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알맹이 없었던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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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공동 발표문 없고 새로운 사실 전혀없어
국민 두번속이는 노정권의 대미외교는 허장성세… 자화자찬에만 급급

지금까지 입장만 재확인한 셈
미국입장 변했다니 어리둥절

LA 발언은 세계의 이단아적인 무책임한 언동

통제된 붕괴대비 경제력 우선
유화보다 강경론 등식이 먼저
유엔 안보리 회부될경우 대책 전무

한미 정상의 만남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자화자찬이 요란하다. 회담은 둘이 했는데 공동발표는 없고 한국 한쪽만 “양국관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잘 되었다고 떠드니 자화자찬이라고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것도 없는데 호들갑

▲ 환담을 나누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그런 자화자찬 대로라면 부시 행정부가 노 정권의 구상에 따르기로 하고 북한에 대한 압박정책을 변화시키기로 했으며 조만간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돈도 주고 북핵문제는 노 정권이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서 해결하게 되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어쩐지 믿어지지가 않고 아무래도 독재시대의 관영방송을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청와대 국가안보회의의 보도자료는 더욱 가관이다. “이번 회담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고뇌와 결단의 산물인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이 두 정상간 한 차원 높은 인식의 일치를 이뤄내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었다”고 하고는, 한 술 더 떠 “그 동안 노 대통령의 이런 신념과 확신을 폄하하고 자기 국가의 능력과 자긍심조차 폄하하려는 일부의 비난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이고 있다.

사실은 이번 만남에서 미국 측은 이제까지의 입장을 확인한 것 이상 새로운 것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노 정권은 왜 이리 호들갑인가? 다분히 국민을 다시 속이려는 국내용이라고 볼 수 밖에는 없다.

북한 편드는 이단아 될 셈인가

로스앤젤레스에서의 발언은 세계의 이단아가 되기로 작심하지 않았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부시와의 회담이 끝나자 마자 청와대는 우발적이라고 둘러대도 문제의 발언을 ‘고뇌와 결단의 산물’로 미화하고 나섰다.

미국이 문제라는 식으로 한 하노이 발언의 연장으로 보면 놀라운 일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억제 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일리가 있고 반드시 누구를 공격하려 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국제사회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북한 편향의 이단적인 시각에서의 평가이다.

그 뒤 바로 국무부가 외교적 수사 뒤에 토론의 요소가 있다고 한 것이나 러포트 한미연합사령관이 북한은 플루토늄을 테러조직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며 북한의 핵무기가 동맹과 우방국들에 대한 위협이라고 믿는다는 국무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을 보면 당사국의 대표로서 얼마나 위험하고 무책임한 말을 했는지를 알 수 있다.

국내용 허장성세

미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미국 언론들이 미국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종식을 위해 ‘공통된 목소리’를 낼 것을 촉구하고 한미 양국이 같은 입장에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하며 북한이 핵무기 생산 중단과 사찰 허용을 합의하기도 전에 노 정권이 북한에 더 많은 원조와 투자를 제공할까봐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살펴보면 북한에 대한 압박의 강도는 점차 강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노 정권은 잘못된 전제 위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북한의 붕괴는 한국 국민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에 대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단적인 예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 해 보자.

북한의 붕괴는 이미 한국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또 북의 붕괴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한국에게는 국가적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본의 전쟁배상과 국제금융기구를 활용해 북을 대대적으로 개발하면 한국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동서독의 통일비용을 들어 통일을 늦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통일은 피할 수가 없이 일어난 것이었다. 소련과 동독이 무너졌는데 통일하지 말고 동독을 유엔 신탁통치에 맡기기라도 했어야 한단 말인가?

북한이 갑작스레 무너지면 한국은 북한을 떠맡아야 할 운명이다. 따라서 질서 있는 통제된 붕괴(controlled collapse)를 기대하고 관리하면서도 갑작스런 붕괴에 대비해 남한의 경제력을 기르고 북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 놓아야 한다. 개혁 개방의 능력도 없는 낡은 체제를 국제사회가 보장해야 된다고 나설 일이 아닌 것이다.

두번째 잘못된 전제는 대북한 유화론은 평화요 강경론은 전쟁이라는 등식이다. 이제까지의 유화정책으로 시간을 벌어 북이 핵무기를 개발해 주변국을 협박하는 현실을 무시한 전제다. 또한 힘의 뒷받침이 없으면 북은 협상에 나오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전제는 국내를 평화세력과 호전세력으로 편가르고 미국에 허장성세하여 얄팍한 민족감정을 자극해 보자는 정략이다.

한미공조 강화 외에 대책 없어

87년 이후 북한은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고 지금도 테러조직과 연계돼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말도 무책임하다.

파키스탄, 이란과의 핵기술 협력, 파키스탄 가우리 미사일 기술제공 의혹, 호주 근해에서 마약밀거래 의혹으로 선박이 수색 당한 일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이란 때문에 미국이 발목을 잡혀 적극성을 갖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이란은 미국 선거 이후에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국제적 노력이 실패하면 이스라엘은 F-151 장거리 폭격기를 동원하는 폭격과 특공작전을 병행하려고 훈련을 끝냈다는 보도가 이미 7월 18일에 나왔다. 최근에도 이스라엘을 통한 이란 문제 해결 가능성이 보도되었다.

이렇게 될 때 6자회담이 안 되거나 성과가 없으면 다음 복안은 무엇인가? 북한핵 문제가 유엔에 넘어가 제재가 논의되면 대책은 무엇인가? 노 정권은 바짓가랭이 잡는 건 우방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하지만 핵공갈에 전전긍긍하지 않으려면 편을 분명히 하고 미국과의 공조를 한층 강화하는 것 외에 한국의 대책은 없다.

북한을 설득할 힘도 의사도 없으면서 남한 주민의 전쟁공포증이나 자극해 동맹국의 바지를 붙들면 북한을 오판케 해 일을 더 꼬이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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