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대한민국 대통령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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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범前 의원의 한국으로 부터의 통신 <본보특약>

왜 하필 프랑스서 미국자극 발언
우방에 대한 경망함이 자멸자초

대통령으로서 美 비위거슬리는 부적적한 발언
동행취재진 “동포간담회는 차라리 공포간담회”

북한 유지론은 반역사적 행태
국제감각 대비책 전무한 상태
중국에 대한 낭만적 환상이 문제

달러가치 하락은 한·미 양국관계 긴장초래
환율 800원대까지 폭락 가능… 대비책 시급
국제무대에서 아마추어 세미나꾼 자세 지향해야


세미나 주제 발표하러 다니는 것처럼 대통령이 외국에서 장황하게 말을 늘어 놓았다. 오죽하면 그가 말을 쏟아내는 장으로 활용한 동포간담회를 동행한 취재 기자들이 공포간담회로 부르기까지 했을까?

대통령은 세미나 꾼으로 외국을 순방하는 것이 아니다. 국빈 방문이든 실무 방문이든 최고 외교관으로 국익을 극대화하러 나가는 것이므로 정제되고 실리를 추구하는 발언을 해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인의 발언과 학술회의에 나간 교수의 발표는 책임과 파장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을 순방하며 쏟아낸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양도 많고 내용도 상당히 도발적이다. 그런데 그 말들이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시리즈로 쏟아낸 것이라니 이번 주 다음 방문국인 일본에 가서 어떤 말을 거기에 얹을까 궁금해진다.

하필 프랑스에서 미국 성토

▲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한 노무현 대통령.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미국에 불만이 있으면 전화라도 걸어 대놓고 하든지 조용히 외교경로로 시정하라고 먼저 교섭할 일이다.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나라가 된 프랑스에 가서 성토대회 하듯이 공개 비판을 하고 한국의 미래상으로 동북아의 프랑스를 만들 것처럼 제시하는 것은 발언하려고 선택한 장소도 방법도 현명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의 조사를 보면 프랑스 포도주를 비롯한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 나라들의 상품에 대한 혐오도가 높다. 프랑스 총리가 지난 4월 반미 한다고 사담 후세인을 키워주면 안 된다고 한 일이 있는데 그 나라의 정치인들도 이런 현상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미국 선거 기간에도 유럽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영국과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프랑스와 독일로 갈리고 많은 유럽 언론들이 결과를 잘못 예측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과 문화가 달라 프랑스에 매력을 느끼고 더 좋아한다, 미국 친구들이 섭섭해 하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는 말 따위는 아마추어 세미나 꾼이라면 모르지만 프랑스 땅에서 한국 대통령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것이다. 약 올리는 말처럼 들려 미국인들의 감정적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한 환상 버려야

북한을 두고 중국과 한국이 한 편으로 이해관계가 같고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들릴 말을 한 것도 의아하기 짝이 없다.

일본에서는 북한이 납치한 요코다 메구미의 것이라고 보낸 유골이 가짜로 드러나 분노가 들끓고 있고 미국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냉담하다. 북한을 편드는 말이 먹혀들 분위기가 아니다. 그렇다고 사면초가인 북한은 대통령의 말에 감사했을까? 붕괴를 입에 올린 것만으로도 자존심을 상했다고 느끼고 본능적으로 반발심리를 가졌을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은 단정적으로 말하고 다녔다. 과연 그럴까? 확실한 근거라도 있는 판단인가? 그저 추론한 것인가? 대통령의 추론과는 달리 중국은 북한의 장래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연구하고 붕괴에 대비해서도 대비책을 세워두었다고 보아야 한다.

중국은 유엔의 결의를 통하거나 휴전협정의 당사국으로서 미ㆍ중 공동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북한을 일정기간 공동 관리할 수도 있고, 일방적으로 점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몽고를 외몽고에서 떼어 지배하고 티베트를 병합했고 인도와 전쟁도 불사했던 역사를 그는 모르는가? 이른바 동북공정이란 이름으로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는 중국에 대하여 그가 낭만적인 시각을 가지는 근거는 무엇인가?

