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워제네거 지지율 급락 2위로 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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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할리우드 극장에서 만나야 하나,
캘리포니아 주지사 접견실에서 만나야 하나

향후 아놀드 슈워제네거(공화당)를 캘리포니아 할리우드 극장에서 만날 것인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접견실에서 만날 것인가. 앞으로 내달 7일로 예정된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여론조사에 의하면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슈워제네거를 찍겠다는 유권자는 22%로 나타난 반면 맞수인 크루스 부스타멘테(민주당) 현 부지사는 35%를 얻었다.

10% 포인트 이상 차이로 2위로 밀린 것이다. 슈워제네거 뒤로는 같은 공화당 후보들이 각각 지지율 12%, 7%로 3, 4위를 달리고 있다. 슈워제네거는 지난 16일 여론조사에서도 22%를 기록했다. 당시 부스타멘테는 25%로 차이는 근소했지만 출마 초기 42%의 지지율로 부스타멘테(22%)를 압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바닥수준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동료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슈워제네거 반대 운동에 합류하고 나섰고 쉰과 톰 행크스, 캐리 피셔 등이 슈워제네거의 승리를 막는 할리우드 선거운동 조직에 가입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수잔 서랜든도 반대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영화배우 출신 주지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슈워제네거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화당 지지표가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빌 사이먼은 지난 23일 공화당 후보를 사퇴하면서 “이번 선거에 너무 많은 공화당 후보가 난립해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승리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공화당 지도부는 지지율이 떨어지는 군소 후보들을 자진 사퇴시키고 슈워제네거에게 힘을 몰아주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당의 뒷받침에 힘입어 슈워제네거가 대세를 역전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캘리포니아주, 과연 어떻길래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17개주가 유권자 일부(주마다 다르지만12~33% 정도)의 서명으로 주지사를 소환할 수 있는 주민소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내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주이며 그 자체로 세계다섯번째 경제규모다. 미국 일개 주의 총생산(GOP) 규모가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 크다. 캘리포니아주 보궐선거의 직접적인 원인은 주재정의 파탄 때문이다. 380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로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빈사지경이다.주정부의 채권은 정크본드보다 고작 두단계 위의 신용등급으로 추락했고이미 주 정부 차원에선 금융권 신규차입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공무원의 월급도 동결됐으며 주정부는 단기차입금에 근근히 의존해 살림살이를 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정치역학이 개입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레이 데이비스현 주지사(민주당)의 무능에서 모든 문제들이 비롯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주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주지사에 협조하지않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정부도 민주당의 텃밭인 캘리포니아주를 탐탁치 않게 여겼다.

만약 이번 보궐선거로 민주당 출신주지사가 물러나고 공화당 소속의 슈워제네거가 당선된다면 재선을 노리는부시 대통령으로선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다.

또 하나, 재정적자로 따지면 미국 연방정부 역시 자랑할 것 없다. 만약 캘리포니아에 적용된 논리라면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소환 대상이어야 한다. 민주당이 보궐선거 자체를 공화당 극우보수파들의 음모로 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통해
돌아본 본국의 전직 대통령

슈워제네거는 행정경험이 전무해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자질론”을 겨냥,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과 전 국무장관 조지 슐츠를 경제자문역으로 영입했다. 지난 주 슈워제네거는 워렌 버핏과 조지 슐츠를 대동(?)하고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의 현안은 경제 문제. 특히 캘리포니아의 막대한 재정적자(이번 보궐선거의 원인이기도 했다)를어떻게 해결하고 일자리를 어떻게 늘리겠느냐는 데 집중됐다. 슈워제네거는 “왼쪽에 버핏, 오른쪽에 슐츠가 서 있으니 내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정작 구체적인 재정적자 감면방안에 대해서는 얼렁뚱땅 넘어갔다. “기업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있고 일자리도 떠나고 있다. 예전의 캘리포니아로 되돌려 놓겠다”는 정치적 수사는 있었지만 “어떻게”라는 구체적인 대안은 없었다. 워렌 버핏과 조지 슐츠를 대동한 슈워제네거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체력은 빌릴 수 없지만 머리는 빌릴 수 있다”고 했던 한국의 어느 전직 대통령이 문득 떠올랐다.

그 전직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전술핵과 원자로를 구별 못했으며 기자들이 어려운 질문을 할라치면 짜증을 냈다고 한다. “그런 걸 왜 자꾸 물어샀노?”하면서. 발음이 좋지 않아 생긴 숱한 일화는 거론하지 말자. 그래서 기자들은 앞뒤가 안맞는 그의 말을 스스로 가다듬고, 기사가 되도록 “만들어서” 보도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 전직 대통령이 최근 어느 정치행사에서 “현 정부는 참으로 무능하고 무지하며 무대책의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후문이다.슈워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가 다분히 희극적인 요소를 갖고있다면 한국 전직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차라리 비극이다. “무능하고 무지하며 대책 없는” 그 전직 대통령이 재임기간 동안 어떤”머리”를 빌렸는지 모르겠으나 퇴임한 지금, 그가 정작 빌려야 하는 것은 부끄러움과 겸손, 그리고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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