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해외국민 선거권 이번엔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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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국내에 주민등록증 없는 재외국민 선거권 인정못해
미주총연 헌법 이론상 아닌 입법에 의해 해결될 문제

미주총연 입법청원 국회접수
재외동포 선거권 규제는 위헌

실효성에는 의문… 부재자 업무, 비용등도 관건
한국 입법부 선진화 가늠 척도 잴 수 있는 계기

“한국국회 재외국민 총원 어떻게 다룰지 관심사”


재외국민의 한국 선거에서의 투표권 행사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 때에는 재외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해 약속을 했다가 실현되지 못했던 사정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재외국민이란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서 외국에 머물고 있는 사람, 유학생, 외국 영주권자 등으로 2003년 1월 현재 277만 명으로 한국정부는 파악하고 있는데 한국의 현행법은 이들에게 제한적인 범위의 피선거권 즉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하고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은 주고 있지 않다. 또한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거주요건이 있어 공무로 외국에 주재하고 있는 경우를 빼고는 출마도 불가능하다.

미주총련 입법청원 국회접수


참정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자는 국회에서의 논의가 본격화되는 계기는 10월 들어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의 입법청원서 제출과 한나라당 소속 홍준표, 유기준 의원 등이 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마련되었다.

미주총련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시의 정당투표에 재외국민이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 달라는 청원서를 재외국민참정권회복위원회(위원장: 김완흠 전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를 청원인으로, 최병근 회장을 공동 청원인으로 하여 국회에 접수했다. 지난 6월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해외 한인회장 대회에서 교포단체 회장단이 정부에 재외국민 참정권을 공식 건의한 데 이어 미주총련이 입법부에 공식으로 요청을 한 것이다.

홍 의원은 재외국민들이 우선 대통령선거에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도록 선거법개정안을, 유기준 의원은 대통령선거와 총선 때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청원과 법안은 정치개혁특위나 상임위에 회부되어 청원심사소위원회와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어야 법으로서 효력을 갖게 된다. 그러나 선거법의 경우에는 전국적 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심의를 해온 관행상 2007년의 대통령 선거에 임박해서야 결정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우선은 구체적인 공론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재외국민 선거권제한 합헌판결

대한민국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정식 명칭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37조 제1항은 선거권과 관련하여 국내거주 요건을 둠으로써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사는 국민만 선거를 할 수 있게 법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행 선거법을 그 동안 재판을 통해 시정해 보려는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헌법재판소는 97 헌마 253,270(병합)사건에 대한 1999년 1월 28일자 결정에서 국토가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 선거의 공정성 확보상의 문제점, 및 납세의무 등 국민의 의무와 선거권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그 입법 목적에 있어서 정당하다고 하면서 합헌 결정을 하였다. 재일교포들이 낸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또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부는 재일동포 2, 3세 5명이 2003년 3월”현행 선거법에 규정이 없어 재외동포들의 선거권이 제한을 받는 것은 참정권을 침해하는 국가의 잘못이니 위자료 100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2003년 9월에 원심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거법에 재외동포 선거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률에 국내에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은 재외국민에 대해서는 선거권을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는 만큼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납세·병역 등 국민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재외동포에게 선거권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사실상 선거 관리가 불가능하며, 국토가 분단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재외국민 모두에게 선거권을 인정한다면 북한이나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재외국민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헌법소원보다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

미주총련과 민단 일각에서 10월 중에 현행 선거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낸다는 논의가 있다고 한국과 미주의 일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지만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그 동안의 판결을 보면 헌법소원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접근방법으로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므로 재외국민의 선거권은 헌법이론상의 논쟁이 아니라 입법에 의해 해결될 문제로서 제기되어 왔다”는 미주총련 청원서의 결론은 올바른 방향이다.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인정하자는 원칙에 대해서는 정부나 정치권에서 모두 찬성이다. 외교부는 지난 10월 5일 국회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외교부는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에 찬성한다. 17대 국회에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감에서는 집권당 의원들이 “재외국민의 참정권 박탈은 유신정권의 산물”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이 이를 인정하고 있는 만큼 조속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 세계 12개 나라들은 재외국민에 대하여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고 다만 영주의 목적으로 해외에 이주한 국적자에 대하여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와 같이 선거권을 행사 할 수 있게 하려면 입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번번히 입법으로 실현되지 않은 것은 선거관리기술상의 문제 때문이었다.

실무적인 장애

과거 부재자투표를 둘러싼 물의는 군부대내, 교도소 미결수용자들의 공개투표 외에도 대리투표와 우편투표 통째로 바꿔 치기까지 다양했다. 그리하여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부재자투표에도 여야의 참관인을 두게 하고 군인들은 부대 밖에 설치된 투표소를 쓰게 만들었다. 국내의 부재자 투표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은 이 같은 제도적 보완책이 정착되면서 최근에는 일지 않고 있어 재외국민의 부재자 투표를 허용해도 되는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다. 해외에 참관인을 두기 어려워 생길 대리투표의 우려는 서명 또는 지문을 컴퓨터 식별장치에 의하여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저렴한 기술이 개발되어 있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비용이다. 부재자 등록업무를 위해 재외공관의 인원을 늘려야 하고,외국으로 선거공보와 투표지를 보내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기표한 투표지를 한국이나 재외공관으로 보내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자니 적지 않고 투표자가 부담한다 해도 큰 부담이 된다. 미주총련은 인터넷과 전자우편의 발달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재자 등록절차도 현재 유명무실한 재외공관을 통한 재외국민 등록절차의 활성화를 통한 등록제도를 도입하고, 선거공보의 인터넷을 통한 송부 열람제도를 만들면 선거관리 기술상의 이제까지의 난점은 어렵지 않게 해소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우편료를 본인부담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재외국민의 경우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어느 선거구에 투표하도록 하느냐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2004년 4월에 실시된 제 17대 국회의원 총선거부터 정당투표제가 도입되어 해소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미주총련은 청원했다. 재외국민의 경우 선거관리상의 난점이 앞으로 더욱 해소될 때까지 지역선거구에의 투표 참여는 앞으로의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정당투표에의 참여만이라도 우선 가능하게 하면 커다란 진전이라는 것이다.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에게 투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실무적인 문제는 의외로 큰 난점이다. 해외 부재자투표 역사가 긴 미국에서도 이번 대통령 선거 부재자 투표에서 국방부 소속이 아닌 시민들의 투표에서 실무적인 장애가 발생했었다. 한국만이 가진 분단국가로서의 문제점도 입법과정에서 어떻게 해소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게으른 한국의 국회가 재외국민의 청원을 언제 어떻게 다룰지도 관심사이다.

국제화 시대에 해외로 진출한 많은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마냥 부인할 수는 없다. 선거권문제는 한국의 입법부가 얼마나 선진화되었는지 가늠해보는 척도가 될 입법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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