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확산되자 서둘러서 진화… 담당자 김진흥 목사 연락두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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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공자 묘역” 매입은 2003년(오른쪽)에 했는데 묘지등록서는 2005년(왼쪽)에 배달됐다.
ⓒ2005 Sundayjournalusa

대한민국재향군인회미서부지회(회장 金봉건)가 추진해 온 ‘유공자묘역’ 사업이 정식서류계약이 아니라 “구두계약”을 맺었다는 본보 특종보도(2월27일자)가 타운에 파란을 몰고 오고 있다.

현재 LA동부 글렌도라 지역에 자리잡은 ‘오크데일 메모리얼 파크’의 “유공자묘역”에 묘지를 매입한 많은 한인들은 “청천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또 다른 매입자들은 “이미 안장된 묘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불안에 하고 있다.

한편 지난동안 재향군인회에서 묘지구입 상담을 전적으로 담당했던 김진흥씨가 올해 초부터 나타나지 않아 그를 통해 계약했던 많은 한인들이 크게 당황하고 있다. 묘지상담자 김씨가 그 동안 재향군인회측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떠오르고 있다.


제임스 최 <취재부 기자> jc[email protected]sa.com



본보 취재진이 지난 28일 만난 다운타운 거주 이모씨는 지난 2003년에 묘지를 구입했는데”이제는 해약을 하려도 할 수가 없다”면서 “재향군인회측에게 그 동안 수 차례 문의했으나 ‘기다리면 된다’는 답변만 듣다가 낭패를 보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본보에 보여 준 묘지매입 관련 서류는 달랑 3장이었다. 그는 지난 2003년 5월 26일에 묘지구입을 위해 700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매달 127 달러를 7개월 동안 불입하다 2004년에 일시불로 5,338 달러를 납부했다. 이씨가 지불한 묘지 대금은 총 6,892 달러였다. 그는 겉관과 비석 대금까지 지불했으나 계약서에는 비석 대금이 기록되지 않았다.

처음 계약 당시 당연히 받아야 할 묘지등록증은 “보내 준다”라는 말만 믿고 기다렸는데 오지 않다가 이번에 문제가 발생하자 지난 1월 11일자로 된 묘지매장번호가 기록된 증명서를 받았다.

무려 2년 만에 날라 온 증명서이다. 그러나 증명서에 기록된 묘지는 원래 이씨가 알고 있던 장소가 아닌 엉뚱한 장소로 되어 있었다. 이씨는 “묘지매매를 담당한 김씨는 행방이 묘연하고, 재향군인회측은 ‘기다리면 된다’고 무책임한 말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처음 라디오방송을 통해 ‘유공자묘역’ 매매를 듣고 신청했다면서 “라디오 방송국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씨는 “재향군인회측에서 실시한 묘지답사에도 참가했다”면서 “그 당시 우리들에게 약속한 내용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엉뚱한 묘지”

이번 ‘유공자묘역’ 사건의 당사자인 金봉건 회장은 “내년에 실시될 재향군인회 회장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 이번 ‘묘지사건’에 대한 책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는 상태에서 묘지회사측은 일부 매장된 한인묘지를 다른 구획지역으로 이전해 줄 것을 종용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꼬여 가고 있다.

재향군인회측에서는 처음 계약시 오크데일 메모리얼 파크에서도 좋은 지역인 “채플 라운지”에다 “유공자묘역”을 조성해주기로 제안해 수락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묘지회사측은 “정식으로 묘역지정 계약서는 체결한 적이 없다”고 통보했다.

“유공자 묘역”계약문제에 대해 金봉건 회장은 “구두계약도 정식계약의 일종”이라면서 “모든 증거가 있기 때문에 애초 약속대로 ‘유공자묘역’ 조성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구두계약을 실지 계약으로 체결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뿐”이라며 “고문변호사를 통해 문제를 수습하고 있다”면서 회원들을 달래고 있다.

커미션 행방은?














