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특검진술… 뇌물 주면서 예의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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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중앙수사부(부장 안대희 검사)가 박지원 전 문광부장관에게 건네졌다는 의혹이 일었던 현대비자금 150억원에 대한 본격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과 박지원씨 사이에 150억원을 주고받았다는 직접적인 확인이 없었던 것으로 <오마이뉴스>에 의해 29일 밝혀졌다.

정몽헌 회장은 또 박지원씨로부터 “150억원을 달라”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적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정몽헌-박지원 두 사람 사이에 150억원 수수과정에서 직접적인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새롭게 밝혀짐에 따라 중간에 개입됐던 이익치(전 현대증권 회장)씨와 김영완씨 등의 역할(배달사고 가능성 포함)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정 회장은 2000년 4월경 정상회담준비금 겸 금강산 카지노사업 허가 청탁을 위해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통해 150억어치의 CD(양도성예금증서)를 박지원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되어 있다.
<오마이뉴스>가 송두환특검취재팀의 수사과정 등을 종합취재해 단독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특검 조사에서 검사가 정몽헌 회장에게 ‘박지원 장관에게 150억원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았나’라고 질문하자 정 회장은 “돈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결례가 될 것 같아 확인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검사가 재차 ‘박지원 장관으로부터 돈을 잘 받았다는 인사 전화 등을 받은 사실이 없나’라고 질문하자 정 회장은 “박지원 장관으로부터 돈을 잘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은 150억이 박지원씨에게 전달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그 확신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로, 돈을 전달하기로 했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차질없이 전달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특검에서 “2000년 4월 중순경 해외에 출국했다가 귀국했을 때 이익치 회장이 내 방으로 찾아와서 ‘박 장관에게 150억원을 차질없이 전달하였다’는 내용의 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둘째로, 김영완씨를 통해서 박지원씨의 말을 간접적으로 전해들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특검에서 “2000년 4월 중순경 김영완을 하이야트 호텔 로비에서 만났다”면서 “그때 김영완이 ‘박 장관이 돈을 잘 받아 고맙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금강산에 카지노, 면세점 설치 등에 대해 박 장관이 적극 노력해보겠다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150억 달라”는 말도 간접적으로 받아

그런데 정 회장은 150억 전달과정뿐 아니라 처음에 150억에 대한 요구를 받을 때에도 박지원씨로부터 직접 요구를 받지 않고 김영완씨를 통해서 였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정 회장은 “2000년 4월경 프라자 호텔의 한 객실에서 박지원 장관과 잘 알고 지내고 있는 김영완을 만났다”면서 “그때 김영완이 ‘요즘 사업이 잘 되느냐’면서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고 접근해왔다”고 진술했다.
정 회장은 이어 “김영완에게 부탁할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사실은 박지원 장관이 정상회담 준비비용으로 15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좀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다”면서 “그래서 ‘준비해보겠다’고 답했다”고 진술했다.

정몽헌은 왜 박지원 장관으로부터 직접 요구를 받지 않았는데도 김영완씨의 말만 듣고 그것이 곧 박 장관의 요구라고 판단했을까? 이에 대해 정몽헌 회장은 특검에서 “수 차례에 걸쳐 내가 박지원 장관, 김영완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이 돈독한 관계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정몽헌은 돈을 달라는 박지원씨의 부탁을 김영완씨를 통해 받았다고 했는데 왜 돈을 전달하는 것은 이익치를 통해 했을까? 정 회장은 특검에서 “돈 전달문제에서 중간에 전달자가 하나 더 끼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김영완보다 이익치를 더 믿었다는 말이다.

특검 “배달사고 가능성 있다고 보느냐?”

박지원씨는 특검조사에서 이익치씨로부터 150억어치의 CD를 받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다. 특검의 계좌추적에서도 문제의 CD는 김영완씨를 통해 유통된 것으로만 밝혀졌을뿐 박지원씨가 받았다는 흔적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김영완씨가 미리 현금 150억원을 준비해뒀다가 현금은 박지원씨에게 주고 자신이 이익치로부터 CD를 받았다는 가설을 한때 대검에서 제시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가설’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미 특검조사에서도 수사검사들은 ‘배달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검에서 검사는 정몽헌 회장에게 “중간에서 전달역할을 맡았던 이익치가 CD를 박지원 장관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이익치로부터 차질없이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고 김영완을 통해 박 장관이 잘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배달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특검은 6월18일 박지원씨에 대해 1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다음과 같이 청구했다.
“박 전 장관은 2000년 4월 초순경 정몽헌씨의 지시를 받은 이익치씨로부터 현대가 시행중인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카지노, 면세점 등의 설치 및 현대가 시행중인 대북사업 전반에 관하여 협조를 해 달라는 취지로 1억원권 150매 150억원 상당 양도성예금증서(CD)를 뇌물을 수수했다.”
그러나 박지원씨는 구속되는 순간까지 “내가 돈을 받았으면 정몽헌한테 받지,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이익치한테 받았겠느냐”며 강하게 부인했다.
(오마이뉴스 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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