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탈북자 미국망명 실패는 예정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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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북한인권법’이 부시대통령의 서명을 앞둔 시점에서 2명의 탈북자가 최초로 미국망명을 신청하려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 동포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실패에 대해 한 북한 문제전문가는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뉴욕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L씨는 15일 “이번 사태는 망명의 ABC를 모르는 사람들이 저질른 실수가 첫번째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망명은 모든 것이 완료된 이후에 알려지는 것이 상례“라면서 “망명계획이 사전에 언론을 통해서 알려질 때부터 나는 우려해 왔다”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2명의 탈북자 망명계획은 이미 미주 한인사회에서 2-3일전부터 한인신문과 라디오 그리고 TV 방송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15일자 중앙일보 본지에 게재된 시사만평에는 평양에서 몽골 북한대사에게 “망명자 체포하지 못하면 ‘아오지’ 알지”라는 대화가 소개됐다. 몽골에서 미국망명을 꾀하는 탈북자 체포사건을 두고 그린 만평이다.

이 같은 만평을 보더라도 이번 망명계획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성 진 [email protected]

망명 기획단체 기획력 부족·미주한인언론 성급한 보도
신중치 못해 실패자초

망명계획 사전에 언론통해 대대적 보도로 몽골정보부 ‘낌새’

일부에서는 남한정부·북한정부와의 음모설 제기
북한 인권법 통과 반대자들 후속사태 우려 목소리

한국정부, 몽골정부와 인도협상 “금년내 한국행” 가능성 점처져

▲ 2명의 탈북자가 미국망명을 하려다 실패한 일을 두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004 Sundayjournalusa

지금까지 미국망명에 성공한 많은 망명자들은 사전에 망명계획이 알려진 예가 없었다. 일단 망명이 성공했더라도 언제 어떻게 망명을 했는지도 미국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다. 신상옥,최은희 부부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에 망명했을 때도 한참 후에야 언론에서 보도했다.

일부 미언론은 당시 신상옥 부부의 탈출계획을 사전에 인지했으나 보도를 미뤘다. 일본의 일부 언론도 사전에 탐지했으나 신상옥 부부가 완전히 미국땅에 들어왔을 때 보도했다.

미국망명을 계획한 탈북자 정성일(35)와 장선영(여·42)씨는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 KAL편으로 LA국제공항에 도착해 미이민당국에 망명신청을 할 예정이었다.

이들은 미국 서부시간 14일 몽골의 수도 우란바토르 공항에서 새벽 0시 20분 대한항공편에 탑승해 한국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LA로 향할 계획이었다. 이들의 망명계획은 재미탈북난민협회(회장 金용)측과 중국과 몽골에서 활동하는 탈북자인권단체들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북한 인권법안 일지.

한편 몽골의 탈북자지원단체는 현지시간 지난 14일에 미국에서 탈북자 망명계획이 사전에 누출됐다는 연락을 받고 강행여부를 놓고 관계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미국현지의 한인언론들이 경쟁적으로 2명의 탈북자 미국망명계획을 보도해 탈북자들의 안전이 극도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논란 끝에 이미 탈북자 2명이 몽골내 안전가옥에 있고 항공기가 대한항공기이기에 일단 기내에 탑승하게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만약 연기할 경우 망명계획이 보도된 마당이라 안전이 심히 우려되어 할 수 없이 강행쪽으로 선회했다는 것.

그러나 이들 관계자들이 모르는 사항이 있었다. 몽골과 한국간의 항공협정에 따르면 한국국적기가 비록 몽골 공항을 이륙했더라도 몽골 영공내에서는 언제든지 귀항명령을 내릴 수가 있다. 또 탑승수속을 마쳤더라도 언제든지 기내검색을 실시할 수 있고 문제가 있으면 승객들을 별도로 조사할 수 있다.

또 몽골이 비록 한국과 북한과 모두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아직도 더 긴밀하다. 몽골은 공산국가이다. 현재 미국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어 북한측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시기적으로 매우 민감한 때였다.

탈북자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히 탈북자 2명 중 한명인 장선영씨가 金정일의 집안사정에 많은 내용을 알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상식적으로 볼 때도 북한측이 방관할 수 없는 처지였다”면서 “북한측이 몽골정부에 대해서 최소한 미국망명사태를 막아달라고 협조를 요청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자인권단체 관계자는 “이번 망명계획을 한국정보 당국이 북한정보당국에게 누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북한측에 신경을 거슬리지 않게 하기위해 미리 정보를 흘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면서 “남한정부 자체에서도 ‘북한인권법’ 통과를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분석은 ‘적어도 현시점에서 미국망명계획을 실패로 만들어 후속사태를 막아보자는 음모가 있다’는 것이다.

실지로 이번 2명의 탈북자는 탑승수속을 마치고 통역자와함께 기내에서 이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륙전에 보안관이 기내에 들어와 바로 장씨와 정씨에게 다가와 “여권을 보자”면서 압수한뒤 연행해 갔다. 그 여권이 위조라는 사실을 누군가가 몽골 당국에 알려주었다는 이야기이다.

YTN 보도에 따르면 이번 망명을 추진해 온 재미탈북난민협회 김용(59) 회장은 정씨와 장씨가 현지시간 15일 오전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공항에서 인천행 대한항공기에 탑승해 이륙을 기다리던 중 갑자기 나타난 보안요원들에 의해 전격적으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정씨와 장씨가 LA 공항에 도착해 망명을 신청할 때 통역을 맡을 일행과 함께 기내에서 대기하던 중 몽골 보안요원들이 들어와 두 사람의 여권을 압수한 뒤 이들을 항공기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역을 맡은 한국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예정된 항공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LA에서 망명신청을 한 뒤 최종목적지인 멕시코로 가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망명을 계획했던 정성일씨는 내과의사로 김일성 사망 장례기간에 술을 마신죄로 정치범수용소에 투옥됐으며, 가족들이 평안남도 순천으로 강제이주 당한 뒤 북한 당국의 감시를 받아오다가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선영씨는 춘향전 ‘사랑 사랑 내 사랑아’에서 춘향역을 한 공훈배우 장선희의 동생이자 국영 무역회사 간부의 아내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가계에 대해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8~9월 중 북한을 떠나 미국 LA공항에 도착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었으며, 지난 4일 미국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놓고 있는 북한인권법안 통과 이후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아왔다.

재미 탈북자난민협회측은 이번 두 탈북자의 체포는 미주지역의 친북인사의 제보나 몽골 당국의 추적 그리고 국제전화의 교신내용 도청 등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협회측의 설명에 대해 한 관계자는 “버스 떠난뒤 손흔드는 격이다”면서 “망명을 계획하고 지원하는 단체가 망명자의 신분을 노출시키고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자랑하듯 소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언론들도 시시콜콜하게 망명계획을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안전을 극히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면서 “미국 언론들은 이런 보도에 대해서는 일단 성공한 뒤에 보도하는 관례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종에 눈이 먼 언론들이 신중하지 못한 자세”라고 꼬집었다. 이번 망명계획의 실패는 일부 탈북자단체들의 실적 쌓기 경쟁에서 비롯된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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