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언론들‘범죄 보도전쟁’“신문보면 한인타운 나가기 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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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언론들의 ‘범죄 보도경쟁’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들이 많다.

과도한 범죄보도로 인해 일부 한인들은 ‘타운 나가기가 무섭다’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연일 각 일간지 1면과 라디오, TV 등 방송사 헤드라인 뉴스를 살펴보자면 여지없이 한인관련 범죄소식이 늘 탑을 장식하고 있다. 물론 한인관련 범죄소식은 분명히 다뤄져야 할 기사거리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기사거리를 제쳐놓고 1면과 헤드라인 뉴스의 탑을 차지한다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들이 높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문 방송 보기가 무섭다’라는 것. 

또한 이들 범죄관련 보도경쟁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알게 모르게 늘고 있다. 과도한 보도경쟁이 일정부분 ‘기사 짜내기’를 기자들에게 요구하고 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금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는 등 인터뷰 기사를 무분별하게 싣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타운 내 기자들에게는 이렇듯 어려운(?) 취재를 잘 하는 것이 일종의 능력인 양 비춰지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만약 피해 가족들과의 인터뷰 요청이 거절되면 범죄 보도경쟁은 ‘주위 친지나 동료’들에 대한 인터뷰 쪽으로 불붙게 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과도한 보도로 인해 이들 일부 증언자(?)들이 곤혹을 치루기도 한다. 기자들이 던진 질문에 무심코 답변한 일부 증언자 및 목격자들은 전했던 말이 일부 왜곡, 수정되어 여과 없이 보도,방송됨으로써 “왜 그러한 인터뷰에 응했냐”라며 주위사람들의 눈총을 받는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범죄 보도경쟁이 최우선시 되는 것이 타운 내 가장 중요한 뉴스이며,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할 기자가 몇 명이나 있을런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현재 타운 내 정착화 되어있는 ‘범죄 보도 우선주의’는 일부 데스크들이 ‘특종’을 잡아내기 위해 일선기자들을 속칭 ‘쪼아댐(?)’에 따라 뱉어내는, 불필요한 산물의 소산으로까지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박상균<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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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보도 지상주의에 멍드는 한인 상가들

각 방송사나 신문사에는 늘 제보전화가 많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인 방송사나 신문사로 걸려오는 제보전화의 주내용은 “총격사고가 발생했는데 피해자가 한인이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가해자가 한인이다” 등 한인관련 범죄사건의 제보가 주를 이룬다.

역설적으로 살펴보면 이러한 제보가 이만큼 늘어나게 된 데에는 그만큼 그간의 보도행태가 범죄보도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이면에 담고 있다. 많은 한인들은 언론에 길들여져 ‘한인관련 범죄’를 당연히 최고 탑 뉴스로 여기고 있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에 제보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오후 4시경 한인타운 내 한인이 운영하는 보석상에 무장강도가 침입, 고가의 물품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저녁 각 방송사들은 일제히 이 사건을 집중 보도했고, 일부 방송은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가며 사건정황을 상세히 전달했다. ‘벌건 대낮에 무장강도 침입’이라 실로 엄청난 사건임에는 틀림없었다. 물론 다음날 각 일간지들도 하루 늦게 이 사건을 1면에 다뤘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만일 보석상 주인이 한인이 아니었다면 상황은 어땠을까라는 가정을 해본다. 과연 각 방송사들과 신문사들의 취재경쟁이 불붙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피해자 또는 가해자 중에 한인들이 포함되어 있을 때에만 ‘취재대상’으로 삼는다는 어설픈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코리아 타운 내 가구점이 밀집한 웨스턴 가에 히스패닉 계 무장강도 2명이 침입했다는 제보가 각 언론사에 전달이 되었다. 이 제보가 전달되자마자 각 언론사 일선 기자들은 부리나케 현장에 뛰어나갔다. 하지만 가해자는 히스패닉 계이고, 피해업소 주인은 기대했던(?) 한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간 이 기막힌(?) 사실은 데스크에 전달되어졌고, 곧바로 철수명령이 떨어졌다. 물론 다음날 그 어떤 기사가 실리거나 보도된 한인 언론사는 전무했다. 당시 현장인근은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교통체증이 일어 났었지만, 이에 대한 기사는 다음날 단 한 줄도 없었다는 것이다.