때맞추어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운동을 하는 황우여 의원에 대한 중국의 결례가 공개됐다. 대국의 오만함과 패권주의적 협박이 결합된 일이다. 우방국들에 대한 경망함이 이런 수모를 자초하고 있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중국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옳다.

편가르기 용 발언 시리즈

▲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지난 6일 파리 르 그랑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는 모습.

북한에 대한 안이한 견해도 문제다. 북핵은 경제지원으로 풀 수 있다고 했는데 얼마이면 되는지 헤아려 보고 하는 말인가? 북은 또 외부지원을 활용할 인력과 경륜이 있을까? 한국은 얼마를 감당할 생각인가?

붕괴는 재앙임으로 북한 체제를 보장해야 한다고 거듭하는데 내재적인 붕괴요인은 누가 막나? 북한은 악의가 없고 핵은 자위용이고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판단의 근거는 무엇인가? 북핵 포기를 강제하면 전쟁이 날지도 모르니 미국에 얼굴 붉히더라도 할 말은 하겠다고 하는데 그 다음 대책은?

대통령은 한국의 국력이나 영토의 크기로 보아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가져야할 지혜와 한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불 속 안방혁명가는 아닐진대 한껏 자신을 과시하는 일련의 말은, 자신의 편을 자주 독립주의자로, 반대편을 사대주의 호전파로 몰아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계산도 들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제감각 없어 민생고 가중

그러나 정략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를 해야 한다. 통일 직전까지도 동방정책의 기수였던 브란트나 에곤바르 같은 서독의 진보파 정치인들은 통일의 기회는 없다고 하며 동독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말을 하다가 막상 통일이 되자 난처해졌다. 얼마 뒤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그들 좌파 인사들의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전국 69개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이 지방경제가 죽어가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나섰는데 여기에 환율까지 요동쳐 수출기업들이 매우 힘들다. 경제가 어렵고 환율 변동에 당황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탓이다.

필자는 2002년 3월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열린 한미관계 학술회의에서 로런스 크라우스(Lawrence Krause) 명예교수가 미국의 적자와 부채 때문에 달러 가치와 환율이 크게 변동될 것이므로 한국이 대비해야 한다는 발표를 한 것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민총생산의 4%를 넘었는데 미국의 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악화될 것이다. 미국의 주식, 채권, 국채의 외국인 소유 비중이 커 미국시장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우려도 점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생산성 향상 정도로 타개될 일이 아니며 보호무역주의로 해결될 수도 없다. 수입의 균형을 잡고 수출이 늘어나도록 하기 위해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달러화 가치의 하락이다. 수출을 30%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그 폭이 약 43%로 매우 크고 2년에 걸쳐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실제로 공황상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 사태가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크다. 미국은 한국의 큰 무역상대국이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은 최근 늘고 있으나 한국에 대한 미국의 투자는 정부기관과 노조 등의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경우이든 그렇게 되면 한미관계에 긴장을 일으킬 것이다. 또한 양국관계의 긴장은 북한을 어떻게 다룰 지에 대한 두 나라 정부의 차이 때문에도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보다도 더 나은 양국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북한 현상유지론 반역사적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달러화 하락 폭이 크라우스 교수의 예상처럼 43%까지 된다면 환율은 800원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권은 국제감각도,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안목도 대책도 없어 민생고는 가중될 것이다.

내년에도 달러의 가치는 더 떨어지고 수출 의존형 구조의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제 한국은 생존을 위해 내수(內需)의 비중을 높여가는 체질개선 노력을 해야 하는데 내수시장의 효율적인 단위가 되려면 경제활동의 범위와 생활권이 한반도 전체와 연해주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도 북한이 개혁 개방을 하든지 붕괴하든지 남북관계의 현상이 타파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북한의 김정일 체제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노 정권의 논리는 그러므로 반 역사적일 뿐만 아니라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물론 누구도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 그럴수록 주변국가들과 힘을 합쳐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만이 평화의 길이다.
국제무대에서 아마추어 세미나 꾼처럼 말을 함부로 하면 자질을 의심 받게 된다. 집권당 의원 62명이 이라크 파병연장에 반대하는 이중적 잔재주도 앞장서 막고 미래를 내다보며 대통령답게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다운 외교적 언사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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