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증스런 박지원… 끝없는 추락” 구차하게 살려달라 법원에 읍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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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남북정상회담
연기는 김일성 묘소 참배
문제때문”

▲ 구속집행정지로 병원치료중인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안대와 마스크를 한채 횔체어를 타고 출석하고 있다.

‘대북 송금’ 및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항소심에서 지난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당시 “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은 김일성 묘소 참배 문제 때문이었다”고 처음으로 밝히는 한편, “새 정부 인수위로부터 심한 모멸감을 느껴 자살까지 결심했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이주흥 부장판사)의 심리로 17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박 전 장관은 “2000년 당시 6.15 남북정상회담 협상 과정에서 북측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일성 시신 참배를 요구했다”며 “이에 대한 협상이 난항을 겪어 정상회담 일정이 하루 연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통상 외국인 이 북한에 들어가면 김일성 시신을 참배하게 돼 있는데, 당시 예비접촉 합의문에 김 전 대통령의 참배 여부가 명시돼 있지 않아 김 전 대통령께서 심하게 질책하셨다”며 “북측에 참배를 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하자 북측에서 반발, 평양에 먼저 들어가 방송 준비를 하던 KBS 기자들이 억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협상이 난항을 겪었으나 김 전 대통령은 막무가내로 북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성남 공항으로 향했고, 마침 성남공항에 도착했을 때, 당시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맡고 있던 임동원 전 장관을 통해 “북측이 평양에 일단 들어와서 참배 문제를 협상하자는 전문을 보내왔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김 전 대통령은 북에 가서 계속 참배 문제를 협상했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당시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과 협상하는 중에 ‘김 대통령이 참배를 하면 남한에서 봉기가 일어난다’며 ‘내가 우리 정부를 대표해서 참배하고 남한에 돌아가 사표를 낸 뒤 구속당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거부당했고, 한광옥 비서실장까지 참배하겠다고 해도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다음날 아침 송호경 부위원장이 만나자고 하더니 ‘상부에 말씀드리니 참배를 안해도 되게 됐다’고 말해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특검 조사기간 언론 등에서는 송금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추측을 했고 저는 특검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라고 진술했다”며 “역사와 민족을 위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이 이렇게 비화를 공개한 것은 당시 회담 일정 연기를 두고 대북 송금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추측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0년 남북회담 당시 남북정상회담이 당초 6월12일~6월14일 일정이었으나 하루 연기돼 6월13일~6월15일 열렸다. 이를 두고 야당과 일부 언론에서는 대북 송금이 늦어져서 그런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특검에서는 그러나 ‘경호상의 이유’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박지원, “이회창-김정일
면담도 약속 받았었다”

▲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송호경 북한 아시아태평 양평화위원장이 2000년4월8일 중국 상하이 차이나월드호텔에서 만나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익수하고 있는 모습.

박 전 장관은 이밖에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등이 계획돼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평양 방문 시 이회창 전 총재 초청을 김정일에게 허락받았다”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도 부통령이 외국인사를 만나는데 조선민주사회위원장이 만나면 되지 않느냐’고 해서 내가 우겨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이 전 총재 초청 합의가 돼서 이 전 총재 측근에게 그 내용을 전달하고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이틀 후 김 전 대통령과 원로 인사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야당 총재도 만나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이 ‘그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 언론에 공개돼 이를 알지 못하던 한나라당이 발끈해서 무산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이밖에도 “남북 국방장관 회담, 이산가족상봉 재개 문제 등 11가지 문제에 대해 김정일, 김용순 등을 만나 합의를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북측에서 서울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을 반대해 금강산으로 장소를 결정했다는 것.

박 전 장관은 그러나 1억달러 대북 송금 등 남북 협상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역사, 민족, 통일 위해 진술을 거부한다. 난 잘못이 많은 사람이다”며 말을 아꼈다.

박 전 장관은 다만 산업은행의 현대 4천억원 불법대출에 대해서는 “‘현대를 도와야 한다’는 정책적 지원 의견을 개진했을 뿐 결단코 모르는 일”이라며 “특검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박지원 “새 정부 인수위에서
‘왜 DJ 뒤에 숨느냐’
모멸감 느껴”

박 전 장관은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거론된 모든 게이트에 내가 연루됐는데, 지인들이 미국에 잠시 나가 있으라고 했으나 거부했었다면서 그러나 “새 정부 인수위에서 ‘DJ 뒤에 숨지 말고 당당히 나서라’고 했을 때 심한 모멸감을 느껴 북한산에서 자살하겠다고 생각하고 바위까지 정해 놓았다”고 당시의 절박함을 소회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나는 천주교 신자다. 김수환 추기경이 구치소로 면회 와서 그런 생각 하지 말라고 해서 이제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고 마음먹었으며, 20년 구형을 받았으니 82세까지 내 건강을 지키면서 살겠다”며 “서서 눈뜨고 죽지 무릎꿇고 죽지는 않겠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박 전 장관은 특히 울먹이며 “최근 용천 폭발 사고에 국민들이 모두 지원하는 것을 보고 울었다”며 “나는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임기가 끝나고 나면 DJ 외국 나갈 때 수행하고 코리아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살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지원, “현대 150억원은
정말 아니다. 서서 눈뜨고
죽지 무릎꿇고 죽지 않겠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에서 박 전 장관에게 ‘현대비자금’ 외에 금호, SK 금품 수수 혐의를 추가해 징역 20년 및 추징금 29억6천여만원, 몰수 1백21억4천여만원을 구형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금호, SK 금품 수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현대비자금’ 1백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완강히 부인했다.

박 전 장관은 “‘요시다 회동설’은 이익치가 끝까지 거짓말을 했고, 모든 사람은 프라자 호텔 방에서 만났는데 커피숍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정몽헌 회장도 아닌 이익치에게서 돈을 받을 이유가 없고, 김영완과 가까이 지낸 것은 사실이나 돈을 맡길 이유가 없다”며 “내가 김영완에게서 돈을 받았다면 미국으로 갔을 것이다. 1백50억원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전 장관의 변호인측도 “김영완씨는 수많은 저명인사들과 골프를 쳤지만 여전히 베일에 싸인 인물로 그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김씨의 동반라운딩 인사를 공개했다. 변호인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전현직 국회의원을 비롯, 전현직 검찰 고위 인사, 지방자치단체장, 언론사 사주, 대학총장 등 사회 유력인사가 총망라 돼 있어 한차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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