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범 칼럼: 흡연·이혼·술 소비율 최고기록… 실업난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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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흡연율과 이혼율은 전체주의 체제나 경제상황이 나쁜 나라에서 높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북한 사람들의 흡연율이 매우 높은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한국도 흡연율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군에 들어있다. 특히 40대 이후의 흡연율은 1990년대부터 서서히 줄었지만 20-30대의 흡연율은 70-75%로 세계적인 기록이라고 한다. 이것은 동남 아시아 나라들의 흡연율이 금연운동 덕분에 한국보다 낮아진 것과도 대조되는 경향이다.

속 터지는 국민은 늘고

정치가 민주화될 수록 살기도 나아지면서 이런 경향이 변해야 정상인데 한국의 담배와 술 소비가 2004년에 최고기록을 갱신했고 이혼율도 크게 15%나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왔다. 속 터지고 살기 어려워진 국민이 오히려 늘었다는 증거이다.

통계에 따르면 고교 졸업자의 취업률이 11년 만에, 대학교 졸업자의 취업률은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각각 추락했으며 학력간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느라 술과 담배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되면 위정자 특히 집권세력은 먹고 살게 하라는 아우성이 심각하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500만에 이른다는 신용불량자는 물론 기초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가짜 국산주가 상징하는 난맥상













서민들의 술 소비가 늘었다는 통계가 나온 무렵에 맞추어 술과 관련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밝혀졌다. 청와대 만찬 때나 “우리 전통식품”이라고 대통령 기념품으로 청와대측이 제공하는 복분자 술이 실제는 미국산 주스와 혼합된 ‘가짜’로 밝혀진 것이다.

서울 중앙지검 형사2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모 주류업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는데 이 업체는 미국산 딸기의 일종인 블랙베리 원액 30%와 복분자 70%를 섞고도 용기 등에 ‘복분자 과실 100%’라고 표시하는 방법으로 진품인 것처럼 속인 혐의로 최근 적발되었다는 것이다.

2002년 ‘한국전통식품 베스트 5 선발대회’에서 술 부문 대상을 받은 이 제품은 홍삼절편 등 열 가지 제품과 함께 2003년 8월 청와대 대통령 기념품으로 선정됐는데 당시 청와대는 한국 농업과 농촌의 미래에 대한 대통령의 지대한 관심에 따라 우리 전통식품을 대통령 기념품으로 지정했다고 밝혔었다고 한다.

정력에 좋다고 하면 구더기나 바퀴벌레라도 삶아 먹을 세태라지만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자기들 제품이 “신장기능을 강화시켜 정력을 좋게 하고 간을 보호하고 눈을 맑게 한다”고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위법성 광고까지 게재하며 최고권부까지 속였고 여기에 모른체 또는 알고도 넘어갔다면 가히 청와대와 국정의 난맥상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2주년이니 정말 달라질까


살림살이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나마 깨닫기 시작했는지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의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대통령이 설 기간 동안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라고 한다. 경제에 역점을 두려고 한다는데 두고 볼 일이다.

과연 그는 그 동안의 국정운영이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키고 경제 주체들의 의욕을 저상(沮傷)시키고 한미동맹 관계를 약화시킨 점은 없는지 통렬한 반성으로 국민 앞에 나설 것인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초기에 동성연애자 군입대 허용문제와 낙태문제에서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다가 시행착오를 겪고 노선을 수정한 것을 그는 타산지석으로 삼을만하다. 좌파적 정책을 추진하다가 의회의 저항에 부딪히고 여론의 역풍을 맞자 클린턴은 노선을 중도화하여 정국을 헤쳐나아갔던 것이다.

그 동안의 이른바 개혁추진이 과연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었는지, 그가 설정했던 개혁과제들은 과연 필수적이고 급한 것들이었는지, 도리어 어설프게 추진하다가 갈등을 조장한 것은 아니었는지 진정으로 평가해보고 나올지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낙관하기는 이르다. 청와대에서는 용비어천가 식 자화자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의 증대였나 실망의 증대였나


청와대 관계자들이 노 정권 2년을 평가하면서 정치·사회 쓰나미가 휩쓴 시기로 권력산업이 몰락했다고 한데 대하여 일부 학자들이 갈팡질팡 세월일 뿐이었다고 깎아 내린 데에서도 상반된 대립적인 시각이 드러나고 있다.

청와대 사람들이 지난 2년이 잃어버린 시기가 아니라 성장통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일련의 인사파동을 자신감에서 비롯된 교통사고쯤으로 표현하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테만한 한 뼘의 하늘을 우주의 전부라고 잘못 알면서 파랗고 아름답다고 노래하는 것을 연상시키는 애교로 받아들인다고 치자.

쓰나미가 휩쓸고 간 시기로서 노 대통령이 만든 해일이 구질서를 허물었고, 이제부터는 신 질서를 만들어가면 된다는 한 수석 비서관 류의 생각은 시각교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집권자가 만든 쓰나미가 휩쓴 시기가 아니라 한반도의 정치지형을 크게 바꿀 국제정치적 쓰나미가 오는지도 모르고 지낸 시기는 아니었나, 술과 담배 소비를 늘린 서민들 가운데에는 쓰나미같은 사태라도 일어나 정권을 휩쓸어 갔으면 하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게 만들었던 실망과 절망 증대의 시기는 아니었던가 반성해볼 일이다.

청와대가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를 달리 기대하는 기류였다는 관측이나, 개성공단을 두고 한미간에 갈등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는 보도 따위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적 격랑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예이다.

사실상 사문화되었다고도 할 국가보안법을 확인사살하고 칼집에 넣어 박물관에 보관해야 한다고 하면서 작년연말을 소란하게 한 것도 시기를 잘 택한 일은 아니었다.

구질서(앙샹 레짐)를 허물 때에는 신질서의 윤곽이라도 잡아놓고 해야 하는데 무작정 허물고 보자는 과거청산형은 시원하기는 해도 큰 혼란과 희생을 초래할 수 있는 것임을 알았어야 했다.

구질서를 허문다고 하면서 자신과 동업 관계였던 중진정치인과 반대입장에 있던 사람들은 감옥에 보내고 자신의 상대적 결백을 뽐내는 것도 꼴사납기는 마찬가지이다.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 문화가 청산된 것은 사실이라는 한 정치학자의 평가도 거듭 살필 부분이다. 권위주의를 파괴한다고 대통령으로서의 권위까지 손상시킨 것은 아닌지, 대통령 중심제가 가진 대통령 무책임제적 성격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남은 3년 과거보다 미래로


그래서 지치기는 했어도 국민은 남은 3년이, 허물기 보다는 건설, 과거사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지도력을 발휘해 주는 기간이 되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지난 2년이 갈팡질팡의 기간이었고 이제 와서 선진한국을 말하지만 현 정권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상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비판이나, 인적 자원의 빈곤을 드러냈고 분권화를 말하면서 오히려 큰 정부를 만들었고 지역주의도 그대로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당을 육성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무었을 했는지도 반성할 부분이다. 기성 야당을 파괴하려고는 했지만 대화와 타협 양보를 통한 건설적인 정치를 제도화하려는 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 결과로, 대안을 없애 집권세력의 장기집권을 꾀하려는 한국 정치의 불행은 그대로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이런 때에 정계의 원로가 국정원의 과거사 조사가 독일, 프랑스, 일본 등과 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진상은 밝혀야 하지만 벌레를 잡는다고 집을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국민다수가 정권교체를 바란다는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도 새겨보기를 바란다.

권력은 지나고 나면 허망한 것이다. 가지고 있을 때 잘 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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