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전 국회의원의 한국으로부터의 6번째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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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절망하고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라”

자살율 최고·출생율 최저·서민살림 엉망·국제 신뢰도 추락

거짓말 정부… 희망없는 나라

추락하는 경제 외환위기때보다 더 심각한 사태
살기도 어려운데 정치는 대립·갈등 편가르기

친북 반미주장 공공연히 주장하면서
현정부 친북세력 용납할 수 없다니

“살림살이 힘겨운데
정부는 무엇을 하나”


젊은이들이 애를 낳으려 하지 않고 자살하는 사람이 지난해에 1만 명이 넘었다. 노무현 정권의 한국은 지금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경제는 갈수록 위태로워 지고 1997년 말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살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믿지 못하겠고 여야 가릴 것 없이 우왕좌왕하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은 표현하기도 지쳤다는 분위기다.

9.11 이후의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가 살아가는 지혜를 짜내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모아도 어려운데 권력이 나서서 대립과 갈등을 키우는 편가르기를 부채질 한다. 남북한은 모두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북은 미쳤고 남은 희망이 없다.” 한국의 한 지식인이 최근 미주의 강연에서 한 이 말이 심한 표현으로만 들리지 않을 만큼 한국의 현실은 심각하다.

희망을 가지라지만

“많이 힘드시겠지만 여러분, 희망을 가집시다. 나아질 것”이라는 대통령의 추석 라디오 방송은 “ ‘추석 대목이 없다’ ‘추석상 차리기가 너무 빠듯하다’ 이런 말들을 들으면 제 마음도 한 없이 무겁다”로 이어졌다. 그는 “지금 모든 역량을 집중해 경제 회복에 힘쓰고 있고 그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지만 겨울도 오기 전에 벌써 얼어붙은 민심을 녹일 만큼 따스함이 배어 있는 말씀은 아니다.

오죽하면 경제부총리가 이례적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이렇게 힘겨운데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 다음 추석에는 올해의 어려웠던 살림을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하는 글을 냈겠는가!

지난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수가 1만1천 여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률 24명으로 통계청이 사망원인 통계조사를 한 이래 10배나 급증한 것으로 10년 전인 1993년보다 10.6명이 늘었다. 하루에 30명이 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정부의 통계이니 놀랍다. 이런 현상은 경기침체에 따른 생활고와 사회적 스트레스의 증가, 노후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의 실직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취업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20,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로 밝혀진 것이다. 희망을 가질 수 없고 생활이 어려워 이렇게 많은 국민이 자살을 택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청사진도 없이 “경제가 좋아질 테니 기다려라”는 최고 권력자의 말은 공허한 주문(呪文)으로 들릴 뿐이다.

아무리 어려워 목숨을 끊는 사망자가 많아도 출생자가 더 많으면 그 나라는 희망이 있다. 그런데 자녀를 기르기가 너무 힘들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부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2002년의 합계 출산율이 사상 최저인 1.17명이라는 통계청의 발표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되면 인구가 줄고 나라가 활력을 잃으면서 쇠락의 길을 가게 된다. 그러므로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지역이 수십 개로 늘고 있다는 통계는 미래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이런 판에 명절이
즐거울 수가 없다.
경제는 추락하고 있다


그래도 모든 노력을 경제를 일으키는데 바쳐도 모자라는 형편임을 정권 담당자가 알고 있다고 말이라도 했다는 점은 일단은 다행이다. 경제가 어려울 뿐 아니라 미래의 전망도 암담하다. 일부의 편견이 아니라 공신력 있는 국제 금융기관의 분석이 그렇다.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8.3%에서 8.8%로 높여 잡는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은 그런대로 예상보다 나은 성장률이 기대된다고 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8%에서 4.4%로, 내년 전망치는 5.2%에서 3.6%로 낮추어 잡았다. 한국은 내년에도 희망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하고,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 경제적 효율성과 생산성에 개혁의 초점을 맞춰야” 한국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쉬운 말로 하면 기업들을 죄인 다루듯 하지 말고 돈을 꺼내 투자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잘 되게 하라는 말이다. 케리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기업을 조장하는 민주주의(entrepreneurial democracy)를 하겠다고 연설한 것도 일부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면서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의욕을 북돋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기업인들의 의구심은 케리 후보에 대한 그것보다 더 할 테니 오늘 한국 경제의 형편에서 그가 러시아 방문길에 “경제는 결국 기업이 한다. 기업이 잘 되면 경제도 잘되고, 경제가 잘 돼야 정치도 잘 된다. 기업이 잘 되게 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는 생각이 나와 보니 더 실감이 난다”고 한 것은 늦었으나 안 한 것보다는 낫다.

그러나 이렇게 말은 그럴 듯 하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게 이제까지의 문제였다. 그러므로 ADB가 권장한 정책에 대한 신뢰에 앞서 대통령 자신에 대한 신뢰를 확립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겠는가?

