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와대 외교 아직 멀었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최근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의 방한과 관련해 청와대의 외교미숙이 국제적으로 창피를 당하고 있다. 우선 블레어 총리의 한국방문은 고작 “반나절의 방문”이었다. 한국을 우습게 보아도 한참 우습게 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영국의 잘못 보다는 청와대측의 잘못이다.

애초 영국정부는 블레어 총리의 아시아방문국을 일본과 중국으로 국한했었다. 그러나 영국총리의 아시아방문 계획을 뒤늦게 알게 된 청와대가 사정을 해서 간신히 일정을 짜게 된 것이었다. 그만큼 청와대나 외교통상부는 국제변화에 한참 늑장이라는 것이다. 먼 아프리카의 나라도 아니고 북핵 이슈로도 중요한 미국의 제1우방인 영국의 총리의 동정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다.
블레어 총리는 북핵 문제가 최대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에는 이틀이나 체류하면서도, 한국에서는 하룻밤도 지내지 않고 도착 당일 중국으로 떠나버렸다. 별 볼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서울에 있는 동안(7월20일) 헤프닝도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블레어 총리는 정상회담에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에게 질문하도록 된 영국기자가 느닷없이 블레어 총리에게 “사임할 의사가 없느냐”고 물었다.

당시 영국에서는 군축연구소 관계자가 “이라크 전쟁 명분이 거짓”이라는 증언을 청문회에서 하고 난 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문제로 영국 조야가 벌집 쑤시듯 요란해졌고 일부에서는 “아시아 순방중인 총리가 당장 귀국해 책임을 져라”는 비난이 쏟아질 때였다. 공동기자회견에서 블레어 총리는 ‘사임의사 여부’에 어물쩡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기자가 노 대통령에게 ‘굿모닝시티’ 사건에 대해 물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맞는 질문이 아니라며 피해갔다.

이 기자회견이 있은 후 청와대는 영국측에게 항의했다고 한다. ‘왜 각본대로 영국기자가 노 대통령에게 질문을 안했는가’라는 것이다. 이는 항의할 사건이 아니다. 언론의 개방을 외치고 있는 청와대가 기자회견도 각본을 짜고 했다는 것이 문제다. 백악관에는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많이 방문하고 공동기자회견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정상회담 주제만을 놓고 질의하는 법이 없다. 클린턴 재임시절에는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르윈스키 섹스스캔들에 대한 질문이 항상 나오곤 했다. 클린턴은 속으로는 화가 났겠지만 언론의 질문이기에 나름대로 피하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의 한국방문과 중국방문을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도 어린아이 수준이다. 중국정부는 블레어 총리의 ‘외교실수’를 정면 대응한 반면 청와대는 무엇이 ‘외교실수’인지도 모르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신문 ‘프레시안 닷 컴’은 한국외교와 중국외교의 차이점을 데스크 칼럼에서 소개했다. 영국의 ‘The Times’기사를 인용한 칼럼은 블레어 총리가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의전에 관계없이 ‘개인적인 친분’을 쌓기 위해 후 주석 부부와 함께 비공식 만찬을 할 수 있기를 희망했으나 중국측은 ‘사흘간의 장고’ 끝에 “적절치 않다”며 거절 의사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블레어 총리가 이같이 냉대를 받은 것은 5년만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함께 21세기를 주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중국에 단 48시간만 체류하기로 해 `중국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고 칼럼은 전했다.

또 이 칼럼은 한영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 한국기자들의 참여가 적은 것을 지적한 <청와대 브리팅>에 대해서도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밝혔다. 이날 취재기자들의 저조한 참석률은 이해가 가는 측면도 없지 않다. 기자회견 시간이 휴일 저녁인 데다, 양국 정상 기자회견이어서 자유질문 없이 사전에 질문기자가 정해져 있어 다른 기자들은 참석 이상의 큰 의미를 두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방송사의 현장중계도 없어 기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번 한-영 정상회담의 껄끄러운 성사 과정을 아는 이들에게는 이 같은 청와대 지적이 적절치 못해 보인다고 칼럼은 밝혔다. 특히 칼럼은 “여기서 우리가 진정으로 주목해야 하는 대목은 블레어의 아시아 순방 과정에 극명히 드러난,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현상이다. ‘코리아 패싱’이란 말 그대로 ‘한국 스쳐가기’를 뜻한다. 한국은 ‘변수’가 못된다는 인식이다.”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외교의 아마추어리즘을 못 벗어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배우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