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의 막말… 노정권 종말의 서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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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식 선전 수법에 재미들린 노정권
오만과 아집으로 가득찬 말장난 정치꾼

여당의 공세적 정국운영에
야당 서툰 대응전략 비난

야당은 총리사과뿐 아니라
대통령 퇴진 요구했어야


“총리의 막말”은 노무현 정권 비극의 서곡일까? 계산된 싸움 걸기일까? 발언으로 국회가 마비된 후 총리가 여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이 근거 없이 정부와 여당을 좌파라고 공격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 데 대해 먼저 사과하면, 나도 유감을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한 것을 보면 야당의 공격에 나름대로 분을 참지 못해 튀어나온 말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상당한 계산이 있어 한 말이라면 그런대로 한나라당을 먹칠하는 효과는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심이 너무 악화되어 먹칠효과보다는 원성과 정치혐오를 가중시키는 역효과가 더 큰 게 문제지만 말이다.

<이신범 前 의원의 '한국으로 부터의 통신'>

판사출신 노무현 대통령, 계산된 수도이전 발표
위헌소지 사전에 알면서 충청표 의식한 선거공약

헌정질서 위협하는 권력

노 정권은 위기의 근원을 짚어 풀기 보다는 타도대상인 쪽과의 대결국면을 조성해지지층을 결집시켜 위기를 타넘어 왔다. 총리의 야당 폄하 발언은 이런 선전 선동전략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전형적인 낙인찍기(name calling) 수법이다.

그러나 탄핵 때와는 민심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수법은 정권의 비극의 서막이 되고 말 형국이다. 탄핵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던 다수가 수도 이전 위헌판결은 잘 한 일로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무시하고 친여세력이 계속 헌법재판소를 공격하는 것과 아우러져 권력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역효과가 날 따가운 민심을 모르는 것 같으니 그렇다.

차떼기당과 꿀꺽 대통령

▲ 이해찬 국무총리.

총리는 “한나라당은 지하실에서 차떼기하고, 고속도로에서 수백억 원 들여온 정당 아니냐. 그런 정당을 좋은 당이라고 할 수 있나” 라고 정면으로 비난했다. 행정부를 대표하는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입법부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정당을 대놓고 비난하는 공식 발언을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정기국회 예산심의를 앞두고 야당을 국회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게 했다는 점에서 1971년 12월의 정치파탄이 오는 것 같은 불길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그 해 정기국회 폐회를 앞두고 박정희 정권은 국가보위특별조치법을 반대하는 야당과 노동조합을 대놓고 협박했다.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회의 존재를 재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담화는 노골적인 의회무용론이었다. 그리고 법이 통과되고 다음해 10월 17일 유신이 선포되고 헌정은 파괴되었다.

이른바 4대 ‘개혁’입법에 당 운을 걸다시피 하며 밀어대는 기세와 총리의 막말은 대통령의 의회 관을 반영하고 있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설혹 잘못이 있더라도 그것은 기득권세력을 이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정당화될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나오는 우월의식이다.

하필 이런 때에 평통 수석부의장 자리에 대선자금 10억 원을 한화로부터 받아왔다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벌금형을 받은 인사를 임명한 것이 단적인 예다. 얼마 전에 수석부의장이 정치자금 물의로 그만두었는데 더 많은 정치자금을 만진 인사를 그 자리에 임명한 것이다. 공직에는 기강과 원칙이 서야 한다. 새로 임명된 사람이 성직자 출신으로 존경 받을 점이 많다고 해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문으로 다선 의원 출신이었던 먼저 인물을 자른 이유가 그에게는 왜 적용되지 않는지 한마디 설명도 없이 공직을 하사품으로 여기는 처사이다.

한나라당이 차떼기당이면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쓰고 당선된 대통령도 같은 비난을 받아야 한다. 불법자금을 꿀꺽했던 당이나 후보라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죄가 없단 말인가? 한나라당 후보는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났는데 자기는 권좌에 앉아 총리의 입을 빌어 야당을 비난해도 되는가?

나치스 식 낙인 찍기 선전수법

미국의 선전분석연구소(Institute for Propaganda Analysis)는 1937년에 나치스의 선전수법을 7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낙인찍기, 화려한 추상어, 전이(transfer)의 수법, 증언수법, 카드놀음(정보의 선택적 제시) 수법, 악대차(band wagon) 수법, 평민가장 수법으로 연구소가 분류한 이런 반이성적인 선전방법 중의 하나가 낙인찍기이다. 말장난 수법으로 선전대상을 부정적인 상징에다가 연결시키는 선전술을 일컫는 용어이다.

노 대통령의 불법자금은 물타기 하면서 한나라당을 차떼기당으로 낙인 찍어 집권 측은 총선에서 큰 재미를 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차떼기당이라는 부정적인 용어에 한나라당을 결부시키는 낙인찍기 수법을 거듭하여 확실하게 대중의 머리 속에 몹쓸 당이라는 저주를 새겨 넣었다.

