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질질 끌려다니더니 관중신세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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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발을 묶고 경기나 협상에 나가는 바보는 드물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를 한 심각한 상황에서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지 과학기술부는 올 상반기 중에 핵무기 개발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가칭 ‘원자력통제법’의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2004년 말에 불거진 한국의 핵 물질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라는 설명인데 이것이야말로 스스로 입지를 좁히고 제 손발을 묶는 어리석은 대응이다.

한국정부는 바보인가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해도 지금이 먼저 나서서 한국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고 법까지 만들 때는 아니다.

오히려 북한이 일정한 시한 안에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으면 한국은 물론 일본과 타이완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해야 폐기를 촉진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만들지는 않더라도 그런 의지를 보여야 북한과 중국이 그나마 심사숙고를 할 상황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시키려는 6자 회담을 열었었지만 일이 이렇게 꼬인 책임의 일단은 한국 정부에도 있다. 노 정권은 북한의 핵이 자위용이라는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하는가 하면 미국과 다른 소리를 내곤 했던 것이다.

핵을 폐기하지 않으면 모든 선택가능성을 열어 두겠다고 미국이 공언하면 한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에 반대한다고 대꾸했던 것은 대표적인 협상교란 언동이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제 손발을 묶고 협상 장에 나갈 수는 없다고 말하곤 했다. 노 정권은 이제 와서 중국을 통해서 북한의 핵을 용인할 수 없다고 알렸다고 했는데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관중석으로 밀려날 위험












압박과 제재를 반대하면서 개성공단은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공언까지 나왔다. 핵무기로 동족을 인질 삼겠다는데 공장을 다 짓고 나면 투자와 기업인들을 인질 삼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임금이 싸서 좋다고 주장하지만 공단이 완성된 다음에 임금을 올리라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북한 금호지구(신포) 경수로 건설 사업장에서 공사가 진행 중에 북한 인력에 대한 임금을 올려 달라는 요구 때문에 중앙 아시아 사람들을 데려다 쓴 선례도 있어 이런 걱정이 기우(杞憂)는 아니다. 신포는 국제 관할 하에 있는 특구인데도 그랬는데 개성은 그것과도 다른 곳이다.

안보 불감증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북한 핵무기가 일리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이어 집권당 의장이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가 일리 있다는 말을 했다.

이러니 여권 내부에 우리가 핵을 만들지 못하는데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면 통일 후에 민족의 자산이 될 것이므로 좋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관측까지 항간에 나돌게 된 것이다.

사실이라면 큰 일이고 이러다가 한국은 당사자로서의 발언권을 잃고 동맹국들의 외면을 자초해 관중석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공동성명 없는 한미회담


워싱턴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의 대조적인 모습이 그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일 회담 후에 두 나라 외교, 국방 장관들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무조건 회담에 복귀하라고 경고했고 일부 외신은 북한이 끝내 고집을 꺾지 않으면 유엔에 회부하기로 두 나라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한미 회담 후에는 공동성명도 공동기자회견도 없었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에다가 내용도 딴판이다.
김정일이 중국 공산당의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조건이 성숙되면 6자 회담에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자 무슨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것처럼 분석한 것도 안일해 보인다.

“조건이 성숙되면” 이란 표현은 그 동안 북한이 반복해온 “미국이 적대정책을 바꾸면” 이란 표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북한 국방위원장의 말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고 회담을 깼다는 비난을 피하려는 화술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데도 애써 희망을 찾아 보려는 정권 주변의 해석이 애처로워 보일 뿐이다.

유엔에 가도 소용없다(?)













한반도 주변이 부산해지면서 마침내 햇볕정책의 창시자인 DJ가 나서서 나름대로 훈수를 했다. 그의 말에서 두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자.

그는 오늘의 악화된 상황은 미국의 탓이 더 크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부시와 그는2001년 3월의 회담 때부터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견해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사이이므로 그의 미국에 대한 불만은 새삼스럽지는 않다.

또한 DJ는 나아가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5억 달러 비자금제공과 관련한 특검의 조사가 매우 잘못한 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 돈으로 핵무기를 만들게 도와준 셈이라는 세간의 점증하는 비난여론을 아랑곳하지 않는 주장이다.

문제는 그가 미국이 북한 핵 문제를 유엔에 가지고 가겠다는 것은 엄포이고 가져가도 헛일일 것이라고 분석한 부분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논지이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유엔에 회부하는 것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온 것일까? 지난날 유엔의 제재가 논의되자 남아프리카연방이 핵무기 해체에 동의했듯이 유엔의 제재는 막상 논의되기 시작하면 간단치 않으며 북한 정권의 운명은 풍전등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회부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협상을 위한 모든 외교수단을 다 시도했다는 인식을 공유하게 되는 시점에서 미국과 일본은 유엔회부에 나설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에서도 무작정 북한 편을 들 것이라는 전제는 다분히 구시대적이고 냉전시대적인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과거와 달리 국제시장경제에 편입되어 있고 북한 때문에 미국과 일전을 불사할 입장도 아니다. 또한 유엔이 두 나라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을 용인하고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유엔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국제사회가 일본 등 주변 국가들의 핵무기 제조를 막을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중국은 결코 상상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유엔에 가는 것을 실효성 없는 엄포로 평가절하한 DJ의 분석에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의 적극성
필요한 때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노 정권이 말로만 외교적인 주도권과 발언권을 주장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협을 예정대로 한다느니 DJ가 특사로 가면 좋겠다느니 한가한 낙관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과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북한에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요구해야 할 때이다.
핵의 볼모가 되어 인질범의 요구대로 몸값을 내듯이 북한에 끌려 다닐 때가 아니다.

북한이 끝내 가까운 시간 안에 회담에도 나오지 않고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하면 한국이 주도하여 유엔으로 가는 결단까지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를 중국의 역사로 왜곡하기를 서슴지 않아온 중국이 북한에 개입하고 그렇게 서는 차기 북한 정권의 이름으로 중국으로의 편입을 요청하는 상황이 오기라도 하면 어찌 될까 가정해 보자.

혹시라도 그렇게 된다면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전후 처리에 관한 얄타협정과 카이로 선언에 한반도를 독립시키기로 한 내용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유엔은 한국의 입장에서는 회피할 외교의 장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활용할 곳이다.

전쟁 가능성이 적은 해법을 찾기 위해서나 중국의 과도한 역할이 초래할 수도 있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그렇다.
이제 한국이 앞장서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유엔으로 가겠다고 경고하고, 또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유엔도 무력화된다면 한국, 일본, 타이완 등 동양 3국도 핵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나설 때가 아닐까?

실패한 햇볕정책에 연연하여 비겁하고 창피스런 대 북한 굴욕외교를 계속하며 회담을 구걸할 때는 지났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감쌀 때도 지났다.

그리고 햇볕의 원조든 아류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겸손해야 할 때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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