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 통해서본 한인들의 고질적 선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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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실시된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에서 한인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조셉 조 9한국명 조재길) 후보는 한인으로서는 세 명째, 횟수로는 네 번째[찰스 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1990년, 94년 두 차례), 제인 장 씨(2000년)]로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에서 또 다시 고배를 마셨다.

뒤돌아보면 과연 인종별로 한인들(9,000여명으로 추산됨)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세리토스 시에서 번번이 한인 후보가 고배를 마시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재길 후보의 낙선은 정치력 신장에 대한 한인사회의 염원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반영한 투표 결과일까라는 의문에서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조재길 씨가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중상모략 및 비방행위를 했다는 이유를 들어 세리토스 시 한인단체장인 정진웅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조재길 씨는 본보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간 참기 힘들었던 ‘빨갱이 즉 용공사상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과 개인적 명예훼손을 떠나 한인 커뮤니티의 각성을 위해 소송을 끝까지 진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문제는 조재길 당시 세리토스 시의원 후보가 나름대로 박빙의 선전을 벌이고 있을 때 왜 한인들이 나서 속칭 ‘빨갱이 논란’으로 한인사회의 분열을 조장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찰스 김 한미연합회 사무국장이 후보로 나섰을 때부터 소위 ‘텃세’와도 같은 집단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는 일부 한인들의 입장도 정리해 보았다.
비단 세리토스 시 뿐만 아니라 선거 때마다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한인 커뮤니티의 문제점도 아울러 짚어보겠다.

박상균[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3월 4일 현직 시의원 2명을 포함해 총 6명의 후보가 출마해 3명을 선출하는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에서 한인 조재길 후보가 2,600여 표를 획득하는데 그쳐 한인 정치인 탄생을 고대했던 한인사회의 기대는 또 다시 기대로만 그치고 말았다.

당시 선거에는 예상보다 많은 한인들이 부재자 투표에 적극 참여하는 등 여느 때보다 당선에 대한 커뮤니티의 기대가 부풀렸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투표율이 높았던 백인 유권자들이 조 후보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었던 점을 들어 막판 선전을 기대해 보았으나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 버렸다.

그 안을 살펴보면 조재길 씨로서는 지난 10여 년간 북한을 4차례 다녀 온 과거 전력이 선거 내내 발목을 잡은 꼴이 되어 버렸다. 조재길 씨는 지난 90년부터 9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취재차 방문했다. 그는 90년 4월 북한 인민대의원선거(중앙일보 구동서 기자 함께 취재), 8월 범민족대회 (세계일보 안동일 기자 함께 취재), 91년 IPU총회 (서울의 새누리 신문 특파원 자격)의 취재를 위해 3차례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문 후 취재기를 그가 직접 발행했던 코리안 스트릿저널과 서울에서 발행되는 기독교계 주간신문인 새누리 신문에 게재했으며,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라는 단행본을 서울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에는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 전 ‘아리랑 축전 5차 방문단’에 합류해 다녀오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이력이 무작정 ‘빨갱이’ 혹은 ‘친북인사’로 묘사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이번에 소송을 당한 당사자 측의 주장은 조재길 씨가 자주 북한에 드나든 점, 선거 직전 북한을 다녀온 점 등이 그를 친북인사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소송을 당한 당사자 측은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북으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 받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화인터뷰를 한 ‘중부한인회’ 한 임원은 ‘빨갱이’라는 표현을 계속 섞어가며, 다소 무리가 있는 주장으로 일관했다.

과거 조재길 씨는 이러한 원색적인 표현을 자신에게 사용했던 ‘코리아타운 번영회’를 상대로 명예훼손을 제기해 승소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올드 타이머들에게는 오래된 충격적인 사건이기도 했었다. 이러한 승소결과가 뇌리 속에 깊게 남아 그를 소송을 좋아하는 인물로 보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아려졌다.

반미감정 등 급박한 미국정세의 영향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북핵 위기 등이 미국 내 분위기를 싸늘하게 하더니, 여중생 치사사건 등으로 한국에서 시작된 촛불시위가 이곳 미국에서도 연일 이어지는 등 반미감정이 피어나자 반한감정까지 일어나는 미묘한 시기였다.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들은 솔직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에 ‘친북’으로 표현되는 성향의 조재길 후보를 좋게 볼 리 만무했다. 게다가 ‘예정웅’ 씨 등이 FBI에 의해 긴급 체포되는 등 상황은 좋지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편승해 친북인사임을 내세워 즉 민감한 사상문제를 들먹이며 후보를 비방한 것은 무리가 있다는 중론이다.

여하튼 이러한 미묘한 상황 속에서 위축된 일부 한인 올드 타이머들은 과거 북한을 자주 드나들던 조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법상 이들이 조 후보에 반대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세리토스 지역에서 벌어진 억측성 ‘빨갱이’ 논란은 어느 정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과연 이러한 논란이 시의원 선거의 당락에 영향을 주었는지 명확히 규명할 수는 없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인들의 ‘텃세’를 어느 정도 감지하고 출마했던 조재길 씨 또한 주위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북한 방문 과거 이력이 보수적 색채로 가득한 미주 한인들로서는 특히 올드 타이머들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변 이웃들이 올바르지 않은 행태를 보인다 해도 차기나 향후 시의원 선거나 정치판에 뛰어들기를 원한다면 보다 넓은 아량으로 겸허히 상황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명예훼손 소송으로까지 번져 물의를 일으켜야 할 명분이 있었냐라는 목소리들이 주위에 많은 것이다.

