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디자인 “베끼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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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차 디자인 베끼기 경쟁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중소업체가 유명 모델의 디자인을 베끼는 것은 물론 정상의 자동차 업체 간에도 디자인 베끼기가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베꼈는지, 정말 베낀 것은 맞는지 등 논란의 소지가 많아 디자인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두고 소송을 하기도 쉽지 않다.

NYT는 그 실례로 일본의 닛산 맥시마는 덩치가 한결 큰 새턴 이온을 닮았고, 한국 기아자동차의 소렌토는 렉서스 RX300이 변장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크라이슬러는 렉서스 RX300과 기아 스포티지의 그릴이 자사 지프와 너무 닮았다며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니산 Z의 경우 앞면이 도요타의 셀리카와 닮았다.

지난해 4월 출시된 GM대우 L6매그너스의 그릴은 아래쪽 모양이 둥그스레한 것이 포드사의 링컨 LS의 것과 흡사하다. 포드와 대우는 서로가 원조라고 주장한다. GM대우자동차 관계자는 “자동차 디자인은 워낙 비슷한 것이 많아 누가 누구를 베꼈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매그너스가 앞서서 채택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드자동차는 “아래가 둥근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최근 링컨의 전형적인 디자인으로 이견이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NYT는 특히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외국의 고급자동차에서 스타일을 빌리면서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어 보인다고 비꼬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XG350의 앞 모습은 “재규어와 값을 비교해 보라”고, 뒷모습은 “벤틀리 아니지와 비교해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현대 뉴쏘나타의 아메바 모양 헤드램프 역시 벤츠 C클래스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NYT는 최근 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안전 및 경제성의 기준이 비슷해지고, 디자이너들의 교류와 이직이 빈번해지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캘리포니아의 아트센터 등 같은 학교를 졸업한 디자이너들이 세계 각국에 산재해 있을 뿐 아니라 국제 모터쇼 등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경우도 잦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베끼기는 성공작에 대한 찬사의 표시라며 긍적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독일 자동차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디자인은 닛산·미쓰비시·피아트 등에 영향을 미쳤다. 닛산의 경우 새로운 디자인 표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이처럼 베끼기가 판을 치고 있음에도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저작권은 명목상으로만 보호되고 있을 뿐이며 법정에서 디자인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 경우도 거의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스케치 단계의 구상에서 최종 상업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어느 업체가 다른 업체의 디자인을 모방했는지를 확실히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이 신문은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자사 지프의 그릴 부분을 GM의 허머가 베꼈다며 소송을 냈지만 승소하지 못했다. GM도 플로리다의 소규모 자동차 회사 아반티가 허머 H2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며 소송을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최준호 기자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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