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매매가 「화」 불렀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나이스 큐 당구장 총격사건 계기로
돌아본 비지니스 매매 실태 보고서

매입자가 1차 책임… 거래는 증거 제일주의로
중간소개·부동산 중개인에 현혹되지 말아야

일시적인 충동매입 자제하고 세금·매상
임금·물품구매 등 서류 우선 꼼꼼히 챙겨야

“믿고 계약했는데… 당했다”
최근 코리아 타운에 화제가 되고 있는 매매분쟁으로 인한 살인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2년전 캄튼에서 운영하던 리커스토어를 35만 달러에 팔았던 N(55)씨도 그 중의 하나다.

지난 봄 교회에서 열린 한 모임에서 집사라고 하는 부동산업자 C씨가 다가와 “밸리 백인거주 지역에 아담한 식당이 있는데 노후대책으로 안성맞춤이다”라고 말했다. N씨는 ‘노후대책’이란 말에 귀가 솔깃했다.

▲ 사진은 중앙일보 제공.

C씨는 “점심이나 먹으면서 한번 보기나 하라”고 해서 따라갔다. 식당 주변은 깨끗했고, 백인 손님들도 말끔한 자세들이었다. 식당에 하루종일 붙어 있지 않아도 된다는 C씨와 주인 K씨의 말을 믿은 N씨는 “매상체크나 해보자”며 한발 들어 섰다. 주인 K씨는 매상장부등과 서류들을 내보이며 “이 동네는 미국인 고객들이라 모든 것을 미국식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에스크로도 45일만에 끝났다.

N씨가 식당을 인수한지 한달 만에 “똑똑한 매니저”가 나갔다. N씨는 “부부가 교대로 보면 되겠지”라며 카운터를 보았다. 두달만에 주방장이 나갔다. 주방장은 “전주인이 가게가 팔리면 새주인이 봉급을 올려줄 것”이라고 했단다. 날벼락이었다. 교회에서 만난 K씨에게 따졌다. K씨는 “올려 줄지 모른다고만 했다”는 소리였다. 3개월 후 식당 건너편 새 쇼핑몰에 N씨가 구입한 식당과 비슷한 레스토랑이 개업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부동산 중개인이며 교회집사인 C씨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1년이 지난 올해 N씨는 K씨가 보여 주었던 매상장부가 엉터리였음을 알게 됐다. 속으로 “믿었던 내가 잘못이지….”라고 한탄했으나 알지못한 분노가 치밀었다. 기자에게 N씨는 “보이지 않는 총이 있다면 쏘아 죽이고 싶은 심정”이라며 “이번 타운의 당구장 사건에 대해 나는 피해자의 심정을 잘 느낀다”고 말했다.

요즈음 부동산 중개인 J씨는 미국인 식당 주인과 짜고 한국인 구매자를 속여 소송을 당할 처지에 있다. 식당을 여러개 갖고 있는 미국인은 한국인이 매상체크를 하는 일주일 동안 자신의 다른 식당 고객들에게 쿠폰을 돌려 팔고자 하는 식당 매상을 올리는 속임수를 썼다. 이 속임수는 한국인 부동산 중개인 J씨가 가르쳐 준 것이다.신문에 전면광고로 나오는 부동산 광고 내용 중에는 사실과 다른 것이 더 많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부동산 중개인의 말만 들으면 모두가 돈버는 업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 법정에 부동산 브로커와 세일즈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들의 대부분이 사기혐의이다. 업체나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을 고의적으로 속여 부동산을 팔았기에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부동산국의 한 관계자는 “한인들은 부동산 피해를 당하고서 부동산국에 해당 브로커나 에이전트에 대한 불평 신고가 최근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인의 제일의 원칙은 성실이고 두번째도 성실이고 세번째도 성실이다”라고 강조했다.

▲ (왼쪽)숨진 신상배씨 (오른쪽)업소주인 신대혁씨.