사실 차떼기로 정치자금을 받는 일은 구 여당 민주당의 실세였던 권노갑씨가 압구정동 뒷길에서 차떼기로 자금을 받은 것이 효시이다. 재판과정에서 재판부는 돈과 같은 무게가 나가게 종이를 가득 채운 상자들을 차에 싣고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나 현장검증까지 했다. 차가 무거워 언덕을 올라갈 수 없으므로, 돈을 차째로 주었다는 기업 측의 진술을 탄핵하려고 한 변호인의 주장을 검증했던 것이다.

그런데 차는 지장 없이 달렸고 민주당 권 고문은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리고 권 전 의원이 차떼기로 받은 돈은 상당부분이 당시 집권당의 정치자금으로 쓰였으므로 그 당 소속으로 출마했던 대통령이나 총리도 그의 차떼기에 연좌제적 책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데 집권여당의 인사들은 차떼기 정치자금과 관계된 인물로 비난 받지 않고 도리어 한나라당 사람들이 차떼기당의 책임을 독박 쓰고 있다. 선전술에서 집권 측이 뛰어나고 집요한 탓이다.

야당의 서툰 대응전략

대응전략이 부족하고 공세적 정국운용에 서툰 탓에 야당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지고도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총리에게만 사과를 요구하기보다 이렇게 대응했으면 어땠을까?

그래, 차떼기는 잘못됐고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가 정계를 떠났고 처벌을 자청해 검찰청에 갔었고 당간부들이 지금도 감옥에 있다. 그렇다면 너희들의 대통령은 거액의 불법자금을 쓰고 당선되었는데도 책임이 없는 듯이 뻔뻔스런 꿀꺽 대통령이다.

당시 선대위원장이던 정대철 전 대표만 추운 감방에 가두어 두고 나머지는 깨끗한 체하고 죄짓고도 청와대 따뜻한 방에서 자는 위선자들아, 사과하고 대통령직 하야해라.

이러고 국회를 뛰쳐나와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당을 역공하고 너희들도 책임이 없지 않은 압구정동 차떼기부터 사과하라고 하며 총리의 파면에 그치지 말고 더 나아가 대통령의 퇴진과 정계은퇴를 요구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체질의 야당이니 여당의 선전술에 말려든 면이 있다.

비극적 종말의 서곡 울리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야당이 저항하더라도 설득하고 달래서 야당이 참석한 가운데 다수결로 법을 만들어 국정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여당이 나서서 야당을 약 올리고 자극하여 내쫓고 있는 희한한 광경을 보면 헌정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질 않는다. 1971년 12월 국회와 야당을 협박했던 대통령의 독재망령처럼 대통령과 집권당은 이제 기성세력을 모두 무너뜨리겠다는 문화혁명 식 사명감으로 눈을 가렸는가?

그렇다면 총리의 막말은 여당의 낙인 찍기 선전술의 또 한번의 승리가 아니라 정권의 비극적 종말을 예고하는 서곡이다.

‘이 총리 사과 표명’ 여권에서 추진

▲ 이해찬 국무총리의 ‘막말문제’가 일파만파로 여야간 대치를 이끌어 내고 있다.

열린 우리당이 국회 파행사태 수습책과 관련, 이해찬(李海瓚) 총리가 이르면 금 주말께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총리는 이르면 금주 말, 늦어도 내주초쯤 자신의 유럽순방 및 국회정치분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이뤄진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대해 공식석상을 통해 유감의 뜻을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 핵심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국회 정상화 방안으로 총리가 한나라당에 유감표명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며 “유감표명의 내용은’총리로서 심려와 함께 오해를 빚은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국회 운영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이전 위헌 결정에 따른 국정 운영의 어려움이 이 총리의 발언으로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당은 또 총리의 유감표명 외에 카드대란을 비롯한 이른바 ‘6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국책사업 및 정부기관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등 국회운영과 관련한 한나라당 등 야권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당은 이날 이 총리와 이부영(李富榮) 의장,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간의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러한 내용의 국회 정상화 방안을 집중 검토했으며, 이미 한나라당 측에도 의향을 일부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당 핵심당직자는 “한나라당이 우리들의 정상화 제안을 거부한다면 최후의 수단인 단독 국회를 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리당 제안에 대한 한나라당의 수용 여부가 국회 정상화의 관건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내 소장개혁파 그룹인 ‘새 정치 수요모임’이 1일 오후 모임을 갖고 “국회활동이 복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이를 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한편 천정배 대표의 일부 참모들은 “사고는 총리가 치고, 수습은 왜 우리가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천 대표 자신도 31일 국회에서 만난 일부 기자들에게 “과거 총리가 국회를 파행시킨 사례가 있었느냐”, “우리나라 여야 관계는 내각이 사실상의 여당인 영국과는 다르다”고 했다. 천 대표는 1일 의원총회에서 “야당과 대화하며 토론하고 존중하겠다”고 하는 등 요즘 ‘야당과의 협상’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러나 여권 핵심관계자는 “이 총리가 사과 표명을 하려면 한나라당이 ‘좌파정권’ 운운하는 정치적 공세를 중단하겠다는 약속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이 총리의 사과 표명과 한나라당의 정치공세 중단 약속이 동시에 이뤄지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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