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외환거래의 실태 “환치기” 나라가 망하고 있다

이 뉴스를 공유하기

정치불안… 경제불안… 정세불안…
너나할것 없이 “달러 환치기”

본보에서 누차 보도했던 불법 외환거래의 대표적인 실례로서 파악되어 온 일명 ‘환치기’의 적발 건수가 본국에서 엄청나게 늘어나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 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국 알짜 기업들의 무분별한 해외투자로 인한 자본유출에 이어 그 출처를 알 수 없는 불법 음성자금의 해외불법 유출에 이르기까지 환치기는 모든 불법 자금 유통의 일조를 해 왔다.

▲ 본국 정치불안이 지속되자 중상류층 중심으로 ‘환치기’를 통한 외화도피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그 도를 지나쳐 중 상류층들의 소규모 자본유출 러시에도 환치기 수법이 도용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너도나도 재산이 있다 하면 자금을 해외로 못 빼돌려서 안달이다.

올들어 9월까지 적발된 불법 외환 거래건 수만해도 1356건에 29억 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963건,11억 7천만달러)에 비해 건수로는 40%와 액수로는1.5배가 늘었다. 이 가운데 은행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수수료를 받고 불법으로 외화를 빼돌리는 환치기는 398건, 14억 달러에 달했다.

전체 외환 유출의 50%나 된다. 전년동기(183건,1억 천만달러)에 비해 건수는 2.2배, 금액은 무려 11.6배로 늘어났다.

강신호<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라스베가스 도박자금 부동산 구입자금 대부분 환치기 이용
수출후 미지급금 핑계 결손처리… 환치기 통한 불법 결제

▲ 환치기 흐름도.

환치기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돈의 거래는 있지만 기록이 남지 않는 것이다. 환치기는 외국환은행을 통해 정상적으로 돈을 외국으로 보내거나 외국에서 받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불법이다. 쉽게 말해서 외국의 수출업체 A사와 국내의 수입업자 B사가 거래를 한 뒤 외국환은행을 통해 물품대금을 주고 받지 않고 각각 현지에 개설된 환치기 계좌를 통해 입 출금되는 방식이다.

국가 간에 외화가 오고 가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필요한 돈을 주고 받는 것이다. 외국에 유학간 자녀들을 위해 환치기 계좌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은행을 이용할 때보다 송금수수료도 더 싸다. 이러한 방식으로 보낼 경우 변칙적으로 많은 돈을 송금할 수도 있다.

유학자금을 변칙적으로 환치기 계좌를 통해 보내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해외 부동산 구입을 비롯해 마약·도박·밀수 등을 위해 환치기 계좌를 악용하는 것이다. 수출 및 수입업자들이 환치기 계좌를 통해 거액을 빼돌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본국 정부는 보고 있다.

카지노 급전은 모두 다 환치기

평소부터 라스베가스나 동남아로 원정도박을 즐기는 김 사장은 견실한 중소기업의 사장으로 해외 비즈니스 출장이 잦다. 이번에도 물품 수출 건으로 LA로 출장을 오게 되었는데 계약이 끝나자 여느 때처럼 김 사장은 라스베가스로 향했다.

김 씨는 가져온 5천 달러에다 신용카드로 받은 현금서비스를 다 쓰고도 카지노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어 현지브로커에게 급전을 요구했다. 현지 브로커는 김씨의 사인과 함께 수만 달러를 칩으로 받을 수 있었다. 김씨는 한국회사에 전화를 걸어 두 시간 만에 무역 잔금 처리 건으로 수만 달러를 LA 유령 회사인 K holdings(가명)로 입금시켰다.

이렇듯 수출을 하고 받을 무역대금을 중간에서 도박, 비자금 등으로 대부분 LA 현지에 남겨 둔다. 예를 들면 김 사장이 10억 달러어치 상품을 수출했다면 5억 달러어치만 판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나머지 5억 달러는 해외에서 환전 업자 등 현지 브로커들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환전업자는 이렇게 모은 외화를 도박·마약업자에게 팔아 넘긴다. 이처럼 외화 밀반출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적발된 액수는 지난 96년 14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39억 달러 대에 이를 정도로 급속히 늘고 있다.

