월쯤 1억8000만원이 들어왔다”면서 “CD(양도성예금증서)에 당신 주민번호로 배서돼 있는데 어찌된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식당집 주인은 배서된 CD를 확인하고 “자신의 필체가 아니며 돈이 입·출금된 사실조차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수사팀에서 “영장을 받아 계좌추적을 해야 옳겠지만 ‘서로 편하게’ 가서 통장을 보고 전화로 입출금 날짜를 알려달라”고 해 이 남자는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특검팀, 계좌추적에 강한 의지

오후 브리핑에서 비자금 관련 부분에 대해 김종훈 특검보는 “(잘 모르겠다는 듯) 언제 비자금에 대해 이야기했나” “우리가 째째하게 1억8000가지고 그러겠냐, 4∼5000억을 다루는데…” “그렇다면 (기자들이) 밖에서 꿰시죠, 안에서는 잘 안꿰지는데” 등의 말로 계좌추적 사실에 대해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비자금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말을 남긴 50대 남자 이야기를 하자, 김 특검보는 “모르겠다”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특검팀은 전날(16일)부터 명동의 사채업자 및 돈세탁에 사용된 차명 또는 도용계좌의 주인 등 6명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자금 출처와 입금 경위 등에 대해 조사했으며, 연결계좌에 대한 추가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돈의 흐름을 추적한 것은 확인했다.

이어 김 특검보는 “대북송금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자금을 추적중이며 (수사범위를 넘어선다는) 월권 논란에 반박할 자료가 있다”면서 “(통상적인 기업 정치자금과 관련해) 특검수사팀은 정치자금이란 것이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그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있으니 믿어달라”고 수사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한편 현재 특검팀이 쫓고 있는 계좌의 수사대상 시점이 2000년 4-5월로 산업은행의 현대 측 불법대출이 이뤄지기 한달 전이란 점이 주목된다. 이 때문에 현대측에서 북송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했고, 그 대가로 산업은행에 ‘외압’이 가해진 것이라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또한 현대에 대한 자금 대출지원이 특혜성이라는 논란 속에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시행 배경에 로비로 작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논란이 다시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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