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무시한 이창호의 저주(?)

이 뉴스를 공유하기











이창호의 저주’는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저주’의 무지막지함이 다시 입증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창호’란 세계 바둑계의 지존 프로기사 이창호 9단을 말합니다. ‘이창호의 저주’란 ‘펠레의 저주’와 비슷한 것입니다. ‘펠레의 저주’를 이용해 만든 말일 수도 있습니다.
펠레의 저주란 펠레가 주요 대회의 해설을 하면서 이길 것으로 전망한 팀은 반드시 지며 큰활약을 할 것이라고 평가한 선수는 반드시 부상이나 반칙으로 경기도중 퇴장 당해 왔다는 것입니다.

‘이창호’의 저주란 세계바둑 대회에서 지존 이창호 9단을 이긴 외국인 기사는 절대 그 대회에서 우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역대 세계 주요 바둑대회에서 지존이 결승 진출 전에 패한 경우는 모두 32번입니다. 이중 지존을 이긴 기사가 우승한 것은 단 2번 뿐입니다. 한국의 이세돌 9단과 유창혁 9단 2명 뿐 나머지 외국 기사들은 30번 모두 결승에 진출하지도 못하거나 결승에 진출해도 우승하지는 못했습니다.

‘이창호의 저주’란 이처럼 외국 기사들에게는 단 한치의 오차도 없었습니다. 세계 바둑계에는 또 하나의 징크스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세계 대회 결승전 첫 진출자는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결승 진출자의 성적은 1996년 이래 1승 14패. 딱 한 번 2000년 LG배에서 중국의 위빈 9단이 처음 결승에 진출해 우승한 적이 있을 뿐입니다.

20일은 이 두가지 징크스가 맞붙은 날이었습니다.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제9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번기 제4국을 말합니다. 일본 장쉬 9단과 중국 위빈 9단의 대결이었습니다. 장쉬 9단은 세계대회 결승에 처음 진출해 결승전 첫 진출자 필패의 징크스를 극복해야 했고 위빈9단은 준결승에서 지존을 이겨 이창호의 저주를 풀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이창호의 저주’는 결코 예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장쉬 9단이 세계대회 결승에 처음 진출해 우승하는 행운을 안았습니다.

다음은 ‘이창호의 저주’에 관한 자료입니다. (표 보는 법: 잉씨배 2회전의 경우 이창호 9단이 루이에게 지고 루이는 4강전에서 오오다케에게 졌다는 뜻입니다.)






잉씨배
2회 : 16강 루이  패 ->  4강 오오다케 패
3회 : 8강 유창혁 패 -> 우승(요다)
5회 : 8강 최철한 패 -> 결승 창하오 패

LG배
2회 : 4강 유창혁 패 -> 결승 왕리청 패
4회 : 4강 유창혁 패 -> 결승 유빈 패
6회 : 4강 조훈현 패 -> 결승 유창혁 패
9회 : 4강 유빈   패 -> 결승 장쉬 패

삼성화재배
1회 : 4강 유창혁 패 -> 결승 요다 패
5회 : 16강 저우허양 패 -> 8강 양재호 패
6회 : 4강 창하오 패 -> 결승 조훈현 패
7회 : 16강 후야오위 패 -> 4강 왕레이 패
8회 : 8강 시에허 패 -> 4강 박영훈
9회 : 1회전 후야오위 패 -> 16강 이세돌 패

후지츠배
2회 : 1회전 왕밍완 패 -> 8강 서봉수 패
3회 : 8강전 고바야시 패 -> 4강 임해봉 패
4회 : 16강전 마효춘 패 -> 8강 조치훈
5회 : 1회전 차저무 패 -> 8강 왕리청 패
7회 : 16강전 가토 패 -> 4강 조훈현 패
8회 : 16강전 고바야시 패 -> 결승 마효춘 패
10회 : 16강전 저우허양 패 -> 4강 고바야시 패
12회 : 16강전 가토 패 -> 8강 마효춘 패
13회 : 16강전 주학양 패 -> 8강 조훈현 패
14회 : 1회전 이시이 패 -> 16강 유빈 패
15회 : 4강전 이세돌 패 -> 우승(유창혁)
16회 : 4강전 송태곤 패 -> 결승 이세돌 패
17회 : 8강전 요다 패 -> 결승 박영훈 패

춘란배
2회 : 16강전 마효춘 패 -> 결승 왕리청 패
3회 : 16강전 콩지에 패 -> 8강 유창혁 패

토요타배
2회 : 8강전 콩지에 패 -> 4강전 이세돌 패

동양증권배
5회 : 16강전 요다 -> 결승 조훈현 패
6회 : 16강전 섭위평 -> 결승 마효춘 패
8회 : 4강전 사토루 -> 결승 조훈현 패



다음은 첫 결승진출자 필패의 징크스 관련 자료입니다.






