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면 약, 못쓰면 악 만우절 4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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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비원 지안스님의 쓴소리 단소리 철학칼럼.
 ⓒ2005 Sundayjournalusa

옛날에 어떤 나이 많은 스님이 꿀단지를 벽장 속에 감추어 두고 남 몰래 조금씩 꺼내 먹었다.
스님이 데리고 있던 동자 승이 그 사실을 알고 어느 날 노스님이 꿀을 먹으려 하는 순간에 문을 와락 열었다.

당황한 노스님은 이것은 너 같은 어린애가 먹으면 죽는다. 그래서 너를 줄 수가 없어하며 거짓말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스님이 외출을 하자 동자는 벽장 속에 꿀을 다 퍼먹어 버리고 노스님이 아끼던 벼루를 방바닥에 깨뜨려 놓고 방바닥에 벌렁 누어 쿨쿨 낮잠을 자고 있었다.

노스님이 외출을 하고 돌아와 보니 방이 엉망이고 동자는 자고있어 이 벼루는 왜 깨뜨렸으며 꿀단지는 왜 비어 있느냐 화를 내자. 동자승이 스님 제가 청소를 하다가 스님이 아끼는 벼루를 깨뜨리고 겁이 나서 죽으려고 저 단지 속에 있는 약을 먹고 이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잘 쓰면 약이 되고, 잘못 쓰면 악이 되는 거짓말. 4월 1일. 서양에서는 해마다 4월 1일에 갖가지 가벼운 장난과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곯리거나 헛걸음을 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이 날 속아넘어간 사람을 4월바보(April fool)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이 날을 만우절이라 한다.

만우절은 11월 1일 모든 성인의 축일에 대비한 명칭으로 그리스도가 유대인에게 조롱당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라고도 한다. 또는 그리스도의 기일이라고도 한다. 4월바보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서양에서는 춘분으로부터 새해를 시작하던 때에 새해 축제의 마지막 날인 4월 1일에 선물을 하던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1564년 프랑스 샤를 9세가 양력을 채용하여 1월 1일이 새해가 되자 옛 풍습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4월이 되면 다량으로 포획되어 식용되는 고등어를 바보 같은 물고기라고 하여 푸아송 다브릴이라 부르고, 4월 1일에 장난조로 신년축하행사를 열어 엉터리 선물을 한 것에서 연유했다는 설도 있다.
또 영국극작가 W. 컨그리브가 풍속희극 늙은 독신자(The Old Bachelor,1693)에서 4월바보를 다룬 이후 널리 행해졌다고도 한다.

인도에서는 불교도가 춘분으로부터 7일 동안 설법을 청문하거나 좌선을 통해 깨달음의 수행을 쌓는데 그 기간이 지나 속세로 돌아가는 날을 야유절이라 하여 서로 놀리는 행사를 벌인 것이 서양에 전해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중국에서는 중우절이라고도 한다.

만우절이 서양 풍습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식의 만우절이 있었다. 서양과의 차이점이라면 4월1일로 정해진 날이 아니고 그 해 첫눈이 내리는 날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도 이 같은 풍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첫눈 내리는 날, 그 날 만큼은 궁인들이 왕을 속여도 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눈이 많이 내리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왕을 속여도 너그럽게 눈감아 줬다고 하니 우리의 조상들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지게 한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869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것도 거짓말이 매우 다양하다는 걸 보여 주는 또 하나의 거짓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3대 거짓말이 노처녀 시집 안 간다.노인 일찍 죽어야 한다. 장사꾼 밑지고 판다.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 우리가 자주 하는 거짓말 순위를 매겨 본다면 당연히 정직해야 할 사람들인데도 우리나라 거짓말쟁이 1위는 아마 정치인이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정직을 주요 덕목으로 삼는 국가에서는 사회 지도층이 거짓말을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곤 한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연루된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사건 자체보다도 그 사건을 은폐하려다 사임했고,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르윈스키 사건 때 클린턴 대통령의 사임설이 나왔던 것도 위증을 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사회학자 후쿠야마 교수는 Trust라는 저서에서 국가의 복지와 경쟁력은 한 사회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는 신뢰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사회, 신뢰가 없는 사회는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가 거듭나려면 거짓말 불감증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유명한 심리학자 프로이드는 입은 가만있어도 몸은 가만있지 않는다고 했다. 거짓말을 하면 혈압, 맥박, 호흡 등 신체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거짓말 탐지(polygraph)도 이런 신체적 변화를 측정해서 거짓말을 잡아내는 것이다.

영국의 한 신문 보도에 의하면 사람은 하루에 200번 가까이 거짓말을 한다고 하니 8분에 한 번씩 거짓말하는 셈이 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1.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하며 거짓말하는 사람은 시선을 피하거나 눈동자가 떨리고 심하게 깜박이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진심을 물을 때 내 눈을 보고 얘기해.라고 한다.

2.귓볼 또는 코를 만지거나 문지른다. 거짓말을 하면 귀나 코에 있는 조직이 충혈된다. 그래서 그 곳에 손이 가게되는 것이다.

3.갑자기 말이 많아지거나 적어진다.

4.얼굴 또는 머리를 만지거나 다리를 꼰다.

5.손에 미세한 변화가 있다. 상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보려면 슬쩍 손을 잡아 본다. 손은 인간 행동의 50% 이상을 전달하는 곳이다. 그래서 손으로 나타나는 감정은 숨기기 어렵다.

필자도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아버지는 거짓말쟁이로 알았다. 밥상머리에서 뜨거운 숭늉을 마시면서 아! 시원하다. 그 말을 믿고 따라 마시다가 입천장을 데었고, 목욕탕에서 김이 나는 탕 속에서 어! 시원하다.는 소리에 따라들어 갔다가 기겁을 하고 나왔으며, 감기 들어 기침할 때 이 약 달다.는 말에 홀짝 마시고 입이 써서 물 한바가지 마셨다. 당시는 거짓 말이었는데 지금 보니 모두 맞는 말이다.

4월1일 모두에게 행복한 웃음을 선사할 가벼운 거짓말 한마디만…………


<자비원 지안 스님  213-268-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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