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노무현의 ‘惡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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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범 前 의원의 한국으로 부터의 통신

엇박자 한·미 관계 긴장국면도립… 노정권 선택의 기로
부시 「재선」… 노무현 「곤경」

외교·안보·국정원 수내부 전면교체만이 해결책
북핵 해결없이는 남·북관계 돌이킬수 없는 파탄

부시, 김정일 제거에 사명감 “대화 거부”
대통령 재선직후 북핵문제 해결위해 속도

김정일 말만 나와도 부시 “창자가 뒤틀린다”반응


부시의 재선으로 노무현 정권이 난처하게 되었다. 4년간 알고 지낸 현직이 재선되면 반가워 해야 하는데 한국의 일부 친여 언론과 여당의 핵심에서 선거결과를 못마땅해 하는 것을 보면 한미관계가 긴장국면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이제부터 대 북한 정책에서 미국의 주도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주도의 대북압박에 협력할 것인가 아니면 엇박자를 계속할 것인가 노 정권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신범 前 의원의 ‘한국으로 부터의 통신’

케리 편든 여권의 단견


여권이 은근히 부시의 낙선을 바란 징후는 도처에서 드러났다. 오죽하면 열린우리당 내 미국통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시중에서 우리 당이 케리 후보를 지지했고 부시 대통령이 재선한 결과에 실망한다는 말이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케리를) 지지했다 손 치더라도 그런 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입 조심을 당부했을까?

그는 특히 당 일부 386 의원들이 “부시가 당선되는 바람에 한반도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데 대해 “부시가 당선돼 북한에 대한 위협이 커진다는 말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 위험이 더 커지게 해선 안되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케리 후보 선거자금 모금 관련 의혹으로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국가정보원 정모 파견관이 한국으로 소환되기도 했던 것을 보면 일부 집권 측의 서툰 행태는 향후 한미관계의 앙금으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선거가 끝나자 마자 대통령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층 속도를 내는 분위기여서 국가안보회의 사무차장을 미국으로 급파한다는 보도나, 대미 외교팀을 바꾸어야 하느니, 초당외교를 해야 하느니 갑자기 소리가 높아진 것도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관계가 순탄하면 왜 초당외교를 한다고 북새통이겠는가? 그렇다고 초당외교가 없어서 한미동맹은 훼손되었는가 여권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동상이몽의 ‘초당외교’
외교 안보 라인 전면 교체해야

무엇보다도 통일 외교 안보 관련 수뇌부를 먼저 교체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야당의 주장처럼 국가안보회의 실력자의 경질쯤으로 대처할 문제가 아니다. 관련 부처의 장관과 국정원장의 경질을 포함한 획기적인 쇄신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휴전선의 철책선이 뚫리자 간첩용의자의 왕래 혐의가 있다고 하지 않고 ‘민간인’의 월북으로 단정하여 의문을 증폭시키고, 미국이 동해 상에 출몰했다고 알려준 북한 잠수함을 놓쳤는지 어찌 된 것인지 의심 받는 등, 국민과 동맹국의 불신의 대상이 된 인사와 부처를 정리하고 쇄신하는 조치가 있어야 할 때이다.
이와 더불어 한미간, 양국 대통령간 대북 관의 근본적인 차이를 좁히는 것도 화급한 과제이다.

김정일에 속 뒤집힌다는 부시

부시의 북한에 대한 시각은 2001년 3월 DJ와의 회담을 통해 잘 드러났다. 부시가기자회견에서 DJ를 ‘this man’이라 호칭하자 이것이 이분이란 뜻인가 이 양반인가, 외교예의에 벗어나지 않았나 말이 많다가 남부 식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넘어갔던 바로 그 회담이다.

당시 DJ는 부시 대통령의 취임 직후라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검토가 끝나지 않았고 미국 내 경제 문제 등으로 바빠 미루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을 방문했다. 자신의 투쟁경력과 노벨상 수상자로서의 명성으로 자신감에 찬 DJ는 국제문제 경험이 일천한 텍사스 출신의 풋내기 대통령에게 나름대로 ‘강의’를 시도했다고 알려져 있다. 김정일은 현명한 지도자이고 대화할만한 상대라는 자신의 지론을 부시에게 설파하려 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부시의 김정일에 대한 견해는 정반대였다. 워싱턴 포스트의 우드워드 기자가 출간한 “전쟁중인 부시(Bush at War)”란 책에 실린 2002년 8월 부시 대통령과의 텍사스 목장에서의 회견 내용에서 부시의 견해가 어떠했을 지를 살펴보자.

“부시 대통령은 갑자기 북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하면서 앉은 채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북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는 흥분하여 의자에서 뛰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김정일은 역겹다(I loathe him).’ ‘나는 주민들을 굶기는 이 자를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I have a visceral reaction to this guy)…. 나는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정보를 본 일이 있는데 … 그런 사실에 접하고 경악했다.’… 부시는 어떻게 문명세계가 김정일을 방치할 수 있느냐고 개탄했다.”

원문의 표현은 창자가 뒤틀린다는 강한 단어이다. 이런 부시에게서 DJ는 햇볕정책에 대한 차가운 반응을 확인하고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DJ는 햇볕정책으로 북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이었지만 부시는 김정일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한 사명감일 만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핵 해결 없이 전망 어둡다

부시와 DJ의 엇박자는 노 대통령과 정권의 핵심인 이른바 386출신들의 미국 행정부와의 불협화음과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미국은 북한 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한데 한국의 집권 측은 태도가 어정쩡한 것이다.

대통령의 베트남에서의 북핵 관련 발언은 그런 오해를 자초할만한 예이다. 북핵문제는 “미국이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민감한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구조적으로 대단히 안정돼 있다. 지금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모든 (주변) 나라들은 북한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될 어떤 환경에도 반대하고 있다.

(주변국)누구도 북한을 부추기지 않고 한반도 안정을 소망한다.” 주변국가들과 북한은 안정을 원하는데 미국만 문제를 만들려 하고 있다는 투의 말이다. 미국과 북에 대한 그 자신의 시각이 문제임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깽판 나도 상관없다.” 그는 후보로서 이런 속된 표현을 한 적도 있는데 그런데 문제는 경제를 비롯해 다른 것들은 이미 ‘깽판’이 났거나 나고 있고 남북관계마저 잘 되어가기가 어렵게 꼬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서울의 방송에 출연한 한 미국 기업인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은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기업인들을 개성에 같이 가려고 애써 보았는데 핵해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경험도 덧 붙였다.

며칠 전 YS는 독일의사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노베르트 폴러첸과 필자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 정권의 멸망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화를 해보았으나 번번히 속이는 것이 공산당이라는 말도 했다. 부시의 김정일 관과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

이렇게 김정일의 제거까지는 아니더라도 핵의 전면적 폐기 없이는 한미관계도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남북관계도 ‘깽판’이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현실을 노 정권은 미국 선거결과에서 깨달았어야 한다. 그러나 자살 골을 넣는 권력의 행태를 보면 그런 자각이 있을까 의심스럽다.

대통령 장인이 공산당으로 양민을 학살했다고 발언해 선거법의 후보비방죄로 기소된 전직 의원에게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했는데 대법원은 장인의 공산당활동이 사실이라고 확정판결하고 있다. 충성 과시용 기소가 도리어 충성대상을 찔렀다. 외교에서도 이런 류의 자살 골이 나올까 걱정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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