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식 배제된채 잔치성 행사로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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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들 말로만 2세육성… 행동없는 기념행사” 비난여론
2세들 앞장서 학술세미나 등 주관… 1세는 불고기 파티

선조들 희생적 정신·정체성 전달 우선해야
대다수 한인들 무슨행사인지조차 몰라 외면

영원한 유산 물려줄 구심점 부터
2세들의 역사성·정체성 돋보여
연래 행사치례보다 자랑스런 행사 되어야

“이런 것들이 아쉽다”

2005년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가 종료됐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가 열린 타운에는 한국의 음식 ‘갈비구이’의 푸근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리고 학술세미나에서는 한 원로기자가 2세들에게 주는 역사적 사명의 메시지가 있었다. 또 캘리포니아 주정부, LA 카운티 그리고 LA 시의회에서는 축하행사가 있었고, 그리고 한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만찬회 행사도 성황리에 개최됐으며 기념 골프대회도 열렸다.

이번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는 1세와 2세들이 공동으로 주관해 한인사회의 유산을 이어 가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그러나 2세들이 지향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와 1세들의 자세는 서로 달랐다.

제임스 최<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주 의사당 317호실에서 아시아계 주의원인 주디 추 하원의원 등이 고석화 미주 한인재단 남가주 회장 등 한인 관계자들을 초청해 ‘한인의 날’ 행사를 축하했다.

이들 주 의회 의원들은 한인들이 캘리포니아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며 ‘한인의 날’ 행사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12일은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에서 ‘1월 13일은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선포식도 가졌다. 13일에는 LA 시의회에서 역시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를 가졌다.

이 같은 행사는 미 주류 정치사회에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을 제고 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이런 정치성 행사는 자칫하면 단발성 행사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의 정신을 전파 시키는데는 문제가 있다. 이번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로 한인 커뮤니티가 과연 무엇을 배웠는가를 묻는다면 무엇이라는 대답이 나올 것인가. 또 한인 커뮤니티가 무엇을 느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코리아 타운의 한 올드 타이머는 “행사가 역사의식 없는 토양 위에서 이뤄져 잔치성 행사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의 행사는 “새로운 100년 유산의 건설”이라고 목표로 삼았다.이번 행사를 위해 미주 한인재단 남가주(舊 이민100주년 기념 남가주사업회)는 각계 인사와 기관단체들 50여 곳으로부터 약 10만 달러 기부금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기부금을 사용하면서 ‘앞으로의 100년’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단발성 기념행사에 쓰여졌다. 그래서 “새로운 100년 유산의 건설”이란 슬로건을 내건 이번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는 여운을 남기지 못하고 끝났다.

주최측 임원들은 내년 1월의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 때까지는 별로 특별한 행사나 활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행사에서 정신적 유산을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행동강령이 없었기 때문이다.

슬로건이 무색한 단발성 행사

▲지난 13일 열린 행사장 당일 모습.

이번의 주정부, 카운티 정부 그리고 시정부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를 위해 선포식을 갖는 준비도 1세 보다는 2세들이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1세들은 2세들이 준비한 행사에 얼굴을 내밀며 기념촬영에 나섰다. 1세와 2세들이 합동으로 준비한 행사라면 특히 2세들을 육성하기 위한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행사라면 2세들을 전면에 내세워 격려를 했어야 했다.

주류사회 정치인들과 기념사진 찍을 때도 2세들을 앞에 내세웠더라면 이런 모습을 보는 한인사회는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행사가 끝난 지 2주일이 지났다. 코리아타운의 많은 사람들은 언제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가 있었는지 벌써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있다. 타운의 한 은퇴 노인인 정(87) 옹은 “거창하게 광고를 하고 신문 방송에도 행사 소식이 보도됐으나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행사를 통해 우리 동포사회가 무언가 구심점을 찾는 정신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차세대 학술세미나는 주로 2세들이 준비한 행사로 선조들과 1세들의 희생정신을 2세에 전하고 후손들의 한인정체성을 확립시키는 자리였다. 1세들은 주로 기념만찬회나 불고기 파티에 관심을 가졌으나 2세들은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를 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 깊은 자리에 고작 1백 명도 안 되는 사람들만 모였고, 갈비 파티하는 공원에는 1천 여명이 그리고 기념만찬회 자리에는 4백 여명이 참석했다. 무언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행사였다.

1세와 2세가 “따로 놀다”

1세들은 2세들에게 훌륭한 유산을 물려주기 위한 차세대 학술 세미나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러나 주최측에서 나온 1세 임원은 고석화 회장, 차종환 이사장, 이춘자 위원 등등으로 10명도 안되었다.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를 알리는 신문광고에 이름이 오른 1세 임원들 대부분이 2세들을 격려해야 하는 자리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한마디로 정신적 행사에는 관심이 없고 먹고 마시고 자신들의 얼굴이 나타나는 자리에는 북적거렸다는 것이다. 일부 임원들은 주의회나 LA카운티 그리고 시의회 행사에 열심히 얼굴을 내밀기에 급급했다.

LA 일원에 많은 대학들이 있지만 그 중 UCLA와 USC 등에 재학하는 한인 학생들만도 수천 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날 학술 세미나 기조연설 시간에는 고작 50여명 정도가 참여했다.

2세들에게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 정신을 물려 주겠다는 1세들은 자신들의 행사 선전에만 관심을 두고 2세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행사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학생단체의 중심체인 남가주 한인 총 대학생회에다 맡겨 버렸다.

이날 학술세미나 기조 연설자로 나선 원로기자 이경원 선생은 나름대로 세미나의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 이민사에 오늘처럼 1세와 2세가 한마음으로 행사를 치룬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라면서 “이와 같은 행사가 15년 전에 가졌더라면 4.29 폭동 같은 수난은 이민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이 선생은 한인 이민사의 최대수난인 4.29 폭동의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면서 2세들의 사명을 당부했다. 그는 “제2차 대전 당시 미국정부가 재미 일본인들을 강제로 수용소에 보냈다”면서 “이들 일본인의 후손들이 40여년 동안 투쟁해 결국 1988년에 미국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명예를 회복했으며 보상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4.29폭동에서 우리 한인들은 부당한 인권침해와 함께 정신적 물질적인 피해를 당했다”면서 “1세 한인들이 일궈 논 코리아 타운이 왜 폭도들에게 파괴됐는지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선생은 “1세들이 당한 ‘한’을 2세들이 풀어 주어야 한다”면서 “왜냐하면 1세들은 4.29의 진상을 파헤치고 규명하기까지는 시간상이나 여러 가지 장애 등으로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2세들이 이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이번 행사 중 차세대 학술세미나에서 젊은 세대들은 진지한 모습을 보여 기대감을 지닐 수 있었다.

특히 젊은 세대가 기획하고 제작한 ‘미주 한인의 영원한 유산’이란 다큐제작물 상영은 참석한 한인 대학생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과 커뮤니티 봉사심을 지니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세미나는 커뮤니티의 미래를 주제로 교육, 사회 연예 분야를 나누어 관련 인사들과 연예인들을 초청해 상호 의견을 나누었다. 이 같은 세미나에 1세들도 참석해 함께 커뮤니티의 장래문제를 논의했다면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말로만 2세들을 위한 행사라고 떠들지 말고 직접 2세들과 한자리에서 1세들의 경험과 희생을 함께 토론했다면 2세들에게 많은 교육이 되었을 것이다.

‘코리안 아메리칸 데이’를 연례행사로 치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랑스런 2세들을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정신적 운동이 더 시급한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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