정직하지 못한 정부

정부가 정직하지 못하면 신뢰가 무너진다. 그리고 한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따라서 최근에 나라와 정부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은 큰일이다. 화학무기의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시안화나트륨을 태국에서 적발당한 것 말고도 작년에 중국을 통해 북한에 수출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마지못해 밝히자 정부가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수출한 한국 기업은 그것이 북한에 간다는 사실을 알면서 중국으로 수출했다고 시인했는데 이적성은 없다고 판단해 국가보안법은 적용하지 않고 대외 무역법 위반으로만 처벌했다고 한다. 정부가 어째 이 모양인가, 통탄할 일이다.

핵 물질 실험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 2차 사찰단이 온 것도 별 것 아니라는 한국 정부의 설명을 믿지 못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제적으로 나라의 신뢰도를 추락시킨 것이다. 과학자들이 연구 목적으로 실험한 것이고 정부나 대통령은 몰랐다고 변명했지만 비용이 한 두 푼 드는 일인가? 또 왜 하필 1982년의 플루토늄실험으로부터 18년이나 지난2000년 1-2월에 우라늄 농축실험을 했는가?

그 해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5억 달러의 현금도 준 한국에 대해 우라늄을 북과 뒷 거래하지나 않았을까, 농축기술을 북한에 제공하지나 않았을까 국제사회가 의혹을 가질 법하다.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 끈을 맨 격이니 말이다. 국제 조사단은 충북 괴산의 우라늄 광산까지도 다녀갔다. 그들이 한국을 이렇게 못 믿는데 우리는 정부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이런 판에 대통령이 북한 핵은 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 것은 누구를 위한 변명인가?

그것도 하필 러시아 방문 3일째인 9월 22일 모스크바 메트로폴 호텔에서 동행한 기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지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는 한 우리가 조급할 이유가 없다. 북한이 (4차) 6자 회담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대선 시기라는 점도 중요한 이유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을 내 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라고 했다.

남북이 함께 국제적 의혹의 대상이 되어 있고 미국과 일본이 북핵과 관련하여 시간을 잃고 있다고 얼마 전에 걱정했는데 한국 대통령으로서 불신을 자초하는 안이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북한 핵을 남의 일처럼 논평하듯 말하면 동맹국이 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얌체 짓 하는 정권

정치는 바르게 해야 한다. 시정잡배 같은 야바위 짓을 하면 안 된다. 권력의 단 맛은 누리면서 부담은 남에게 지우면 나라의 기강이 설 수가 없다. 신뢰도 무너지고 정권은 비웃음 거리가 되고 만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 당직자와 당원 100여명이 9월 24일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지난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당시 민주당후보의 홍보물 제작비용 등으로 진 40억원에 달하는 선거 빚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갚으라는 주장이었다. 그들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대통령 당선과 그에 따른 집권의 권력은 가져가면서 그 빚은 그대로 남은 자들에게 떠 넘기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일인가” 란 내용의 공개 질의서도 냈다. 그 빚으로 국고보조금을 압류 당해 월급도 못 주었다니 딱한 일 아닌가!

참으로 애들이 들을까 겁나는 사연이다. 한마디로 얌체 짓을 하고도 모른체하고 있는 것이다. 구태를 벗어나겠다고 개혁을 말하면서 협잡의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돈이 없으면 파산절차라도 밟아 법 절차에 따라 당당하게 빚을 정리해야 옳지 엉뚱한 쪽에 빚을 떠넘기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해도 모른체하면 국민들이 정치인들을 어떻게 볼까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겁까지 주는 협박정치

비난을 받으면 자기를 돌이켜 보기 보다는 권력을 휘둘러 겁주는 것은 바꾸기 어려운 권력의 속성인 모양이다. “근거 없는 주장, 불법.폭력행위를 정부가 무한정 허용하면 국가 기강이 무너진다. 앞으로는 불법·음해 행위에 엄정 대응해 국가기강을 바로잡아 나가겠다.” 1970년대 유신독재시대 말씀 같지만 이른바 “참여정부” 총리의 말이다.

그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쪽에서 현 정부에 대해 ‘친 북·반미·좌익 정권’이라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데 과거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 인사가 탄압 받던 때 사용 됐음 직한 극단적 언사가 참여정부를 두고 사용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오자 현 정부를 친 북 세력인양 호도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마 호도는 오도를 잘못 쓴 것이리라. 요즈음 호도와 오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띄니까. 그러나 권력은 반대파에게 “꼴통” 이란 상스러운 말까지 동원해 욕을 퍼부으면서 말조심을 부르짖으니 앞 뒤가 맞지도 않는다.

엄정대처는 과거 권력이 겁줄 때 쓰던 말이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수도이전 문제를 두고 관제시위 논란을 벌이며 말이 험해졌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여권의 공세에 대해 “잘못 건드렸다. 이젠 나도 할 말을 해야겠다”며 반격에 나서자, 열린우리당이 추석 연휴 첫날인 9월 25일 “대권에 눈먼 고삐 풀린 망아지”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서울시장도 정치인인데 야심이 있으면 죄악인가? 공직자보고 게다가 망아지라니 한심한 말씨다.
집권당은 협박보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라. 국민은 희망을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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