전미변호사협회 회원인 윌리엄스 변호사는 “일부 한국인들의 부동산 거래 패턴은 미국사회 관행과는 다르게 이루어져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무엇보다 부동산에 대한 기록이 정확지 않으며 비즈니스 거래 보고에서도 탈법을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동산 거래에서 실력있고 신뢰받는 중개인을 만난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햇다.

매매시 관련서류 꼼꼼히…

부동산법과 운영에 관한 전문서적도 출판하고 대기업 컨설팅도 해왔던 김희영 부동산전문가는 “부동산 거래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믿어 보자’라는 사고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재산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서로 믿고 하자”는 식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한국 속담에 ‘부자지간에도 돈계산은 철저하게’라는 말처럼 부동산 거래에서는 법적으로 정확하고 객관적인 판단에서 거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구입자들이 일차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를 구입하고자 할 때 중개인이나 주인의 사탕발림 말에 넘어가지 않는 대책을 세워놓고 나중에 ‘믿으라’라고 김희영 전문가는 당부했다.

일차적으로 지난 3년간의 연방정부와 주정부 등에 제출한 세금보고, 매상보고, 종업원 임금보고 서류 확인 등은 당연한 것이고 이와관련해 대차대조표,손익계산서,물품구입내역과 영수증, 렌트비, 공공요금납부증서 등등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팔려고 하는 사람이 매상을 속였다면 이같은 여러가지 서류들을 꼼꼼히 확인하게 되면 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서류에 문제점이 나타나던가 퍼센테이지를 대비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이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위 한인들이 업체를 사고 팔때 흔히들 하는 ‘현장 매상체크’는 별로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 이같은 ‘현장매상체크’는 업체를 사고자 하는 사람이 주인과 함께 그 현장에서 손님들이 들어 오고 나가는 것을 살펴 보는데 미국사회에서는 잘 통용되지 않고 한인들이 즐겨 한다. 어떤 매매자는 이런 ‘현장매상체크’를 싫어해 사고자 하는 사람은 몰래 업체 근처에서 들어 가고 나가는 손님 수를 계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매상체크에 대해 김희영 전문가는 “심리적으로 안위가 될런지는 몰라도 그 방법으로 매상체크는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매상이란 것은 보통 1년 평균을 산정해서 내놓는 것인데 불과 1주일 정도를 현장에서 체크한다고 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매상은 계절적으로 다르고 주인과 종업원의 서비스 그리고 사회적 경제적 변동 요인도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매분쟁은 다반사

지난 8일 백주 대낮 코리아타운을 뒤흔들어 놓았던 “나이스 큐 당구장”에서의 살인사건은 비즈니스 매매 대금을 놓고 다투다 벌어진 사건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한 명은 중태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께 8가와 아드모어 인근의 나이스-큐 당구장(3388 W. 8th. St. #103 LA))에서 업주 신배혁(44)씨가 전 주인 노기혁(46)씨와 업소 매매를 알선했던 당구장 기술자 신상배(56)씨 간에 비즈니스 매매 분쟁으로 총격사건이 발생했으며 총을 쏜 신배혁씨는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총격을 가한 신씨는 이번 총격사건에 대해 정당방위 총격임을 주장하고 있는데 동기는 비즈니스 매매분쟁으로 평소 다투어 왔음을 나타냈다. 사건 현장 주변사람들은 최근 당구장을 구입한 시카고 출신의 신배혁 씨가 당구장 인수 때 노기혁 씨가 밝힌 매출 명세서와 실제 매상에 차이가 있어 분쟁이 잦았다고 전했다. 또 여기에 업소를 소개했던 당구장 기술자 신씨도 연관되어 문제가 야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업체 인수를 준비하는 사람은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첫 단추를 꿰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뉴스타 부동산 스텔라 양 씨는 “눈에 보이는 매출만 보지 말고 자신의 적성과 비즈니스의 궁합부터 살피라”고 조언한다. 그녀는 “인수를 마음먹은 비즈니스가 있다면 그 업계에서 적어도 1∼2개월 동안 몸으로 부딪치며 비즈니스 생리를 꿰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의 조언 등만 믿고 무작정 뛰어들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년 한인타운에서 타이어 가게를 150여만 달러에 인수한 K모씨. 매상을 살펴보려던 K씨는 가게에 넘쳐나는 고객을 보고 덥썩 계약을 했지만 인수 몇 달만에 사업을 접어야 했다. 당시 고객들은 전 업주가 공짜로 뿌린 50% 할인 쿠폰을 쥐고 왔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인수를 원하는 사람의 매상 확인 기간은 약 2주. 하지만 전문가들은 적어도 한 달 동안 가게문을 여는 순간부터 문닫는 시간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셀러는 물건 가격을 낮춰 매출을 높이는 수법으로 바이어의 눈을 흐린다. 무인 세탁소는 업주가 동전을 가득 세탁기마다 채워 놓기도 한다.

