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노무현은 사퇴하고 인권변호사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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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제의하고 나섰다. 한국의 상황이 어쩌면 최근 캘리포니아주의 ‘리콜’과 유사한 점이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평소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영화 “토탈 리콜”에 나왔던 근육질 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에게 비참하게 당했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차라리 사임하고 부지사에게 정권을 이양했더라면 더 이상의 불명예는 안 당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당선됐는데 1년도 못되어 본인 스스로 신임여부를 국민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신임투표에서 불명예를 당하느니 차라리 책임을 지고 이쯤에서 물러나는 것이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서도 다행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말장난을 하고 있다. 그는 신임투표를 국정전반과 한국정치 전체를 싸잡아 투표에 붙여보자고 했다. 신임투표라는 것은 ‘노무현을 계속 대통령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사퇴시킬 것인가’ 여부를 판가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미꾸라지처럼 말을 돌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국정전반을 심판 받겠다고 했는데 지난 8개월 동안 그가 이루어 논 일이 과연 무었이었는가? 그의 개혁성과 도덕성 그리고 리더쉽 중에서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어 논 것이 없었다. 국민들이 지금 기억하는 것은 무수한 말장난밖에는 없다. 더 이상 말 장난으로 국민들을 우롱하지 말아야 한다.

노 대통령의 돌출적인 “재신임” 발언으로 지금 한국정가가 요동치고 있는데 세계의 언론들도 ‘딱하도다’라는 입장이다. AP통신은 “주요 정책에 대해 노 대통령이 일관성을 보이지 못함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정부로부터 멀어졌으며, 대통령 측근의 부패 의혹 역시 노 대통령의 지지도에 상처를 냈다”고 전했다.

미국의 권위지인 뉴욕타임스는 경기 침체와 대통령 측근의 부패 스캔들, 지지도 하락 등에 포위된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고 전하고, 취임 초 90%를 넘었던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는 등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게 된 배경을 보도했다. CNN방송은 인터넷 국제판 톱 뉴스로 인권 변호사 출신인 노 대통령이 “세련되지 못한 통치 스타일과 정책의 비일관성”으로 인하여 비판을 받아왔다고 전했다. 영국의 BBC방송도 금융 스캔들과 경기침체로 인해 노 대통령이 언론과 정치세력의 공격을 받게 됨으로써 지지도가 급락했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 핵문제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대처도 광범위한 비판을 받아왔다고 BBC는 전했다. 일본의 교또통신은 노 대통령이 위험한 정치적 도박을 하고 있다는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부 관측통들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계산된 조치”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경제지들은 정치적 불안이 경제를 불안하게 하고 국가안보를 취약하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이 흔들리고 있지만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실시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큰 충격이 당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석학”이라고 자처하는 도올은 한 언론에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정치사의 최후 보루였던 대통령이라는 권위주의적 정체,그 자체에 도전장을 던짐으로써 비자각적 구정치체제의 입각점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신임문제는 어떤 경우에도 노무현 개인의 도덕성이나 개인적 자질, 성품, 능력에 대한 신임을 묻는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된다”며 “노무현을 포함한 우리나라 정치사 전체의 관행의 정당성을 묻는 제도적 장치로서 이해되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또 도올은 노 대통령의 재신임 제안에 대해 “반전을 노리는 도박사적 경솔에 물들어 있다고는 하나 대통령의 직위 그 자체를 승부수로 던진 결단의 배경에는 한국정치의 부패와 위선, 독선과 무반성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 일관되게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도올 역시 이상한 단어를 늘어 놓으면서 말 장난하는 학자군의 한 사람이다.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는 지식인들 중에 궤변을 철학이라 주장하는 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차라리 방송인 전여옥씨의 “기쁨 못준 대통령 물러나길”이라는 칼럼(조선닷컴)이 한결 시원하다. 그녀는 “대통령 노릇 못 해먹겠다고 했을 때 다음은 대통령 그만 두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 이번 일은 완벽한 쇼이다”라고 한 말이 실감난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도박은 어쩌면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그 도박판을 걷어 치우고 하루빨리 청와대에서 나와 인권변호사로서 활약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사임하면 국정대혼란이 발생한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나 한국의 국민들은 위기로부터 극복하는 용기를 지니고 있다. 역사가 그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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