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님이 세우신 경기장에서 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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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축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장에서 난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달 30일 AP통신을 비롯해 세계유수의 통신들은 북한에서 벌어진 독일 월드컵 아시아 예선 대회 경기 상보 에서 북한이 0-2로 패했다는 결과 보다 ‘난동사태’ 보도에 열을 올렸다.

“북한에서 난동사태”는 지금까지 거의 보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난동 장면이 고스란히 세계 각국에 생생하게 전달 됐던 것이다. 난동사태라고 하면 가끔 인권단체 소식통을 통해 김정일 정권에 대한 주민들의 소동이 보도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포츠 경기장에서 난동사태가 벌어져 “북한은 스포츠에도 위험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언론들은 이 사태를 긴급 뉴스로 보도하면서 ‘김일성 경기장’에서 게임에 지자 관중들이 흥분한 것 같다며 “북한의 훌리건은 이상했다”고 비꼬았다. 또 일부 언론은 “북한 관중의 난동은 폭도화”로 보도했다.

제임스 최 <취재부기자> [email protected]

  이란 축구대표팀 출신의 미드필더 메흐디 마다비키아는 북한과의 경기를 한마디로 악몽이었다고 회상했다. 경기를 마치고 분데스리카 구단에 도착한 마다비키아는 2일 축구잡지 `빌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말로 끔찍한 체험이었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에서 빈병과 의자가 날라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북한 관중이 주심에게만 항의하지 않고 이란 선수들에게까지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번의 난동사태는 김일성 경기장을 메운 북한 관중들이 주심이 북한팀에 페널티킥을 주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북한 관중들이 물병을 던지며 야유를 하는 바람에 경기는 5분여 동안 중단되었으며, 경기가 끝난 뒤에도 심판진은 험악하게 접근하려는 관중 때문에 20분 이상 그라운드를 빠져나가지 못하다가 보안병력의 호위를 받고 나서야 겨우 나갈 수 있었다. 이란선수가 탄 버스도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이 같은 북한 축구의 관중 난동 사태로 징계를 받게 생겼다. 빠르면 오는 6월 3일 이란에서 벌어질 북한-이란 경기전에 나올 가능성이 많다. 무 관중 상태에서 경기를 치룰 가능성도 있고, 더 심하면 경기개최국이 변경될 소지도 있으나 준비 관계상 이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공식 홈페이지인 ´풋볼아시아닷컴´은 “북한이 AFC로부터 징계받을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일본에서도 야단이다.

왜냐하면 일본은 오는 6월 8일 북한과의 경기를 벌려야 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최근 독도문제와 일본인 납치 등으로 양 국민들의 감정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축구경기장 난동사태가 불을 당긴 것이다. 일본의 일부 언론은 오구라 준지 일본축구협회 부회장의 말을 인용해 “경기장 안전 문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경기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주심을 밀치며 항의


  이번 난동사태의 발단은 북한과 이란 경기 후반 41분 북한 공격수 남성철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다 이란 수비수와 부딪쳐 넘어졌으나 페널틱킥을 주어야 한다는 항의에 주심 모하메드 쿠사(시리아)가 정상적인 플레이로 판정해 페널티킥을 주지 않은 바람에 북한 선수들이 달려 들었다. 여기에 관중들도 가세하고 나서는 바람에 아수라장이 되 버렸다. 김일성 경기장에서 난동 사태는 죽은 김일성이 들고 일어날 사태처럼 관중들이 흥분했다. 이날 북한 선수들의 항의는 도를 지나쳤다. 북한 선수들은 주심인 모하메드 쿠사를 밀치며 항의했다. 이에 주심은 규정에 의거 플레이메이커 김영준을 퇴장시켰고 이에 흥분한 관중들은 병과 깡통을 던지며 소란을 피웠다.

경기 후에도 관중들은 숙소로 향하는 이란 선수단의 버스를 에워싸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다음날 31일 조선중앙방송은  ‘관중들이 심판의 오심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마치 관중들이 잘한 것 처럼 보도한 것이다. 이날 경기를 생중계한 KBS 이용수 해설위원(세종대 교수)은 “페널티킥을 줄 상황은 아니었다. 이란 수비수가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가운데 남성철이 치고 들어가다 충돌했다. 이란 선수가 의도적으로 발을 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홈에서 3패를 당하자 북한 선수들이 흥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북한축구 징계 불가피


  한편 관중난동으로 물의를 빚었던 북한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풋볼아시아닷컴( http://www.asian-football.com )은 31일 이란의 이반코비치 감독의 급박했던 인터뷰 내용을 상세히 전하며 “북한이 관중난동으로 인해 AFC의 징계를 받을 게 확실하다”고 밝혔다.