눈으로 매상 확인이 끝나면 전문가에게서 철저한 서류 검증을 해야 한다. 롱비치의 K모씨는 작년 12월께 베트남계 업주로부터 세탁소를 인수했다. 서류를 넘겨받아 검토했지만 실제 매상이 40% 차이가 나자 서류가 조작됐음을 발견하고 고소를 준비중이다. 박재홍 변호사는 “매상 장부 입수 후 꼭 회계사에게 보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변호사 등의 도움을 통해 에스크로 서류상에서 보호 장치를 삽입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구매자에게 가급적 많은 질문을 업주에게 던지라고 조언한다. 비즈니스 인수 후 몇 달이 안돼 동종 업체가 들어오면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1∼2년내 입주 예정인 비즈니스 계획은 시의 개발 부서(Planning Department)에 가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비즈니스 매입에서 성공하려면 전문가를 통해 매매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라”고 말했다.

부동산법과 상법 전문인 잔 송 변호사는 한인사회에 퍼져 있는 ‘묻지마 거래’는 미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비즈니스 매매 분쟁으로 오는 법원에 오는 한인을 보면 미국 판사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짓는다”고 전한다. 2003년 K모씨는 자신에게 사업체를 넘긴 한 전 업주를 상대로 사기 등을 이유로 고소했지만 패소했다. 당시 배심원은 과장된 매출을 믿고 업소를 구입한 K씨에게 책임이 있고 전 업주가 고의로 매출을 조작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2003년 초 다이아몬드 바에서 16만 달러에 즉석 사진관을 인수한 또 다른 K모씨는 전 업주와 법률 싸움에서는 이겼지만 손해만 보고 사진관을 처분해야 했다. K씨는 한 달 수입이 1만8000달러란 전 업주의 말을 믿고 사진관을 인수했지만 수입이 반에도 미치지 못 하자 전 업주를 고소했고 전 업주의 세금보고서를 증거로 배상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경영 악화를 못 이긴 K씨는 구입액의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사진관을 처분해 버렸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허술한 계약서와 엉성한 매매 과정 때문에 발생한 비즈니스 매매 분쟁의 70~80%는 합의로 해결된다. 전 업주로부터 속아서 샀다고 믿는 구매자와 현 업주가 영업을 잘못하고 책임을 미룬다고 믿는 전 업주나 불법 계약서 작성에 따른 탈법 사실이 법원에서 드러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2002년 한인타운 내 비디오 가게를 팔려는 C모씨는 E-2 비자로 미국에 온 구매자가 빨리 팔 것을 요구하자 매매 가격의 30%를 현찰로 달라고 요구했다. C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현찰을 받고 서류를 조작했다. 매매에 따른 분쟁이 생겼지만 두 사람은 탈세에 대한 부담감은 두 사람 사이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데이나 문 변호사는 “속아서 가게를 샀다고 억울해 하는 사람도 불법 현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인들의 편법, 탈법 거래는 결국 본인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콜드웰 뱅커의 데이빗 장 부회장은 “싼 가격에만 거래를 이끌어 내려는 한인들의 욕심이 화를 부른다”며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전문 업자 등 전문가와 상담 후 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인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