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이란 샴쌍둥이 분리수술 후 모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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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붙은 채 태어나 한 몸으로 살아온 이란인 샴 쌍둥이 자매가 8일 분리수술 후 모두 숨졌다. 수술로 인한 과다출혈 등이 사인이었다. 신이 이들에게 허락한 인생은 한 몸이었으나 이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떨어져 살 수 있기를 소망했다. 수술에 앞서 최악의 경우를 각오하라는 의료진의 마지막 경고도 라단.랄레 비자니 자매의 독립된 인생을 향한 열망을 가로막지 못했다.

수술을 집도한 싱가포르 래플스 병원 케이스 고 박사는 “머리 부분을 분리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나 라단은 수술 직후 출혈이 심했고 다른 쌍둥이 랄레도 뇌압이 불규칙해 중태에 빠졌었다”고 설명했다. 고 박사는 2001년 97시간의 수술 끝에 네팔의 샴 쌍둥이 아기를 분리 수술하는 데 성공했던 싱가포르의 저명한 신경외과 전문의다.

자매는 1996년 독일 의료진으로부터 분리수술을 하면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고 한때 포기했었다.

52시간에 걸친 이번 수술은 의료 사상 유례가 없는 성인 샴 쌍둥이 분리 수술이었다. 유아보다 붙어 있는 두개골의 접착 강도가 커 위험했다. 수술에는 28명의 의사와 1백명의 보조 인력 등 대규모 수술팀이 동원됐다. 수술은 자매가 공유해온 뇌의 굵은 혈관을 떼어내 한 쪽으로 돌리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한 쪽으로 분리된 뇌혈관을 허벅지에서 떼어내 새로 만든 혈관과 연결해 붙였다. 그런후 접착면의 뇌조직을 mm 단위로 분리하는 초고난도 작업을 했다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비자니 자매는 이란 남부 피루자바드에서 태어났다. 아이만 11명인 빈한한 가정이었지만 자매는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줄곧 의료진의 각별한 보살핌 속에서 탈 없이 자랄 수 있었다.

생전 라단은 변호사를, 랄레는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29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나이였다.

수술에 앞서 라단은 “지금까지 함께 살아오면서 학과 선택, 보고 싶은 방향, 심지어 잠에서 깨는 시간까지 모든 문제에 대해 서로 갈등했다. 분리 수술은 신의 뜻”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처음 빛을 보기 위해 눈을 떴을 때부터 우리는 떨어지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둘이 붙어있어서 좋았던 추억도 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시험 시간 서로에게 속삭이며 답을 알려주었던 일도 있었다는 것. 자매는 이란의 명문 테헤란대 법대에 나란히 합격했다. 하지만 자매는 서로 떨어지고 싶다는 열망을 접지 못한 채 수없이 충돌했다. 한 몸으로 살면서 아웅다웅했던 이들은 결국 목숨을 대가로 평생 소원을 이룬 셈이다.

앞서 이란 정부는 수술과 치료 비용으로 약 30만달러(약 3억8천만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TV를 통해 수술 경과를 매시간 접하며 수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란 국민은 이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샴쌍둥이=샴(Siam)쌍둥이는 일란성 쌍태아의 특이한 형태로 수정란이 불완전하게 둘로 나눠지면서 머리.등.엉덩이 등 신체의 일부가 붙은 상태로 태어난다. 신생아 2백만명 가운데 한 건 정도로 희귀하다.

샴은 태국의 옛 명칭으로 1811년 태국 태생의 중국계 쌍둥이 창과 엥에서 유래했다. 샴쌍둥이는 두 태아의 신체 일부분이 불완전한 경우가 많아 분리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사진설명> 29년을 한몸으로 지낸 샴쌍둥이 라단(左)과 랄레 비자니 자매. 각자 독립된 삶을 열망했던 이들은 생명의 위험이 크다는 의료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수술대에 올랐으나 모두 숨지고 말았다.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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