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씨는 쓰레기통 위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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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주머니에 있는 주식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고 계열사 돈을 갹출하여 5000억원의 ‘삼성-이건희 장학재단’ 만드는 식으로는, 즉 돈으로 정당성을 사려는 시도는 별 소용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그룹 내부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정보흐름 및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구중심처(九重深處)에서 나와 거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란다. 무엇이 이재용씨를 쓰레기통 위에서 내려오게 하는 방법인지를. 무엇이 삼성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방법인지를.”
최근 삼성과 교보생명의 올해 안 주식 상장이 사실상 무산되자,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가 삼성의 패쇄적인 의사결정구조와 지배구조에 직격탄을 날렸다.

의사결정의 硬直性·폐쇄성을 버리고 정보흐름·의사소통 쌍방향성 열어야 참여연대 김상조(소장) 삼성에 우정어린 직격탄

김 소장은 20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삼성의 미래가 걱정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삼성그룹 조직에 남은 마지막 하나의 문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배구조”라고 전제하고 “총수 패밀리의 재산 및 지배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룹 내의 그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의사결정구조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그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삼성전자가 분기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 소유-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주식 상장을 좌절시켰다면서, 13년이나 된 해묵은 과제를 놓고 다시한번 시민단체와 금융감독 당국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로, 삼성 총수 패밀리의 재산과 지배권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 어느 누구도 말할수 없는 의사결정구조의 경직과 패쇄성을 들었다. 이어 세계최고의 CEO 5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던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조차 삼성 패밀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말할 권한이 없음을 확인했던 바도 있다고 통렬하게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좋든 싫든, 이재용씨는 미래의 삼성그룹 총수가, 그리고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그러나 이재용씨는 경영권을 승계하기도 전에 이미 쓰레기통 위에 올라앉았다”며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사카린 밀수 사건과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사업 실패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재용씨가 자신의 멍에를 벗어던지지 못할 경우, 이씨 개인은 물론 삼성그룹과 한국경제 전체의 불행이 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김상조 교수는 이번 칼럼과 관련,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삼성생명의 주식상장이 좌절된 것에 대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했을 뿐”이라며 “삼성 내부의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의 문제인데, 내부에서 제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생명 상장과 관련해 “생명 상장은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와 관련돼 있는 것이 많다”면서 “13년동안 내지 않은 세금문제 뿐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삼성자동차 부채문제, 이재용 상무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 등 총수 패밀리의 지배권에 대해 중요한 것이 많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상조 소장이 사이버참여연대에 올린 ‘삼성의 미래가 걱정된다’ 글 전문이다.

지난 17일(금) 삼성그룹의 두 핵심 계열사에 중대한 뉴스가 있었다.
먼저, 삼성전자. 분기사상 최대인 11조 2600억원의 매출액에 전분기 대비 77%나 신장된 2조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였다는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애널리스트들의 표현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과연 삼성전자다. 한국의 간판기업으로서, 그리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진면목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다음, 삼성생명. 시민단체의 집요한 공격을 가볍게 물리치고 금감위의 생보사 상장방안 발표 자체를 좌절시켰다. 이로써 계약자에 대한 상장이익 배분 요구를 봉쇄하고, 그룹 소유·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의 위상을 지켜냈다. 과연 삼성생명이다. 13년이나 된 해묵은 과제를 놓고 다시 한번 시민단체와 금융감독당국을 바보로 만들었다.

이 두 가지 뉴스를 접하면서 필자의 머리 속에는, 역설적이게도, 삼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아니, 이게 무슨 궤변? 사업 수익성과 여론 장악력 측면에서 거칠 것 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삼성의 앞날에 무슨 문제? 걱정도 팔자”라고 핀잔을 주실지 모르겠다. 그러나 삼성의 미래는 한국경제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니, 찬찬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삼성의 미래가 걱정스러운 이유

