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 거부는 한나라에 선전포고”

이 뉴스를 공유하기

한나라당 대표경선 후보들은 2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5000여명의 선거인단과 당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강원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 마지막 부동층을 잡기 위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후보자들은 이날 합동연설회를 끝으로 13일간의 공식 선거전이 끝난다는 점에서 사력을 다해 기염을 토했다.

당 대표 경선 선거인단 22만7400여명은 24일 하루, 각 지구당사나 지구당이 정한 공공장소에서 직접투표 또는 우편투표를 실시하게 되며 개표는 26일 전당대회장에서 실시된다.

각 후보진영은 투표율이 40%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 이중 30%인 3만표만 얻으면 당선권이라고 보고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서 투표율 제고를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이슈, 특검 연장 거부

특히 후보들은 이날 오전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기한 연장 거부에 대해 오랜만에 한 목소리로 성토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선거운동 기간 후보들은 다양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며 상호 차별화를 노려왔지만, 노 정권에 대해서만은 강한 야당 대표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득표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최병렬 후보는 “150억원이란 돈이 민주당으로 흘러들어가 자신의 정치자금으로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니까 이를 덮으려고 특검을 거부했다”며 “지금 이 시간부터 노무현씨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과 도덕성을 모두 상실했다”고 비난했다. 최 후보는 또 “부도덕하고 몰염치한 정권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성토했다.

서청원 후보도 “노무현 대통령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 150억원을 받은 것과 김대중씨가 북한에 보낸 달러 문제를 덮기 위해 특검 연장을 반대했다”며 “만약 내가 대표가 되면 이 문제를 가지고 노무현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고 말했다.

서 후보는 이어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에서 처음으로 ‘노무현은 능력이 없어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라고 얘기하겠다”며 “노무현 정권하고 아무나 싸울 수 없다, 내가 노무현 정권과 맞서 싸우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덕룡 후보도 “노 대통령이 특검 기한 연장을 반대한 것은 추잡하고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다는 것을 감추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한나라당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김형오 후보는 “오늘 노 대통령은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며 “대통령은 편가르기 하면서 이 나라를 갈갈이 찢더니 이번에는 부패와 거짓이 하나하나 밝혀지기 시작하자, 진실을 은폐시키고 사실을 덮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또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 대통령이 할 일이냐”며 “노무현 대통령, 똑바로 하시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당권 주자들의 막판 호소 “내가 대표가 돼야!”

각 후보들은 이번 대표 경선에서 최대 격전지가 수도권이 될 것이라고 보고, 이날 합동연설회에 마지막 사력을 다했다. 특히 막판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일부 후보는 ‘(이회)창심’을 이용하기도 했다.

강재섭 후보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이 많은 소보다는 젊은 소가 농사일을 잘 할 것 같다”며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못 돌린다”고 말해 서청원·최병렬 후보 보다 젊은 후보임을 내세웠다. 강 후보는 또 “신차 전시회인 전당대회에 새로운 차를 내놓아야 장사가 되지, 지난해 팔던 중고차를 내놓으면 누가 사겠느냐”며 “(최병렬 후보는) 지금 열심히 하고 다음에 젊은 사람 키우겠다고 하는데 젊은 사람이 코앞에 있지 않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강재섭 후보는 연설을 마치고 나서도 열기가 식지 않자, 외투를 벗어 머리 위로 빙빙 돌려보여 대의원들의 호응을 받았다.

최병렬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필패론’을 제기했던 것을 두고 서청원 후보 등으로부터 공격받은 것을 의식해 연일 이회창 전 총재를 화두에 올렸다. 최 후보는 “경선이 끝나고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해 이회창 후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누가 뭐래도 노무현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회창 후보를 뽑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외투를 벗고 와이셔츠 소매까지 걷어올린 최 후보는 또 “나는 일을 할 줄 알고, 훈련된 사람”이라며 “역동적이고 힘있는 젊은이들을 모아 17대 대선에서 승리해 이회창 후보와 어깨동무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며 청와대로 행진하는 것을 최병렬이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서청원 후보도 이회창 전 총재를 거론하고 나섰다.

“내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옥인동 이회창 후보 자책을 방문했다. 그 때 이 후보 부부가 내려와 나에게 차 한잔을 주면서 ‘서 대표에게 평생 은혜를 입었고, 정말 열심히 해주었소’라고 말했다. 나는 그 한마디에 지난 선거에의 모든 것을 잊고 어떻게 하면 또 다시 당에 봉사할 수 있을까, 당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았다. 내가 오늘 이렇게 이 자리에 선 것은, 대선에 실패해서 여러분들에게 눈물을 드렸다면 17대 총선에서 승리해 여러분들에게 기쁨을 드리기 위해서다.”

서 후보는 이어 “여러분, 여기 계신 모 후보가 아까…”라며 최병렬 후보를 공격하려고 했으나 연설시간이 다 돼 마이크가 꺼졌다. 서 후보는 먼저 울렸던 ‘시간 경고’ 종 소리를 못들었는지 “한 번밖에 울리지 않았다”며 주최측에 항의했고, 서 후보의 항의가 계속되자 관중석에서 ‘서청원’ 연호가 터져나왔다.

결국 서 후보는 시간 종료를 인정하고, 손을 흔들며 대의원의 환호에 화답했다. 서 후보가 연설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려가자 관중석에 앉아 있던 당원들 중 일부가 자리에서 일어나 체육관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연단에 오른 김덕룡 후보는 “불출마 선언을 한 사람이 나와 물을 흐려놓고 있다”며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보수회귀 움직임이 있다”고 서청원·최병렬 후보를 동시에 공격했다.

김 후보는 또 “국민은 국민이 지지하는 사람을 한나라당 대표로 뽑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김덕룡이 가장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왔는데 엉뚱한 사람이 되려고 한다, 그러면 국민이 한나라당을 버리고, 총선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을 한 이재오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우리끼리 모여 박수치는 소리가 적어서 이회창 총재가 떨어졌느냐”며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박수치기 위해 모였다면 이 자리에는 왜 왔느냐”고 일부 후보들의 선거인단 동원을 비난했다.

이 후보는 이어 “국민들은 한나라당을 낡은 정치세력으로 생각하고 있고, 36년간 권력의 중심에 있으면서 언론탄압, 인권탄압, 광주학살 등을 한 원죄가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며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지적했다. 또 “술 사주고, 밥 사주고, 돈 주고, 줄 세우는 선거는 청산되어야 한다”며 “깨끗한 한나라당을 만드는데 깨끗한 후보가 대표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관중석 앞줄에서는 이 후보 지지자들이 장미를 손에 들고 흔들어 보였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각 지구당을 순방하면서 장미를 전달하는 소위 ‘장미 전쟁’ 캠페인을 벌여왔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김형오 후보는 “다른 후보들은 그 시대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몸을 던졌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며 “새로운 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새로운 인물로 바뀌어야 한다”고 ‘세대교체’를 주장했다.

김 후보는 또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한나라당이 어떻게 미래가 있겠느냐”며 “자기가 대표가 되면 젊은이들을 데려오겠다고 하는데, 당내에 있는 젊은이들도 나가려고 하는 판에 어떻게 외부에서 데려온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출처 : 오마이뉴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