31일 일본 산케이스포츠는 일본축구협회 오구라 준지 부회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전 관중난동으로 AFC가 경고나 벌칙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오구라 준지 부회장은 “북한의 경기장 안전문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경기감독관의 보고서가 AFC에 접수될 경우 경고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장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호치와 닛칸스포츠도 일제히 31일 ‘북한 관중 폭도화’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란전 직후 북한 관중들의 난동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스포츠호치는 “5만 명 수용의 경기장에서 맥주나 소주를 마시며 관전하는 관중들이 눈에 띄었다”며 “심판이 북한의 페널티킥 상황을 지적하지 않자 병과 캔은 물론 떼어낸 좌석까지 그라운드에 내던져 경기가 10분 이상 지연됐다”고 보도했다. 닛칸스포츠 역시 “관중들이 물건을 내던지는 바람에 심판 4명이 그라운드 중앙에서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30분만에 경찰의 호위 속에 겨우 빠져나갔다”고 강조했다. 닛칸스포츠는 또 “이란 이반코비치 감독의 인터뷰장에도 수십명의 관중이 난입해 기자회견이 중지되는 이례적인 사태도 발생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관중은 폭도?


  산케이스포츠는 한술 더 떠 “북한이 3연패를 당하면서 40여년 만에 월드컵 본선진출의 열광이 시들어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며 “6월 8일 일본과의 홈경기에서 목숨을 걸고 공격해 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이 이토록 북한의 관중 난동 사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2승1패로 B조 2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대표팀이 6월 8일 반드시 북한을 이겨야만 안정적으로 본선행 티켓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축구협회로서도 정치적으로 특수한 관계에 놓인 북한에서 원정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AFC를 압박해 안전문제를 앞세워 경기장 변경을 노려보겠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축구는 이번에 홈 2연패를 당하며 독일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은 그 동안 독일월드컵에 화려하게 출범하려고 지난 수년간 피나는 훈련을 벌여왔다. 과거 런던대회에서 8강에 오른 영광을 재현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예선전에서 내리 지는 수모를 당해 이번 이란전에서 패하는 바람에 독일 본선은 거의 물거품이 됐다. 그 분풀이를 경기장에서 난동으로 표현했다.







북한경기장은 세계수준


  FIFA(국제축구연맹)가 월드컵 개최국에 요구하는 경기장 수준은 4만 명 대 수용 규모 6개 이상, 6만 명 대 경기장 2∼3개. 이 기준으로 볼 때 평양의 경기장 시설은 월드컵에 필요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평양에는 웬만한 위성도시 인구와 맞먹는 15만 명 수용 규모의 5.1경기장을 비롯해 FIFA 기준에 부합되는 축구장이 6∼7개는 된다.

평양 능라도에 위치해 일명 `능라도 경기장’으로도 불리는 5.1경기장은 91년 남북통일축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89년 김일성 주석의 77회 생일에 맞춰 완공됐으며 연건평 16만6000㎡ 규모로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축구전용훈련장 3개면과 각종 실내훈련장까지 갖춘 최대규모 스포츠 컴플렉스다.

5.1경기장이 생기기 전까지 북한 최대 경기장이었던 김일성경기장(일명 `모란봉경기장’)도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적인 규모다. 또 평양 양강도에는 3만명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이 있으며 청진경기장, 10월경기장, 평성경기장, 동평양경기장 등도 수용능력 4∼5만 명에 훌륭한 천연잔디를 갖춰 월드컵 개최에 손색이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압박축구 구사


  현재 북한에는 한국의 프로리그와 비슷한 1부, 2부, 3부리그가 열리고 그 아래로 청년리그와 각 공장팀이 가동되고 있다.1부 리그에는 평양시팀 4.25팀 기관차팀 경공업성팀 월미도팀 리명수팀 압록강팀 함경북도팀 대동강팀의 9개 팀이 있고 2부와 3부리그도 비슷한 수로 운영되고 있다.

리그는 1년에 3단계로 나뉘어 한 지역에서 열리는 집중리그제로 진행되고 있고 매년 상위리그의 최하위 1팀과 하위리그의 최상위 1팀이 교체되고 있다 .올해에는 공수에서 탄탄한 전력을 갖춘 리명수팀이 최상의 성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9개팀 중 매년 각 도 대항전을 벌여 선발하는 한 팀의 도대표를 제외한 8개팀은 평양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지난해에는 함경북도가 도 대표로 1부에 참여했으나 올해는 어느 팀인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1부 팀들이 벌이는 3차례 대회 중 7월에 열리는 전승컵만 토너먼트대회고 나머지 두 대회는 리그전으로 펼쳐진다. 가장 먼저 열리는 대회는 2월에 시작되는 만경대상대회로 김일성 생일인 4월15일에 우승팀을 가리도록 대진표가 짜여진다. 선수권대회는 9월에 리그전으로 펼쳐지는데 2년 연속 이명수체육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3개 대회 우승팀들이 출전하여 시즌 최정상을 가리는 강자전은 10,11월에 열리는데 한 팀이 싹쓸이할 경우 준우승팀에 출전기회가 주어진다. 각 체육단은 여자팀 보유를 의무화,여자축구도 남자축구와 비슷하게 운영하게 함으로써 아시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축구는 정신력을 강조하고 스피드를 중시하는 압박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3-5-2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대표팀만은 4-4-2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완성도가 떨어져 실제 경기에서는 수비형태를 일자형이 아닌 스위퍼 시스템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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