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LA 연설 “역시… 좌파 대통령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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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외교연설로 국제적 나라 망신살
노무현 대통령 북 체제 옹호 발언 요지

“北 핵 보유 나름대로 일리있다니…”
“핵 포기치 않는 이유는 체제안전…”
“87년 이후 테러가담 증거 없어…”

LA 동포간담회서 미국의 대북정책 공개적으로 비난

▲ 시장 관저에서 연설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2004 Sundayjournalusa

노무현 대통령은 국내외 관심 속에 부시 대통령 재선후 처음으로 LA를 방문하면서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으로 향후 부시 재선팀의 강경파와의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남미순방 길에 앞서 12일 LA에 도착, 세계 문제위원회(WAC : World Affairs Council) 오찬 연설을 통해 자신의 대북 정책의 일면을 드러내는 말을 토해 내고 말았다.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외부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수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해 북한 측을 대변하는 인상을 주었다. 또 그는 “북한이 핵무기 포기 않는 것은 체제안전을 보장하려는 것이고, 87년 이후 테러가담 증거가 없다”고 하는 등 북한 핵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미국과 상반되는 입장을 밝히는 연설을 해 한미 간에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잘못된 언변’이고 ‘미숙한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네티즌들은 “당장 노무현을 소환하라”는 등 비난의 소리를 높였다.

<특별취재팀> www.sundayjournalusa.com

▲ 노무현 대통령이 제임스 한 LA 시장과 만나 환담하는 모습.
ⓒ2004 Sundayjournalusa

노 대통령의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 그랜드 볼륨에서 개최된 세계 문제연구회 초청연설회에는 약 300여명의 한미 인사들이 참석했다. 좌파성향의 노 대통령이 부시 재선 이후 처음 미국 땅을 밟는 관계로 미국 언론들의 관심도 높았다. 이 자리에는 LA 타임스를 비롯해 미 주류언론과 한인 언론들이 대거 몰려 들었다.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도 함께 자리를 잡았고, 수행원들도 함께 했다. 말 솜씨를 자랑한다는 노 대통령 입에서 과연 무슨 말이 튀어 나올까로 취재진들도 긴장했다.

아니나 다를까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준비된 연설문을 자신이 다시 고쳐 발언함으로써 논쟁의 씨앗을 만들어 냈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솔직히 말하겠다”며 “북한은 핵을 반드시 포기할 것이다”로 전제하면서 “북한이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조한 후 “북한은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섰다”면서 그래서 “대북 무력행사나 봉쇄정책은 안 되며 대화가 유일한 방법이다’면서 “북한 체제 보전을 위한 미국의 새로운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준비된 원문을 고치는 발언으로 주위의 참모들은 아연 실색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미 물은 엎어졌다.

대통령 작심한 듯 말 고쳐

노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다음날 오후 3시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개최된 동포간담회에서 되풀이 하여 참석한 동포들을 놀래게 했다. 한 참석자는 “김정일이가 와서 하는 소리가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면서 “한미공조를 한다고 하는 대통령의 말 치고는 치졸했다”고 말했다. 한 전직 외교관인 L 씨는 “외교가 무엇인지 모르는 발언으로 국제적 망신이 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국의 정치계와 전문가들도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고려대 정외과 현인택 교수는 “노 대통령이 20일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LA 연설에서 미국의 북핵 해결 노력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며 “대통령이 공개적인 강연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것은 외교적으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이정훈 교수는 “노 대통령이 북핵 6자 회담이 시작된 후, 북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연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형식의 연설을 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곧바로 논란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북핵을 체제안보 위협으로서 인식하고 해결해야 할 정부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북핵 개발의 당위성과 합리성을 인정한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 충격적”이라며 “한미 관계와 6자 회담에 폭탄을 던진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최 성 의원은 “부시 정부가 2기에서도 강경 입장을 유지할 흐름이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고, 새로운 정책을 고민해 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세계 문제연구회 오찬 연설에서 준비된 연설문을 읽다가 끝부분에서 말을 매끄럽게 이어가지 못해 약간 주춤거렸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장거리 항공여행에 피곤해 일어나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항 도착관계를 취재한 중앙일보 기사는 “리무진에 올라타자 마자 턱을 괸 채 언론사 취재진 집결지 반대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노 대통령은 여독으로 인한 피로기색이 느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번 동유럽과 러시아 방문에서도 장거리 항공여행에 지친 노 대통령은 예정된 공식행사를 소화하면서 원래의 유창한 말솜씨를 씹는 바람에 수행원들이 긴장했다고 한다.

