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박지원 ‘창구’로 2000년 봄, 민주당 실세 K씨에 400억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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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이 지난 2000년 3∼4월 무렵 정치권에 유입된 현대의 ‘비자금’은 이미 밝혀진 150억원을 포함, 총 400억원이라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이 비자금이 박지원 전 장관의 소개로 여권의 K씨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황당한 말”이라고 대응해 비자금 용처를 둘러싸고 파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정부에서 차관급 이상을 지냈으며 대북송금 관련 핵심인사와 가까운 A씨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2000년 봄에 MH(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가 대북사업 지원 요청의 건으로 4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박지원 장관에게 가져갔는데 박 장관은 이를 받지 않고 여권의 핵심 실세 K씨를 소개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계좌추적을 하면 이 비자금의 ‘최종 수령자’는 결국 동교동계와 신주류 인사를 포함한 정치권이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정치권에 통제불능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2000년 3월 당시는 (현대그룹) ‘왕자의 난’ 시절이었다”면서 “당시는 현대차(現代車)가 계열에서 떨어져 나가냐 마느냐에 따라 그룹 경영권이 좌지우지되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형제 가운데 MH가 가장 크게 베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최근 “핵심 실세 K씨를 직접 찾아가 ‘현대의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서 정치자금 유입 얘기가 나오는데 현대상선 돈이 맞냐’고 물었는데 K씨는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현대상선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씨는 “따라서 (K씨가) 현대그룹으로부터는 (돈을) 받았지만, 대북송금 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얘기였다”고 K씨와의 면담 내용을 전했다.

국민의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또다른 핵심 인사 B씨도 지난 5월 중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현대의 비자금 400억원이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현대는 ‘왕자의 난’에 휩싸였을 때였다. MK(정몽구)나 MJ(정몽준)는 그런(정치자금) 제안을 안했는데 MH는 다급했던지 지나치게 과다한 금액이었다”고 말해 이 거액의 성격이 경영권 다툼과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대북송금 특검팀(송두환 특별검사)은 6월17일 박지원 전 장관을 소환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대질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이씨로부터 “정몽헌 회장의 지시로 2000년 4월 현대건설에서 150억원을 양도성예금증서(CD)로 인출해 이를 ‘돈세탁’한 뒤 박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다음날인 18일에는 현대의 비자금이 모두 400억원에 달한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의 성격

그러나 정치권에 유입된 이 비자금은 건네진 시점이나 성격으로 보건대, 정상회담 대가는 물론 대북송금과도 무관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북송금 특검의 1차 수사기한 종료(6월25일)를 앞두고 불거진 비자금 정치권 유입 사건은 향후 특검의 수사일정과 방향은 물론 신당 창당을 둘러싼 정치권의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00년 3∼4월 당시는 정몽헌 회장과 함께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북측에 타진한 박지원 장관조차도 대북송금 사실을 알지 못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 비자금은 정상회담 대가는 물론 대북송금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의 한 인사는 이 돈의 성격과 관련해 “이 돈이 정치인을 통해 정치권으로 유입된 것은 맞지만 당시는 정치자금이라기보다는 현대의 대북 경협사업을 정부·여당에서 지원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위 인사들의 주장이 맞다면,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2000년 3월 당시 현대그룹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몽준 현대중공업 전 회장과 벌인 경영권 다툼을 의미하는 ‘왕자의 난’을 계기로 촉발된 계열 분리과정에서 경영권 우위를 점하고 자신이 주도한 대북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김대중 정부 핵심 실세에게 400억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한 셈이다.

정몽헌 회장은 이를 위해 현대건설, 현대증권 등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던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정부 관계자 “일고의 가치도 없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대 비자금 400억 여당 유입설에 대해 “특검이 치졸한 수작을 하고 있다”면서 “현대가 얼마의 비자금을 어떤 용도로 조성했는지는 모르지만 박지원 장관이 400억 전달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박지원 장관도 특검조사를 받을 때에야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면서 “특검조사를 준비할 때도 그 문제에 대한 언급이나 걱정은 전혀 없었고 그에 대해 찜찜해한 흔적조차 없었는데 무슨 근거로 특검이 그렇게 흘리는지 모르겠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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