시의원이란 무엇인가? 한인들에게는 그저 주류 정치사회가 남의 일로만 여겨져야 하는가? 이제는 느껴야 한다. 주류정치 사회로 진출하려는 한인 정치가 후보들은 보다 큰 대명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인들로부터 화합의 지지기반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나서 선거 판에 뛰어들라는 얘기다. 어떤 면에서는 발상의 전환 또한 요구되어지는 시점이다. 과거 한인 김창준 씨는 한인 유권자가 0.6%에 불과한 다이아몬드 바 지역에서 백인들의 민심을 얻어 시의원 배지를 다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실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인 커뮤니티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기부금 등 지원만이 한인 정치인들의 주류사회 입성을 돕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난해 가든 그로브 시의원에 도전한 죠셉 팩, 한국 명 박 동우 후보는 두 명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아쉽게 3위를 기록해 낙선한 바 있다.

당시 윌리엄 달튼, 마크 리스 두 현역 시의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두 명을 선출하는 가든 그로브 시의원 선거에서 유효표 중 22.3%인 9,330표를 얻어내기는 했으나, 2위인 마크 리스 후보 7.3% 3071표와의 차를 극복하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한인 상권이 밀집된 가든 그로브 지역에서 한인들의 보다 결속된 모습과 타 커뮤니티의 표밭을 차곡차곡 다진다면, 다음 시의원 선거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있음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이번 세리토스 시의원 선거에서 불거진 조재길 씨와 일부 한인들간의 명예훼손 소송은 결과가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간에 한인 커뮤니티로서는 부끄러운 현상의 일면이다.
법정에서 어떤 판결이 내려질 지도 세인들의 관심사지만, 그 뒤에 숨겨진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에 오히려 씁쓸함이 남는다.

선거가 두 달여가 지난 5월 경 세리토스 시 한인 연합회장인 정진웅 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제기를 한 조재길 씨의 입장을 들어 보았다.

– 지난 3월에 실시된 세리토스 시의원선거와 관련하여 최근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지난 선거기간 중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몇몇 한인들이 나에 대해 터무니 없는 중상모략을 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선거가 끝난 뒤에도 소위 ‘중부한인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비방을 계속하고 있어 지난 5월 우선 이들 중 정진웅 씨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소송을 당한 측에서는 선거 기간 중 상대 후보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신공격은 흔히 있는 일인데 소송까지 제기한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하는데?

아무리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이라 하더라도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중상모략하는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한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한인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북한을 일년에도 수십 번씩 다녀왔다”, “FBI의 조사를 받고 있어 곧 체포될 것이다”, “북한에서 자금을 받아다가 선거비용으로 사용한다”는 등의 터무니 없는 허위사실을 조작해서 유포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선거기간 중에는 무슨 소리를 해도 상관이 없고,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잘못된 사고 방식은 반드시 고쳐져야 할 것이다.

– 소송을 당한 측에서는 조재길 씨가 원래 소송을 좋아해서 전에도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고 비난하는데?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그로 인한 정신적, 물질적 피해도 엄청나기 때문에 소송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87년에 당시 코리아타운 번영회를 명예훼손으로 제소해 승소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고 내가 소송을 좋아한다고 매도하는 자체도 일종의 모략이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되고 서로 총뿌리를 겨누고 전쟁을 치른 우리에게는 아직도 ‘공산주의자’, ‘용공분자’, 그리고 ‘친북인사’로 매도되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명예훼손이다. 이것은 당사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나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 선거기간 중에 이미 사설탐정을 고용해 상대방에게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선거기간 내내 이들의 음성적인 중상모략에 시달림을 받고 대처방안에 대해 많은 고심을 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오히려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아 곧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그러다 94년 선거전날 챨스김 후보를 비방하는 전단지가 뿌려졌던 사례를 고려해서 선거 막바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사설탐정으로 하여금 이들에게 전화를 하게 했으며, 선거 당일에는 자원 봉사자들로 하여금 새벽에 세리토스 시 전역을 순찰하도록 했다.

– 한인사회 내에서 소송으로 힘을 소비하는 것이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계획은?

비록 낙선을 했지만 지난 선거에서 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내가 받은 2,594표는 시 정치에 처음 참가한 후보로서는 세리토스 시 선거사상 가장 좋은 성적이었으며, 90년대에는 무난히 당선될 수 있는 득표수였다. 특히 ‘인간관계위원회’를 구성해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다인종 사회인 세리토스 시의 인종간의 화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나의 선거공약은 백인을 비롯한 다른 민족 유권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인 정치력향상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다음 선거의 재도전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소위 ‘세리토스 한인협의회’ ‘중부한인회’라는 이름을 걸고 한인 정치력향상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한인후보를 비방하는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한인 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음 선거에 젊고 능력이 있는 한인 후보가 출마하려 준비한다면 적극 지원할 용의도 있다. 이번 소송의 진행을 비롯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금년 말 이전에 여러 분과 협의한 후 2005년 선거의 재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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