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뛰는 부시… 기는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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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LA발언” 美와 사전조율 발언
사전논의 한적없어

노정권 아전 인수격 해석… 한마디도 언급 없었다

부시- 고단수 외교술에, 노무현- 맥없이 녹아버려

北 체제에 심각한 변화
경제정책 실패 주 원인

APCE 회의, 北 상대 한목소리

부시, LA 발언 불쾌감 감추고 시종일관 노코멘트
노무현, 북핵문제 美 정책 우선순위 삼아달라 요청

회담 공조입장 조율 있었으나 LA 발언은 사전조율 없어

▲ APEC 회의에서 자리를 같이 한 노무현-부시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의 “북핵 일리 있다”라는 LA 발언을 두고 촉각을 곤두 세웠던 한미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고단수 외교술에 맥없이 녹아 버렸다. 부시 대통령은 우선 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한수 올려준 다음 6자회담 당사국들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김정일은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부시의 이번 APEC 회의에서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일본, 중국,러시아 정상들과 잇달아 회담을 가져 “북한핵은 불용”이라는 연합전선을 편 후 북한에 대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6자회담 당사국들이 더 이상 평화적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었다.

미국과 서방언론들도 부시가 말로 강경책을 선포하지 않았지만 과거 레이건이 베를린에 가서 “장벽을 제거하라”고 선포한 것과 같은 대북한 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놓고 한국의 여권들이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하고 있어 ‘우물안 개구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차드 윤<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한미정상회담 후 지난 20일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베를린 장벽 철거 주장을 연상시킬 정도로 김정일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APEC에 참석한 최고 경영자들과의 대화에서 ‘핵 프로그램들을 제거하라’고 북한에 요구한 것에 대한 해석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고위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서 패하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려던 북한의 전략은 이제 소용이 없게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전략에서 이탈해 북이 핵을 포기하기도 전에 원조나 투자를 제공할 가능성을 명백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이 같이 보도한 뉴욕 타임스는 22일에는 김정일 정권을 비판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이날 북한 내 지인으로부터 올 가을 북한 동북부의 3개 도시에서 반 김정일 포스터가 나붙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한국계 신동철 목사의 진술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또 “휴대전화가 (북한 내) 반정부 활동의 무기가 되고 있다”는 일본 간사이 대학이 영화 조교수의 발언도 전하면서 외부로 편지를 보낼 수도 없고, 국제전화도 걸 수 없고, 감시 없이는 외국인과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던 체제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어 최근 북한 내 호텔 등에서 김정일 초상화가 사라졌다는 증언을 소개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내부로부터의 비판을 완화하고 신격화 된 자신의 이미지가 미국의 공작에 의해 퇴색될 가능성에 대비, 미리 자신의 격을 낮추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소했다.

김정일 일대기를 저술한 바 있는 브래들리 마틴은 뉴욕 타임스에 “많은 북한 주민들이 이제 곧 김정일은 외부세계에서 조롱을 받고 있으며, 백두산에서 태어났다는 그의 출생 기록도 거짓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일에 핵폐기 명령

워싱턴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재선 후 이번 회담에서 외교노력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시 대통령은 새로 확보한 국제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외교적 해결 방식에 중점을 두고 북한·이란과 대결 노선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또 부시 대통령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아시아 동맹국들로부터 대북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 힘있게 구사하겠다는 결의로 정상회담에 임했으며, 이러한 외교노력이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CBS방송도 “부시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국제 압력”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LA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조속히 포기하라며 핵무기와 관련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부시가 김정일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확실하다”며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은 이번 칠레 산티아고의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열린 연쇄 정상회담은 결국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각국의 단결된 목소리를 연출해낸 무대였다고 평가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LA강연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전면적으로 믿는다’고 발언, 한국측 고위 관료들은 대단히 기뻐했다”며 “부시 정권 내에 한국의 대북 유화자세를 싫어하는 강경파가 적지 않지만 부시 대통령은 상대를 치켜 올려주며 ‘하나의 목소리’에 동조시키는 고등전술을 선택했다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아사히 신문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다음 수가 궁해진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수가 궁하다”

지난 20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북핵 문제와 관련한 노무현 정부와 외신 사이의 해석 온도 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일제히 이번 회담이 성공적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권진호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은 “역대 한·미 정상회담 결과 중 가장 출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한·미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서울에서도 정부 당국자들이 나서서 “정상회담을 전후로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면 유연성을 보일 수 있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다.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불쾌감을 산 LA연설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이해한다’고 말해 한국이 가슴을 쓸어 내리기는 했지만,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주장해온 ‘핵문제 해결을 위한 주도적 역할‘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주목 받은 것은 무엇보다 지난 13일 노무현 대통령의 LA 연설 때문이었다. 노 대통령은 당시 한·미 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핵이 자위용이라는 북한 주장은 일리 있는 측면이 있다” “대북 무력행사·봉쇄정책에 반대” “주한미군 기동군화 곤란” 등으로 미국의 입장과는 다른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혔었다.

이에 대해 지난 17일 미국 국무부는 “한국 정부와 토론할 부분이 있다”고 말해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음을 시사해 혹시 정상회담에서 이견이 공개 표출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한·미 정상회담에선 LA 연설문제가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내용을 발표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구체적인 (LA) 연설내용에 대해서 정상회담에서 설명이 없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의 숙소인 하얏트 호텔을 방문해 37분간 진행된 회담은 뚜껑이 열리자 두 대통령이 서로 친근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분위기로 일관했다.

부시 대통령이 먼저 “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사전에 이견 표출의 가능성을 포괄적으로 차단했다. 노 대통령도 LA에서 직설적으로 언급했던 것과 달리 “북한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하는 식으로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갔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입장 설명이나 요청을 “절대적으로(absolutely) 동의한다” “좋은 지적(good point)”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였다. “북핵문제를 미국의 정책우선순위 1번으로 삼아달라”는 노 대통령의 제안에 즉각 “한반도 문제를 중요한(vital) 이슈로 삼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을 민주적 지도자(democratic leader)로서 신뢰한다(trust)”고 말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작년 5월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는 노 대통령을 향해 “편안한 상대(easy man)”란 말을 사용했고, 그 해 10월 태국에서 열린 APEC 회의 때는 “내 친구(friend of myself)”라고 불렀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참모들에게 “회담이 만족스러웠다. 외교 안보팀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서울에 돌아가 밥 한끼 내겠다”고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 정상이 큰 이견 없이 회담을 끝낸 것은 양국이 외교 채널을 통해 사전에 이견 노출 방지를 조율한 결과이다. 힐 주한 미 대사는 정상회담 전에 이미 “한·미 양국은 공조 입장을 확인할 것”이라고 이견 표출 가능성이 없음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화내용만으로 이견 해소로 결론 내리기는 속단이라는 분석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에 정가 소식통들은 이번 칠레에서의 한미정상회담은 APEC 정상회담들 모임이기에 자연히 순서에 따라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것이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부시 2기팀의 대북관계자들은 6자회담에서의 북한의 자세를 일단 관망한 다음 불성실할 경우 안보리 회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소식통은 “앞으로 미국은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대북한 교섭에 나서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세계가 주시하는 개방에 나서지 않는다면 재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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