장거리 여행이 죄(?)

역대 대통령의 LA 방문에서는 LA 국제공항 도착 환영행사가 태극기 물결 속에 요란했는데 이번에는 대조적으로 극히 한산했다.

노 대통령은 대한항공 LA 공항당국이 지정한 특별터미널로 도착한 전용기에서 내려 환영행사를 마치고 숙소인 센츄리 시티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향하는 리무진에 오르기까지 불과 5분 밖에는 걸리지 않았다. 전용기 트랩 밑에는 주미대사관의 한승주 대사 부부, LA 총영사관의 이윤복 총영사 부부, 이용태 LA 한인회장 부부, 김광남 LA 평통회장 부부, 한문식 LA 한인상공회의소 회장 부부 등을 포함한 약 30명 정도였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트랩에서 내리면 화동들이 다가가 대통령 부부에게 꽃다발도 전하기도 했다. 또 간단한 대통령의 도착 인사말도 있었고 한인사회에서 수백명의 환영객들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고 대통령이 걸어와 환영객들과 악수도 했었다. 취재진들도 한인언론과 미 주류언론들이 나와 경쟁적으로 취재했다. 원래 LA공항에 외국원수가 방문할 경우 LA 시장이 영접을 나오는 법이다.

이번 노 대통령의 도착에서는 화동도 없고 환영객도 없이 다만 트랩 아래에 줄 서인 인사들과 대통령 부부가 악수하는 것으로 끝냈다. 제임스 한 LA 시장은 공항영접에는 나오지 않았고 엘로시아 클레멘틱 LA시 의전장 대리가 기내 영접에 나섰다.

노 대통령이 LA에 도착하던 12일 하루동안에 2차례의 항의시위가 코리아타운에서 벌어졌다. 이날 시위대는 ‘애국 동지회’ 이름으로 6.25 참전동지회, 한반도 구국운동연합 등 보수단체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전 11시에는 LA 총영사관 빌딩 앞에서 그리고 오후 3시에는 윌셔 래디슨 호텔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래디슨 호텔은 노 대통령의 수행원들과 취재단이 묵는 호텔이었으며 프레스 센터가 설치된 곳이었다. 이들은 “국보법 폐지반대” “주한미군 철수반대” 등 노무현 정권의 현안 정책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서울역 광장에서 전국 농민들 1만 여명이 운집해 쌀 개방 반대 시위가 전개됐다.

항의 데모도 전개

이번 노 대통령의 문제연설에 대해 미국의 5대 일간지의 하나인 LA 타임스도 관심 있게 다루어 미 정치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A 타임스는 12일자에서 ‘노무현 대통령 북한 이슈와 관련 미국에 경고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의 세계 문제연구회 초청 오찬연설 내용을 보도하면서 한국정부의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신문은 한국계인 카니 강 기자가 보도한 기사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이름을 지칭하지 않았으나 미국의 대북 강경노선에 경고하고 나섰다”면서 이 글을 첫 문장에 게재했다. 이어 이 신문은 미국정부에 대해 북한 핵 개발계획을 두고 강경노선을 펼 경우 ‘중대한(grave)’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 노력은 공격 혹은 테러집단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볼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북한은 지난 1987년 이후 테러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테러집단과 연계돼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일부 비판을 받고 있는 대북 포용정책을 펴고 있는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는 대화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신문은 오찬 연설에 참석했던 니콜라스 벡 고교 교사의 말을 인용해 “얼떨떨 했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은 북한 측이 핵보유로 자위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지만, 나는 푸에블로 호가 나포될 당시 한국에 있었다.

그들은 특공대를 휴전선 너머로 남파시키고 해안에 잠수정을 상륙 시켰음을 기억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교사는 “노 대통령이 설명한 북한은 그가 알고 있는 북한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또한 이 신문은 남가주 대학(USC)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데이비드 강, 크리스 최 두 한국계 학생의 말을 인용해 노 대통령이 대북협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고 북한을 너무 많이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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