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도용 음란사이트, 사람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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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배우 트위스트김이 최근 한강다리에서 투신자살을 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그동안 자신의 이름을 무단 도용한 인터넷 음란 사이트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겪어오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 그를 만나 억울한 사연을 들어보았다.

영화<맨발의 청춘> 등으로 신성일과 함께 60~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원로배우 트위스트김(69·본명 김한섭). 그가 자신의 이름을 무단 도용한 인터넷 음란 사이트들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중 지난 3월 말 투신자살 기도까지 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사연을 듣기 위해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자택을 찾았다. 2001년 악극   <아빠의 청춘>을 공연할 때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창에 ‘트위스트김’이라고 치면 19세 접근금지 딱지가 붙은 사이트들이 뜰 겁니다. 그래도 지금은 양호한 거예요. 며칠 전만 해도 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트위스트김’을 치면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어 온갖 성인 사이트가 나열됐어요. 제가 자살기도까지 한 사실이 알려지고, 검찰에서 수사에 들어간다고 하니까 사라진 거죠.”






△ 2001년 악극 <아빠의 청춘>에 출연
했을 때 모습. 트위스트김은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란 사이트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이름을 무단 도용한 음란 사이트들로 인해 고통받기 시작한 것은 99년부터였다고 한다. 당시 대학생 2명이 ‘트위스트김’이란 이름을 사용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각종 음란물을 올렸던 것. 당시 인터넷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던 그는 자신의 이름이 무단 도용당했다는 사실을 신문기사를 보고서야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몇 년쯤 지난 후였어요. 후배 연기자가 저에게 ‘민망한 이야기지만 선배님 이름으로 된 음란물 사이트가 있습니다’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기가 막히긴 했지만 기분이 심하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인터넷 음란물이라는 게 잘 몰랐거든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듣고 흘렸죠.”

그런데 그때부터 드문드문 그의 집으로 팬들의 항의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장사는 그만두라”고 점잖게 충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듣기에 민망할 정도로 심하게 비난을 하는 이도 있었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항의전화가 걸려오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나중엔 방송가에서 제가 트위스트김이란 이름을 팔아먹었다는 말도 들려왔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제 이름을 내세운 음란 사이트들이 판을 치는데 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거였죠. 또한 영화나 드라마 출연제의가 들어 왔다가 번번이 ‘없던 일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이유가 뭔가 알아봤더니 고위층이 최종 단계에서 제 이름으로 된 이상한 사이트들이 있어 제가 출연하면 영화나 드라마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며 반대했다는 거예요. 그때서야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죠.”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그는 대학생에게 부탁해 인터넷에 들어 갔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트위스트김’을 치자 ‘오감충족 트위스트김’ ‘트위스트김닷컴’ 등 그의 이름을 내건 음란 사이트들이 27개나 떠올랐다는 것. 사이트에 접속해 내용을 볼 때마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고 한다. 도저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바로 검찰에 고소를 했는데 제가 법에 무지해서 그런지 자꾸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기각됐어요. 그래서 계속 증거자료를 보완해서 고소장을 접수했죠.”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수사 결과에 대한 통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 영화나 드라마 출연이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그나마 생계를 위해 출연하던 밤무대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갔다고. 밤무대에 서면 술 취한 손님으로부터 “포르노 장사 잘 되냐”는 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하소연을 해도 손님들이 그 말을 믿어주지 않았던 것.

“나중엔 며느리조차 창피해서 동창회에 나갈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하더군요. 더구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가 학교에서 ‘너네 할아버지 포르노 장사한다며?’ 하는 소리를 들었다며 울고 들어올 때는 가슴이 미어져 미칠 것 같았어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우울증까지 앓게 되었다는 그는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집에서 목을 맬 생각도 했지만 그러면 함께 사는 손자손녀에게 충격적인 모습을 보일까봐 참았다고.

“죽을 생각을 한 후 손주들을 끌어안고 ‘이 할아버지는 나이가 들어 이제 곧 가야 할 몸이다. 내가 죽더라도 할애비를 잊지 말라’고 말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그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할아버지가 왜 죽냐’고 하고….”

트위스트김의 부인 이씨는 남편이 외출을 하면 자살을 하지 않을까 싶어 꼭 사람을 따라보내곤 했다고 한다. 또한 그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잠을 잤다고. 그러니 이들 부부로서는 그동안의 삶은 사는 게 아니었던 셈이다.

그가 자살을 기도하게 된 것은 3월 말, 검찰에서 대대적인 음란물 특별단속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난 후였다. 그는 이번 단속에 마지막 기대를 가졌는데 단속 대상에서 그의 이름을 도용한 음란 사이트를 개설한 Y씨는 빠져 있었다. 공개된 장소에서 자살을 해서라도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결심한 그는 밤새워 쓴 유서를 비닐로 꽁꽁 싸서 양복 안주머니에 넣은 다음 양쪽 겉주머니에 벽돌을 넣고 한강다리로 향했다.

그런데 지인으로부터 휴대전화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지인은 “곧 Y가 기소될 텐데 그럼 당신이 있어야 재판을 하고 명예를 회복할 것 아니냐. 정신 차려라”라며 설득했고, 그가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한강다리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안 경찰에서는 미리 병력을 배치해놓았다. 부인 이씨도 전화를 걸어 “경찰들 고생시키지 말고 돌아오라”고 호소했다고.

“제가 살아 있어야 명예를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살을 포기했어요. 제가 그냥 죽어버리면 후손들에게까지 불명예를 남기게 되잖아요.”
다행히 그의 자살 기도가 알려진 후 며칠 지나지 않아 Y씨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었다. 이제 재판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일만 남게 된 것.

“전에는 Y씨에게 신문과 잡지에 사과 광고를 실으면 용서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젠 그런 것도 필요 없어요. Y씨뿐 아니라 제 이름을 무단 도용했던 음란 사이트 운영자들을 다 찾아내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겁니다. 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엔 결의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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