▲ 유공자 묘역 안내지에 게재된 김봉건 회장의 묘지 계약 체결식 장면. 그러나 실제로 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5 Sundayjournalusa



한편 재향군인회 내부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金진흥씨가 약 800기의 묘지를 판매하면서 발생한 커미션을 두고 묘지회사 내 또 다른 한인 직원과 갈등을 벌여 왔다는 것이다.

金진흥씨는 회사 내 이 상급자인 한인 직원과 커미션 분배로 갈등을 빚어 오다가 갑자기 해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약 800기에 달하는 묘지판매에서 발생한 커미션 액수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재향 군인회측에서는 ‘약 20만~30만 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같은 커미션에 대해 재향군인회 전직 임원 중의 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이런 커미션의 일부를 재향군인회가 받았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 “그러나 커미션이 전혀 기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궁금증이 일어날 뿐이다”고 말했다.

이 전직임원은 “재향군인회에서 어느 누구도 커미션을 기부 받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누군가 비밀로 받지 않았는 가로 의심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재향군인회 내부에서는 金봉건 회장에 대해 ‘묘지 커미션을 기부금으로 받자’고 제안했으나 金 회장은 ‘커미션을 우리가 받으면 오해를 받게된다’ 면서 강력하게 반대를 표명했다고 한다.

묘지 상담자 金진흥씨는 재향군인회가 사무실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복사기 등 사무기 등을 제공했으며, 金봉건 회장이 ‘유공자묘역’ 추진을 위한 로비활동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예로 金 회장이 국회의원 등 유력인사들을 만나러 갈 때 항공료나 체재비 그리고 인사들을 만날 때 식사비 등을 부담한 것 등으로 알려졌다.

金봉건 회장이 추진해 온 ‘유공자묘역’은 취지 자체는 훌륭한 사업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기 때문에 지금까지 약 800기 정도가 참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재향군인회의 활동회원 수를 3,000 명 정도로 볼 때 25%의 회원들이 참여한 것은 놀라운 성적이다.

‘유공자묘역’은 간단히 말하자면 해외에 건립되는 한국의 국립묘지와 상응한 지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미주에서 살아가는 재향군인들이 죽어서 한국 국립묘지에 묻히려면 여러가지로 복잡한 수속과 부대경비가 만만치 않다. 한국의 보훈처로서도 해외에 국립묘지를 두게 되면 예산상이나 한국 내 부족한 묘지로 볼 때도 이익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유용한 사업을 金 회장이 단독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의혹을 받게 됐다. 재향군인회의 묘역추진위원회나 이사회나 대의원회의 등에서 모든 집행사항을 터놓고 논의해 나갔다면 오늘날처럼 의혹을 받는 입장은 안됐을 것이라는 게 재향군인회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회장의 이상한 행보

金봉건 회장은 유공자묘역조성을 위해 나름대로 많은 공을 드렸다. 지난해 11월 노무현 대통령이 남미 순방길에 LA를 방문했을 때다. 당시 타운의 보수단체들은 좌파성향을 보이고 있는 노 대통령의 LA방문을 두고 항의데모를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항의데모에는 보수단체의 대표격인 재향군인회가 선봉을 설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金봉건 회장은 “재향군인회는 이번에 데모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동포사회와 회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환영 리셉션에 참석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金 회장은 노 대통령에게 ‘유공자묘역조성’을 위한 건의를 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관련부처를 통해 알아보겠다’며 답했다.

노 대통령이 LA 방문전 LA총영사관측은 교민들의 데모사태를 가장 두려워했다. 당연히 재향군인회가 데모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윤복 LA총영사는 당시 재향군인회가 ‘유공자묘역’ 때문에 난관에 봉착해 있음을 정보 소식통을 통해 알고 있었다.

이 총영사는 은밀히 金 회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반대데모를 하지 않을 경우 재향군인회가 추진하는 ‘유공자묘역’ 사업이 잘 되도록 지원을 할 방침이라는 언질을 띄었던 것이다. 김 회장이 정부의 덫에 걸려들었는지는 조금 더 시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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