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行人 칼럼 – <떠나라>는 소리가 아니고 <잘하라>는 채찍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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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는 소리가 아니고
<잘하라>는 채찍 소리였다

제26대 LA 한인회 하기환 회장을 ‘사석’에서 만났다

참으로 우연치않게 만났다. 만나자마자 비교적 자제하는 어조로 나를 향해 약간은 분노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영원히 한인타운을 떠나겠다”는 비장어린 서두로 시작해 “봉사하겠다고 나온 사람을 <선데이 저널>이 연일 비판기사를 써대니 앞으로 누가 한인사회에 봉사를 하러 나오겠느냐”고 울분을 토로하며 “지난 4년 동안 내 돈 써가며 나름대로 한인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한다”는 나름대로의 자평과 함께 “내가 입을 열면 한인타운에 평지풍파가 일어날 것이다”라는 다소는 애교어린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약 2시간 여에 걸친 그와의 만남은 어찌 보면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그가 4년 간의 한인회장 직분을 그만두기 전이라 한편은 다행이라 생각했다. 내가 만나 본 사람은 바로 LA 한인회장인 하기환 씨다.

<선데이 저널> 복간 직후부터 현재까지 거의 매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기환 씨 관련기사가 ‘약방의 감초‘처럼 빼 놓지 않고 기사화됐다. 사실 본보가 그 같은 ‘채찍성’ 기사를 연일 써댄 것은 그에게 한인사회를 떠나라는 것이 아니라 ‘잘 해달라’는 무언의 격려였던 것이다. 본보 기사와 관련 하 회장은 “사실과 다른 추측성 기사도 많았지만 참았다. 일례로 나는 파산한 적이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만난 자리에서 하기환 회장은 “봉사활동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윌셔-코리아타운 주민의회 선거에도 불참할 생각이다”라고 밝혀 그간 고충의 심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약간의 ‘술’과 함께 취중 토크로 이뤄진 이날 만남에서 하기환 회장은 취기가 오르자 “정말 한인사회를 떠나고 싶다. 상호비방과 잘되는 꼴을 못 보는 일부 한인들에 의해 나는 모략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한인타운 곳곳에 사업체를 지니고 있는 그가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날 수 있을 지는 의문으로 남는 대목이기도 했다.

‘경기고-서울대’라는 KS마크라는 엘리트 코스를 마친 그는 지난 70년 도미해 위스컨신 주립대 전기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이어 지난 73년부터 U.C.L.A.에서 전기공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수재다. 많은 올드 타이머들은 이 같은 그의 학력을 인정해 ‘Doctor Ha’라는 애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인물이다. 지난 92년 LA 폭동 당시 LA 한인 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하며 ‘한-흑간 갈등해소‘에 힘쓰기도 했던 하 회장은 이 시절부터 ‘뉴스 메이커’로 등장했다. 어찌 보면 한인사회의 간판급 스타로 떠올랐다고 할까. 그는 유명세를 치룬 것이다. 그는 모 부동산 투자 건으로 한국일보 장재민 회장과의 악연이 맺어져 비판의 뭇매가 되곤 했다.

아무튼 하기환 회장은 ‘연임’이라는 사상 초유의 ‘악수’를 두어 막판 이미지의 구김을 당했다. 하지만 하 회장 스스로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한인 커뮤니티에 있어 ‘알부자’로 소문날 만큼 부를 축적한 그가 공공연히 ‘한인타운을 떠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이날 나와 ‘술 한잔’을 의지하며 토로한 그의 말은 진심으로 보였다. 약 두시간에 걸친 만남은 즐거운 자리였고, 나는 오랜만에 진하게 한잔 얻어먹는 부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빚지고는 살 수 없지 않은가. 하 회장이 남은 한인회 임기 동안 ‘마무리’를 잘 하고 툴툴 ‘멍에’를 터는 그날, 내가 한잔 진하게 사고 싶다.

연 훈<본보 발행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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