또한 사례를 살펴 보자. 한국의 물품 수출업자인 달러가 필요한 A와 본국의 투자 건으로 원화가 필요한 B는 사업상 서로 잘 모른다. 하지만 브로커 C는 이 둘을 아주 잘 안다. 이들 사이에서 연락을 오가며 B에게는 자금출처가 확실한 원화를 A에게는 외국에서 돈세탁이 필요한 달러화를 공급해 준다.

아무런 문제없이 신속하게 돈을 주고 받는다. C는 돈세탁이 필요한 자금을 해결해서 좋고, A와 B는 외환거래법상 세금을 떼지 않아서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이 과정에서 C는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보통 불법성의 정도와 얼마나 많은 액수가 오고 가느냐에 따라 0.1%에서 심하게는 5%까지 받는다.

때는 바야흐로 황금만능주의의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그런 시대다. 이런 돈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무소불위의 대접을 받는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의 발달은 세계의 모든 은행이 전산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이런 돈에게 날개를 달아 주었다. 이런 전광 석화같은 돈의 흐름을 과연 한국 정부가 혼자서 막아 낼 수 있을까?

보통 마켓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재화를 넘겨 받는 조건으로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건넨다. 이 과정에서 물건을 받았다는 증표로 영수증을 건네 받는다. 영수증은 서로의 계약이 잘 이루어졌다는 일종의 간이 계약서인 셈이다. 하지만 현금으로 계산을 받고 영수증을 찍지 않는다면 이는 IRS도 세금을 추징하기 어려워 진다.

한마디로 돈이 어디로 흘러 갔는 지 알 수가 없다. 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서로 돈은 주고 받았지만 남은 기록이 없다. 고로 세금도 없다.

환치기를 통한 돈 다 어디로가나

▲ 올해들어 ‘환치기’ 적발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본국의 자체조사 결과, 재산도피 사범도 11건, 5백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건,1억 5천만 달러)보다 액수는 줄었지만 건수는 급증했다. 환치기의 대상이 상류층에서 점점 중산층으로 내려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불법 외환거래의 대부분은 환치기를 통한 외화유출로, 해외부동산·골프장 매입 등에 주로 사용 된다.

본 보에서는 이와 관련되어 유력 정치인, 또한 그들의 자금 관리책, 도피 기업인들과 그들의 자식들을 언급 한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람 가운데는 이름이 알려진 호텔 사장, 부동산업자, 중소·중견기업 사장은 물론 공무원도 끼어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한 관세청 관계자는 “1998년 외환거래 자유화 이후 체계적인 자금흐름 감시가 이뤄지지 못한 가운데 최근 들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드리워지면서 국내자금의 불법 해외유출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본국 은행원 해외 부동산 구입에 앞장서

본국의 모 은행 지점장 S씨(49)는 개인사업자인 장인 K씨(65)의 부탁을 받고 환치기업자를 통해 5억원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처남에게 불법송금, 미화 47만달러 상당의 2층짜리 주택을 구입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환전상 K씨(45)는 무역업자를 상대로 불법으로 외화를 팔아 이들이 수입가격을 저가로 신고하는 수법으로 세금을 빼돌리도록 방조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작년까지는 수출입물품 대금을 지급하거나 관세를 포탈하기 위해 환치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재산도피나 자금세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면서 “이런 사례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감원도 조사나서
그 실효성엔 의문

한 무역업자가 수출거래시 당사자가 아닌 환치기 브로커를 통해 불법으로 수출대금을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감독원은 지난 1년 동안 해외에 10만 달러 이상을 송금한 내역을 국내 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 정밀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 은행은 거액의 해외 송금자가 무려 2만 명에 이르고 있어 감독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다른 대부분의 은행들도 강남 지역의 지점 등을 이용해 송금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자료를 정밀분석 중이라 현재로서는 불법 송금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불법 해외송금 의심자로 드러나더라도 송금된 돈의 이용처를 자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국세청 등으로 넘겨 세무조사 등을 통해 출처와 이용처 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주변에서는 은행이 불법 해외 자산 반출을 원하는 고객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다른 외국계 은행 등으로 거래처를 옮길 것을 우려해 이를 묵인하거나 지원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고객의 불법 해외 송금 과정에서 은행측이나 브로커 등이 상당한 커미션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거액의 해외 송금의 경우 은행의 협조나 묵인이 없으면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같은 일은 국내 은행들만 해당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