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안 봐줘”… 평검사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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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씨 수사와 관련해 나도 간접적으로 수사를 받았는데 검찰이 조금도 안 봐주더라.”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오전 ‘2002년 대선자금의 전모를 공개하자’고 제안한 기자회견에서 “굿모닝시티 사건과 관련해 정 대표 외 대통령 주변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 “검찰이 사정 안 봐주더라”

노 대통령은 이날 “(검찰이) 그 누구라도 수사를 흐지부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지난번에 안희정씨가 검찰 수사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검찰의 행보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과거 정치사건의 경우 권력의 눈치보기를 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검찰이 최근 들어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도 거물정치인 관련 사건수사에 의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검찰이 이제 권력으로부터 독립,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노력의 첫걸음이라고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또다른 일각에서는 검찰이 현정부 들어 마치 통제불능 상황이 된 나머지 자칫 파쇼화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수부 출신의 간부검사 A씨는 “검찰이 이제 정치권 눈치 안보는 거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요즘은 주임검사가 마음대로 다 한다. 간부들도 뭐라고 하기 어렵다. ”

한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집권당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현재 검찰과 정치 권력과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대검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최근의 검찰 내부 분위기를 ‘힘빼고 원칙대로’라고 표현했다.

“야구할 때 타자가 타석에서 잔뜩 힘을 주고 꼭 홈런을 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삼진아웃 당하기 십상이다. 그냥 힘 빼고 좋은 공 오면 때린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타도 나오고 3루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온다. 최근 검찰의 작전이 바로 그것이다. 치밀하게 기획해 뭘 한 건하기보다는 접하게 된 사건을 파다가 드러나면 ‘원칙’대로 하는 것이다. 정대철 수사도 바로 그런 것이다.”


“청와대 검찰파견제 없어진 것이 큰 계기”

그야말로 세상이 변했고 검찰도 변한 것일까?

A검사에 따르면, DJ정권 말에 청와대 파견검사들이 철수한 것이 청와대와 검찰의 관계가 크게 변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A검사는 “이명재 검찰총장 시절 청와대 파견검사제가 폐지된 것이 큰 계기가 됐다”며 “홍업씨와 홍걸씨에 대해 수사하면서부터는 검찰이 청와대에 수사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하고 지시받던 것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밝혔다.

A검사는 “그 뒤 청와대가 검찰을 담당하는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통해 검찰정보를 전해 듣는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검사파견제가 지난 해 2월 폐지되면서 청와대는 검찰정보를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는 공식적인 직보통로가 사라졌다. 그 뒤 현 정권 들어 민정수석설에 설치돼 있던 검찰과의 핫라인과 팩스는 물론 심지어는 검찰이 파견했던 차량까지 모두 철수됐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보고 받을 수 있는 통로는 법무부가 유일하다. 주로 대검이 검찰의 수사 관련사항을 취합해 법무부 검찰국에 보고하고, 각 지검에서 법무부 검찰국에 직보하기도 한다. 이중 중요사안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물론 법무부 검찰국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직보하기도 한다. 검찰국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알아야 할 중요한 사건의 경우 영장청구, 집행 등에 대해 보고한다”며 “구체적인 진술 등이 아닌 사건의 흐름과 진행상황에 대해서만 보고한다”고 밝혔다.

“검사들 정부입장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 없다”

최근 검찰과 청와대의 관계가 ‘빡빡하게’ 보이는 데는 검찰정보의 통로가 제도적으로 통제되는 것과 아울러 일선 검사들의 정권에 대한 ‘애정’이 줄어든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수수사를 주로 해온 B검사는 “노 대통령이 검사들의 자존심을 많이 상하게 했기 때문에 정부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도 거의 안 한다”고 단언했다.

수사해서 나오면 나오는 대로 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그렇게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는 인천지검 이석환 검사가 큰 공을 세웠다.

나도 최근 대형사건 수사했는데 외부의 압력성 전화가 없었다. 그런 게 있어도 지금은 검사들이 구애받지 않는다. 그런 부탁 들어준다고 해도 위에서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뇌부에서도 예전처럼 청와대나 여권과 조율하는 낌새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 대표가 청와대가 자신을 보호하지 않아 불만이라는 보도가 나오던데 사실이라면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이석환 검사는 지난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 간의 대화에서 “SK 그룹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이 아닌 외부의 외압이 있었으며 이들 중에는 여당 중진인사도 있었고, 정부의 고위관계자도 있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다.)

청와대 핵심측근 “검찰이 무섭다”

검찰의 이런 모습에 대해 청와대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청와대의 한 핵심인사는 “우리도 검찰이 무서워 죽겠다”며 “검찰이 우리말을 들을 생각을 전혀 안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정대철 민주당 대표가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측에 섭섭함을 토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그런 섭섭함이 성립되려면 청와대가 검찰을 움직인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평검사와의 대화’를 한 이후 검찰은 완전히 독립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검찰 파쇼화’ 우려 나오기도?

최근 검찰의 이런 분위기에 대해 과연 바람직한 것이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대통령이 새만금 사업 진행상황에 대해 꿰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국가운영과 정국흐름에 영향을 미칠만한 중요한 검찰 수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처럼 통제가 없어지면 개개인이 독립관청인 검사들의 지위를 볼 때 ‘검찰 파쇼’의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며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규정한 검사동일체 원칙,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폐단처럼 인식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정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가 권한남용 등으로 통제불능 상태라며 법무장관 해임건의안과 검찰총장 국회출석을 거론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학연, 지연 등의 사적인 채널로 정보를 주고 받아왔던 행태까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겠지만, 노 정권 들어 검찰과 권력과의 관계가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굿모닝 시티 수사책임자인 채동욱 서울지검 특수2부장검사는 “말단 수사검사부터 검찰총장까지 완벽하게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그런 영향 받으면 우리는 물론 나라가 다 죽는다”고 기염을 토했다.

강금실 법무장관도 20일 오전 SBS의 <시사진단>에 출연해 “굿모닝시티 수사와 관련해 저를 비롯한 검찰간부들에게 청탁성 전화가 한 건도 없었다”며 “사실상 검찰수사에 대한 외부개입은 끝났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장담이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는 이번 굿모닝시티사건 수사 결과가 판명해 줄 것이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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