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나는 매일 서울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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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2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송두율 교수가 감옥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송 교수의 지인들에 따르면 구속된 뒤 15일만에 보낸 첫 번째 편지이다. 기자가 지난 10월27일 송 교수 면회를 갔다가 못만나고 되돌아오면서 구치소측을 통해 송 교수에게 건넨 편지에 대한 답신이다.

송 교수는 이 편지에서 “감옥에서 한국사회에 대한 간접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최근 심경을 털어놓았다. 37년만에 고국 땅을 밟았지만 구치소에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송 교수는 “감옥에서도 대한민국의 축소된 모습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며 “얼마 전까지 한국사회를 쥐락펴락 했던 유명인사들부터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구속된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며 한국사회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격려와 용기를 북돋는 인사를 할 때마다 따뜻한 인간의 숨결을 느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11월 1일부터 신문을 주문해서 읽고 있는데, 처음에는 아예 신문을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는 ‘여론재판’의 악몽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신문에 알량한 글들을 써대는 ‘지식인’에 대한 경멸 때문에 읽지 않았는데, 그래도 그것이 현실인 사회의 모습을 읽지 않고는 더 나은 사회, 희망이 더 그득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 처음 계획을 바꾸어 다시 신문을 읽고 있다”고 소회했다.

송 교수는 “아직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뒤로 밀어놓고 있는 글들을 시간나는 대로 기록해두려고 한다”며 “이 편지를 1신으로 띄우고 앞으로는 종종 이런 서신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송 교수가 지난 2일 보낸 편지지 두 장 분량의 편지는 5일 오후 <오마이뉴스> 편집국에 도착했다. <오마이뉴스>는 송 교수측의 양해를 얻어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전문을 공개한다.

“접견을 왔다가 그냥 돌아가며 남긴 서신을 받았으나 오늘에야 겨우 답하게 되어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이곳에 수감된 지 오늘로 꼭 열하루째입니다만, 화·목요일은 하루종일, 월·수·금요일은 오후에 검찰에 출두하는 바쁜 일정으로 오늘에야 답하게 됩니다.

이곳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37년만에 서울을 찾았으나 사실 본 것이 별로 없는 그런 시간이었으나, 이곳에서 나는 서울(대한민국)의 축소된 모습을 매일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들어온 사연도 밖의 세계만큼 복잡하고 다양하고, 사람들도 어제까지 한국사회를 쥐락펴락 했던 유명인사들로부터,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들어온 그 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매일 만나니 밖에 있는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모든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고 격려와 용기를 북돋는 인사를 할 때마다 따뜻한 인간의 숨결을 느낍니다.

아직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뒤로 밀어놓고 있는 글들을 시간나는 대로 기록해두려고 합니다. 11월 1일부터는 신문을 주문해서 읽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신문을 아예 읽을 생각을 안 했습니다. ‘여론재판’의 악몽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신문에 알량한 글들을 써대는 ‘지식인’에 대한 경멸 때문이었지요.

그래도 그것이 현실인 사회의 모습을 읽지 않고서는 더 나은 사회, 희망이 더 그득한 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서 처음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오늘은 우선 이곳에 온 지 처음 시간을 내어 1신을 띄우고, 앞으로는 이러한 서신을 종종 보내겠습니다.

서울구치소 11 상 1 65번(수번)
2003-11-2 송두율

[ⓒ 2003 OhmyNews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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