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行人 칼럼 – LA에까지 불똥 튄 「용천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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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만리 떨어진 고국의 북녘. 용천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열차 대폭발 사고의 후유증이 여기까지 미쳤다면 언뜻 믿어질까…… 그런데 외국 언론에까지 보도됐으니 안 믿을 수도 없게 되었다.

‘동포’들의 십시일반(十匙一飯) 성금이 5만여 달러에 달한 것은 흐뭇하고 자랑스러운 일임에 틀림없으나 사후처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모금을 주관한 LA 한인회 회장이 뉴욕에 있는 북한 UN대표부의 참사 2명이 오는 일정에 맞춰 2만 달러짜리 수표를 달랑 건네주며 ‘남북 문화교류’ 협력을 상호 다짐했다는 ‘선전성’ 치레는 보기에 안 좋았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얘기다. 또 모두가 찬성하거나 납득하는 수준이라면 두고두고 미담이 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항의물결이 일고 일부 단체는 항의시위에다 물세례까지 퍼붓는데 이어 멱살잡이 몸싸움도 벌어져 미 국무부 요원까지 나서 말려야 하는 웃지 못할 대소동이 벌어졌다.

왜냐하면 지원의사는 옳았으나 ‘현찰 공여’라는 비판의 대상이 될 만한 일을 굳이 감행했기 때문이다. 즉, 뜻은 좋았다 한들 방법이 틀렸다는 데서 많은 이들이 분개하고 규탄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동포들이 정성스레 모은 성금을 주는 방식 또한 틀렸다. 회장 단독 결정이 아니라 마땅히 이사회를 열어 전달방법을 정했어야 함이 옳았다.

곧 퇴진할 하기환 회장의 용명(?)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서양 쪽에 있는 북한의 고위 외교관들을 -당초는 최고위급인 박길원 대사까지 포함- 불러대다니 그 ‘외교수단’은 뽐낼만 했다. 하지만, “현금 아닌 현물”이라는 공여의 대원칙과, “정부 아닌 적십자”라는 전달대상까지 짓밟고 어긴 오기와 무신경은 불 같은 성토대상이 되고도 남는다. 북한 현지 공관들이 소요비용을 자체 조달한다는 상식화된 습성을 몰랐을까?

듣건대 여기에는 9월 중순으로 예정된 축제행사에 ‘북한예술단 초청공연’을 성사시키려는 주최 측의 공명심도 작용했으리란 추측이 일고 있다. 하기환 회장은 그 주최단체의 이사이기도 해 “물실 호기”라며 북한 관리들에게 역할을 부탁하려던 속셈도 있었던 듯 한데, 결과적으로 ‘공’과 ‘사’도 구분 못한 위인들의 장난에 동포사회 전체가 농락당한 꼴이라 부끄러움마저 느껴진다.

더불어 이 같은 어거지 행동에 분통이 터져 저지 행동으로 나선 일부 단체원들의 충정은 모르는 바 아니나 이곳 이국 땅에 와서 진압행동에까지 이르게 된 사태는 ‘유감지사’로 여겨지지 않을 수 없다. 감정이 격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발동되는 게 과격행동이기에 처음부터 의도적이지 아니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본국에서의 지역, 세대, 계층, 이념의 대립갈등 4중고 여파가 외국에 나와 있는 우리에게도 알게 모르게 미치고 있으니 해방 후부터의 국제적 입지와 지정학적 환경을 우리 손으로 개선할 방도 찾기에 언제까지 악전고투를 계속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할 따름이다.

연 훈<본보 발행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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