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 석연치 않은 노정권의 한일협정 등 과거사 문서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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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적인 고려없이 의혹의 과거사 공개해야
DJ·노정권 저자세 대일 굴육 외교문제도

지금 한국에선 이런일이…

과거로 부터 시선돌리고
최근 정권문제 부터 다뤄야

일본에 대한 불안정한 언동
외교 경험 부족으로 잦은 마찰

신판 ‘모화론’ 비슷한 ‘양비론’ 내 놓은 집권당
반미는 부추기고 중일에는 알아서 기는 역풍외교


한일협정 등 과거 문서들의 공개는 법에 따른 조치이기는 하지만 정치적 동기와 배경이 물론 섞여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립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위원회에서 공개할 문서를 선별하는데 그 과정에 집권 측의 의도와 정략이 끼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적 부산물로 덕을 보려는 저의가 엿보인다고 해도 진실은 밝혀야 하기 때문에 정권에 대하여 최대한의 공개를 촉구하는 편이 옳다. 오히려 경계할 것은 과거로 시선을 돌리게 하고 제대로 흑막을 파헤치지도 않으면서 최근의 굴욕적인 저자세 외교를 잊게 하는 우민화(愚民化) 책략에 과거사를 이용할 가능성이다.

비밀 하사품 있었는지 밝혀야

한일협정의 흑막 중의 하나는 일본이 한국의 당시 군사정권에 집권당의 창당자금으로 기업들을 통해 6,60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다.

1966년 3월 18일자 미국 중앙정보국의 보고문서로 드러난 이 의혹은 박정희 정권의 실세들에게 일본의 비밀 하사품이 있었고 국교정상화 교섭은 원천적으로 굴욕적일 수 밖에 없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것을 착복하고 비자금으로 빼돌렸을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이런 정치부패의 흑막과 관계된 문서가 있는지 샅샅이 조사하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일본 맥주를 데워 마신 국치일

▲14일 오전 한나라당 김문수의원과 배일도의원이 염창동 당사에서 베이징에서의 국회의원 기자회견 저지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당국의 사과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비밀하사품은 1910년에도 있었다. 국권을 잃은 그 해 한여름의 국치일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조선 대신들의 합방축하 비밀연회에 하사품으로 일본 맥주를 보냈는데 대신들은 어떻게 마시는 줄을 몰라 의논 끝에 데워서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당대의 친일파 한상룡(韓相龍)은 자서전에 “술이란 모름지기 데워야 하는 법”이라는 결론에 따른 사건이었는데 “비루(beer)의 맛이 말 오줌 같았다”고 써놓았다.

대신들이 나라를 팔고 따끈한 맥주에 취한 것과 군인들이 굴욕외교의 대가로 거액의 정치자금에 넋을 잃은 것은 생각할수록 서글픈 일이다.

DJ, 노 정권의 대일자세도 문제

그래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당당했을까? 노 정권이 출범하고 하필 순국선열을 추모하는 현충일에 방일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최근에는 공개회견에서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른 일을 기억해 보자.

일본에 대한 불안정한 언동과 자세는 외교의 경험부족과 무지의 탓으로 돌려버리기에는 너무 불안하다. 노 정권의 이 같은 대일 난조(亂調)는 전신인 DJ정권의 대일 저자세의 연장이다. 한일 외교문서 공개로 종군위안부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DJ정권은 1998년 출범 초에 이 문제에 관하여”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의 배상청구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YS가 (일본의 책임을 추궁하되)”물질적 보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한 것과는 다른 입장으로 후퇴한 것이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껄끄러운 문제는 이밖에도 두 가지가 더 있었다.

DJ정권은 1998년 9월 신 한일어업협정을 타결하고 11월에 서명했다. 독도를 중간수역에 넣어 영유권분쟁의 씨앗을 다시 만들었다고 논란을 일으킨 내용이었다. 그 해 10월에는 일본문화의 단계적 개방을 발표하고 그의 임기 중에 개방을 끝냈다.

그러자 오부치 수상은 1998년 10월 8일의 양국회담에서 일본수출입은행이 연리 2-3%로 30억 달러 융자를 제공하겠다는 선물을 내놓았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돈이었다. 이날 DJ는 “과거 청산 문제는 일단락된 것이며 한일관계의 과거는 청산되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재론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DJ는 1989년 1월 7일 주한일본대사관을 찾아 일왕(日王) 히로히토의 영정에 깊이 허리 꺾은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었는데 그는 1998년에는 일본이 해결을 바라던 과제를 모두 해결해준 셈이었다. 종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를 따질 때에는 이런 최근의 사실도 함께 기억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눈치 보는 양비론


중국이 최근에 탈북자 인권에 대한 한국 야당의원들의 기자회견을 무산시킨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 또한 문제다. 체면 차리기 위한 형식적인 항의나 하고 제대로 사과를 받지 못했다.