분명 사건의 정황만을 놓고 보면 ‘벌건 대낮에 무장강도 침입’이라는 점에서 이들 두 사건은 아주 유사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한인 언론사 측에서 볼 때 확연히 다른 것은 바로 ‘한인 관련이냐 아니냐’라는 일종의 잘못된 ‘취재공식’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타운 내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인관련 범죄사건’이 아니면 외면하는, 아니 외면할 수밖에 없는 풍토가 생겨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한인관련 사건’이 아닌 것을 취재해 상부 데스크에 전달해본들 좋은 소리를 들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한인관련 범죄가 발생한 날이면 나름대로 열심히 취재한 일선 기자들의 기사들은 대부분 짤리거나 뒷전으로 밀리게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풍토가 한인 언론사에 퍼져있음을 스스로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6월 타운 양대 일간지들은 ‘한인모자와 가정부 살인사건 취재 뒷이야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지면을 할애해 한바탕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살해된 송 여인의 남편업소를 경찰이 압수 수색하는 작전을 취재한 특종을 터뜨린 미주 한국일보. 뒤이어 ‘사건 수사반장과의 인터뷰’를 실은 미주 중앙일보. 일종의 범죄 보도 취재경쟁이 벌어졌었다.

이들은 일주일간에 걸쳐 ‘기자수첩’ 등 칼럼 란을 할애해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타운 내 독자들은 “그만큼 ‘사운’을 걸 정도로 싸울 필요가 있었느냐”라는 지적 등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의구심이 들게 만든 적이 있었다. 이 또한 한인 언론사들의 과도한 ‘범죄 보도경쟁’에서 비롯되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LAPD에는 많은 한인들에게 각종 사건정황 및 진행사항을 언론배포가 허용된 범위 내에서 전달자 역할을 해주는 한인 공보관이 상주해있다. 바로 이 한인 공보관은 어느새 타운 내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한인 언론을 자주 접하는 한인들이라면 이 한인 공보관의 목소리와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또한 한인들이 많이 사는 각 지역 경찰서와 검시소에는 한인 언론 기자들의 문안인사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한 검시소 관계자에 따르면 “한인관련 사건은 없느냐? 한인 사체가 들어온 것은 없느냐” 등 한인 언론사들의 집요하고 반복되는 질문에 “다소 지겹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누가 보더라도 범죄 등 사건 뉴스들은 대부분 반가운 소식들이 아니다. 하지만 이 반갑지 않은 소식을 찾아내기 위해 한인 언론사들은 가장 신경을 써가며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반갑지 않은 소식을 가장 발 빠르게 접하게 되는 것이 한인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과연 이러한 그릇된 풍토가 어디서부터 형성되었는지 스스로 반성하고 되물을 시점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일선 기자들은 사건이 발생하면 취재에 나서고, 여러 가지 정황을 알아보던 중 무심코 습관처럼 해당 관련기관에 전화를 걸어보게 마련이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한인 언론사임을 확인한 뒤 한마디로 ‘Not Korean’이라고 잘라 대답한다.

그들마저도 이제는 한인 언론사들의 관심사가 ‘오로지 한인 관련이냐 아니냐’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원하는 대답을 재빨리 먼저 답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Not Korean’이라는 관련기관 담당자의 말을 듣고는 이내 취재에 나섰던 일선 기자들이 “공쳤네”라며 “한인이 아닌데요”라고 상부에 보고하며 발길을 되돌릴 수 밖에 없는 현 상황을 다같이 한번쯤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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