이 두가지 뉴스는 삼성그룹 의사결정구조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기업은 가치창출(또는 이윤획득)을 목표로 하는 조직인데, 문제는 기업 구성원들이 모두 동일한 인센티브 구조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데 있다. 따라서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상이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조직구조에 달려 있다.
삼성그룹은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사업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측면에서는 탁월한 조직적 능력을 갖고 있다. 이 점에서는 국내의 그 어떤 기업도 따라갈 수 없으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나아가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조직적 능력은 더욱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구조 및 재무구조의 선택에 필요한 정보의 흐름이 ‘톱↔다운’의 쌍방향성을 갖고 되었고, 따라서 의사결정구조의 유연성이 훨씬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것이 심각한 경기침체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의 분기매출액이 최고기록을 경신하게 된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삼성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삼성그룹 조직에 남은 마지막 하나의 문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지배구조다. 쉽게 말하면, 총수 패밀리의 재산 및 지배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룹 내의 그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할 수 없는 의사결정구조의 경직성과 폐쇄성이 그것이다.

삼성생명 상장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필자는 삼성생명 상장문제와 관련하여 이건희 회장 부자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어떤 내용의 보고를 받았을지 정말 궁금하다. 짐작컨대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 해결할 자신 있다. 학계전문가와 관계부처에 다 이야기되었다’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필자는 삼성생명 내외부의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때마다 느낀 것은,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답답함이다. 이 분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참여연대를 만나 그룹의 논리를 설명했다’고 구조본에 보고하는 것뿐이었다.

윤종용 삼성 부회장조차 말할 수 없는 삼성 지배구조

당연하다. 이 분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삼성생명의 주식 단 한 주의 처분에 대해서도 말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세계최고의 CEO 50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된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조차 패밀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말할 권한이 없음을 확인했던 바도 있다. 이것이 삼성이다.

삼성생명 상장문제는 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여러 사안들과 얽혀 있다. 13년간 유예된 자산재평가세 납부 문제는 물론, 이건희 회장의 삼성자동차 부채처리 문제, 이재용씨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 문제 등등 총수 패밀리의 지배권 및 그 정당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줄줄이 엮여 있다.

물론 삼성은 자신이 있을 것이다. 지난 17일 김진표 부총리가 자산재평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유예시한을 연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가볍게 일축했다. 삼성자동차 관련 손실보전 합의에 대해서는 ‘합의 자체가 무효다. 소송 낼려면 내봐라’며 당당하게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꼭 올해 조사를 마무리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미 꼬리를 내렸다. 이런 자신감은 호텔신라와 삼성프라자의 노조설립 기도를 무력화시킨 무노조 경영 원칙에서도 확인되었다. ‘전경련이 삼경련이 되었다’는 세평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이런 ‘무대포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삼성전자의 사업능력과 삼성생명의 자금력이 밑바탕에 깔렸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결국 총수 패밀리 문제와 관련한 의사결정구조의 경직성, 그리고 구조본의 폐쇄성이 문제의 핵심이다.

삼성 이재용 상무가 쓰레기통에서 내려오는 방법

그 결과는 무엇인가.
좋든 싫든, 이재용씨는 미래의 삼성그룹 총수가, 그리고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것 같다. 어쨌든 그렇다. 그러나 이재용씨는 경영권을 승계하기도 전에 이미 쓰레기통 위에 올라앉았다.
고 이병철 회장을 평생토록 괴롭혔던 사카린 밀수 사건의 그 멍에를, 이건희 회장의 천추의 한이 된 자동차사업 실패의 그 멍에를, 이재용씨는 회장이 되기도 전에 이미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없다. 이미 이야기 다 됐다’는 식의 정보유통구조와 의사결정구조로는 이재용씨는 영원히 이 멍에를 벗어 던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이재용씨 개인은 물론, 삼성그룹, 나아가 한국경제 전체의 불행이 될 것이다. 지배구조의 건전함은 위기에 직면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삼성이 지금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위기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 때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가지고는 위기극복을 자신할 수 없다.
왼쪽 주머니에 있는 주식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고 계열사 돈을 갹출하여 5000억원의 ‘삼성-이건희 장학재단’ 만드는 식으로는, 즉 돈으로 정당성을 사려는 시도는 별 소용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그룹 내부에서 지배구조와 관련한 정보흐름 및 의사소통의 쌍방향성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구중심처(九重深處)에서 나와 거리에서 이야기를 들어보기 바란다. 무엇이 이재용씨를 쓰레기통 위에서 내려오게 하는 방법인지를. 무엇이 삼성을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방법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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