년도       대회명              첫 진출자   상대 기사
1998년 동양증권배 9회   사토루 실패  이창호
1998년 후지츠배  11회   창하오 실패  이창호
1999년 삼성화재배 4회   조선진 실패  이창호
2000년 LG배       4회     위빈    성공  유창혁
2000년 삼성화재배 5회   야마다 실패  유창혁
2001년 LG배       5회      이세돌 실패  이창호
2001년 후지츠배  14회   최명훈 실패  조훈현
2002년 삼성화재배 7회   왕레이 실패  조훈현
2003년 춘란배     4회     하네나오키 실패 이창호
2003년 후지츠배  16회   송태곤 실패  이세돌
2003년 삼성화재배 8회   박영훈 실패  조치훈
2004년 LG배       8회     목진석 실패  이창호
2004년 삼성화재배 9회   왕시   실패  이세돌
2005년 응씨배     5회     최철한 실패  창하오
2005년 춘란배     5회     저우허양 실패  이창호
2005년 LG배       9회      장쉬    성공   위빈


자료출처: 이창호 9단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아르마다’님의 자료입니다.
              http://www.leechanghodb.com/
              http://www.leechanghodb.com/bbs/view.php?id=stat&no=47

세계대회 첫 결승진출자 필패의 징크스는, 수억대의 상금이 걸린 세계 대회 결승에 처음 진출하는 사람은 심리적 중압감을 헤어나지 못해 우승이 어렵지만 강심장의 소유자라면 극복이 가능하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위빈, 장쉬 9단이 입증했습니다.



그러면 왜 ‘이창호의 저주’란 것이 존재하며 그것은 결코 헤어날 수 없는 것일까요?
이창호 9단을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 쏟아 부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다음 대국을 해야 하니 이기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있습니다만 세계바둑 대회란 같은 장소에서 매일 대국을 진행하면서 결승전까지 끝내 버리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8강전이 끝나면 며칠 또는 몇달 간격을 뒀다가 4강전을 하고 4강전 뒤 결승전도 마찬가지로 시간 간격을 많이 둡니다. 그러니까 체력 소진 등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세계 바둑 대회에서 이창호 9단을 이긴 외국선수는 ‘지존을 이겼는데…,  바둑의 신과 바둑을 두어 이겼는데…’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지존, 바둑의 신으로 부터 한 수 배울 기회가 평생 없습니다. 지존과 마주 앉는, 일생에 한두번 올까말까 한 기회를 잡은 것만해도 ‘가문의 영광’일 것인데 이기기 까지 했으니 그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그는 아마 모르긴 해도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지존을 이겼다는 것은 외국 기사들에겐 바둑 기사로 입문해 이룰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룬 것이나 마찬 가지입니다. 자연히 다음 대국은 꿈인지 생시인지 하는 의식 속에서 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바둑을 이기기가 어렵죠. 이러니 이창호의 저주는 예외가 없는 것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존을 이긴 한국 기사들 가운데서 우승자가 2명 나온 것은, 그들은 국내 대회에서 워낙 지존과 자주 맞붙어 승률이 다소 떨어지긴 해도 많이 이겨 본 적이 있는 세계 바둑계의 말하자면 2,3인자들입니다. 그러니 외국기사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게 글자 그대로 저주일까요? 지존은 자신을 이긴 기사를 저주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죠. 저는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지존을 이겨본 적이 있는 외국 기사들은 지존의 축복을 받으며 이후 세계적인 강자의 자리에 오르거나 기존 최고수급 기사들 중 나이의 핸디캡이 덜한 기사들은 강자의 자리를 거의 지키고 있습니다.

위빈 9단이 비록 오늘(21일)은 지존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는 요즘 바둑계에서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존의 축복을 받으며 계속 세계적인 강자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도깨비 뉴스 바둑 전문 리포터 두터미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