보기에 측은할 정도인데 집권당은 양쪽 다 문제라는 양비론을 들고 나왔다. 낯뜨거운 신판 모화사상(慕華思想) 짝사랑을 연상케 한다. 미국에 대해서는 할말 안 할 말을 가리지 않으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꼴이 과거에 조공(朝貢) 바치던 시절을 생각나게 할 만큼 민망하다.

베이징 기자회견 방해사태에 대하여는 노 정권 자신의 책임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외교문제에 관한 회견을 하면 견해가 정부와 다르더라도 공관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배려했어야 한다.

그런데 사정을 알아보니 사전에 한국 공관 측에 회견 장소로 쓸 수 없느냐고 의논을 안 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의원들은 총영사관에 들어가 한국 행을 기다리며 숙식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만나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공관 내에서 기자회견을 하려고 출국하기에 앞서 사전에 베이징 한국 공관 측과 협의를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소재가 민감하다고 밖에서 하기를 희망해서 숙소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무례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 같은 노 정권의 중국 눈치보기와 야당에 대한 편협한 태도도 큰 잘못인 것이다.

대통령이 모택동을 존경하니

외교적 언사로 덕담을 하더라도 하지 않아야 할 말도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중국에서 안 할 말을 한 일은 없었는가 돌이켜 보자. 제2차 세계대전 때 해군 전투기를 몰다 격추 당하여 죽을 고비를 넘겼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만일 일왕 히로히토를 존경한다고 말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사고가 정상이 아니라는 비난을 샀을 것이다.

실제로 부시는 언론과의 회견에서 히로히토가 죽었을 때 전쟁책임자에 대한 분노와 공인으로서 취해야 할 태도를 두고 고민했던 사실을 회고한 적이 있었다.

그러므로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7월 9일 중국 칭화(淸華) 대학에서 존경하는 중국인으로 “역시 모택동 주석과 등소평 주석이겠죠” 라고 하고 “두 분은 시대를 나눠서 중국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어온 분들이고 한 분이 다하기 어려워 나눠서 한 것이라 생각한다” 라고 덧붙인 것은 예사로운 일은 아니었다.

한국인의 눈으로 보면 마오쩌둥(毛澤東)은 소련의 스탈린과 함께 6.25 동란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 오늘의 중국인 특히 지식인들이 보기에 마오는 문화대혁명 등으로 수천만 명을 학살한 사람이고 혐오스런 지도자이다.

중국인들은 그런 인물을 존경한다는 한국의 대통령을 속으로 어떻게 볼까? 야당 의원들이 베이징에서 겪은 수모는 대통령이 쏟아놓은 이런 말들의 업보가 아닐까? 중국의 패권국가적인 태도는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에게조차 비자를 거부한 일은 물론 2004년 12월에는 야당 의원에게 탈북자 문제에서 손을 떼라는 식의 전화도 했다. 그뿐인가? 2004년 5월의 타이완 총통 취임식에 가지 말라고 의원실로 자못 협박조의 전화도 했다고 보도되었다.

이번에도 기자회견을 무산시키고 도리어 한국 의원들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나왔다. 유엔 사무총장이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 대학 교수에게 요청해 작성한 1월 17일자 보고서는 북한이나 미얀마 같이 정치가 엉망인(poorly governed) 후진국에 대해서는 대규모 원조를 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있다.

밑 빠진 독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북한은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붕괴 운운은 어림없는 추측”이라는 주한 중국대사의 최근 발언은 북한이 망하지 않도록 중국은 이 밑 빠진 독에 계속 물을 붓겠다는 뜻이다. 고구려 사 왜곡과 어울려 묘한 시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편향 드러나면 역풍

이웃 나라들에게 저자세를 취하면서 동맹과는 멀어지면 이웃들이 더욱 깔보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한국과 함께 중국의 조공 국가였던 베트남을 보자. 그들은 지난 세기의 오랜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현실주의 외교를 하고 있다.

중국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집권층은 베트남의 외교적 지혜를 배워야 할 때 아닌가? 그런데 북한에 대한 한미간 시각 차와 달라진 안보이익 때문에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의 유지는 곤란하고 우호적인 이혼을 준비할 때라는 주장이 워싱턴에서 나왔다.

이런 가운데 과거사를 밝힌다고 반미는 부추기고 일본에 대해서는 국내용으로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득과 입맛에 맞는 자료만 골라 내놓고 중국에는 알아서 기면서 진상규명과 자주로 착각하다가는 내외의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는 편향되지 않은 현실적 균형감각이 필요한 때이다. 또한 과거의 기득권 세력을 공격하고 무너뜨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정치적 부산물에 즐거워하며 판을 뒤집는 일을 우선시하면 진상을 밝히지도 못하고 동기가 불순하다는 비난을 살 것이다.

제대로 하려면 최근 몇 해 동안의 현 집권층의 행적과 자신들의 대일 대중 저자세 같은 한계와 허물도 함께 밝히고 반성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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