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 타운 여행업계의 부조리·병폐·악습… 이것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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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타운내 한 여행업체의 관광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2005 Sundayjournalusa

본보 제503호(5월 8일자)에서는 한인타운 내 한인운영 일부 여행사들의 변칙영업 행태에 대해 알아본 바 있다.

일부 한인운영 여행사들의 고질적인 영업형태는 더 이상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LA 코리아 타운 및 오렌지 카운티 지역에 자리잡은 한인 여행사들은 오는 30일 메모리얼 데이를 기점으로 여행 관광업계 성수기를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과다출혈 경쟁 및 저가 싸구려 관광상품 등을 남발하는 등 일부 여행사들의 덤핑 판매가 절정에 이르고 있어 사회 문제화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당경쟁에 따른 반사이익 덕분에 생긴 가격하락으로 말미암아 단편적으로 보면 소비자들에게 금전상 이득이 될 수 있을 수도 있겠으나, 그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평생 한번 뿐인 추억의 여행이 자칫 평생 잊지 못할 ‘악몽’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시점에 이르렀다.

이에 한인 운영 일부 여행 업체들이 불법 혹은 편법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병폐를 살펴보고 그 대책은 없는 지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살펴 보기로 한다.


강신호<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여행지에서 여행사들은 그 회사를 대표하는 가이드를 파견하기 마련이다. 일단 가이드들은 본인이 ‘회사를 대표한다’는 사명감으로 고객들에게 최고의 봉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따라서 가이드라 함은 여행업계에서는 그 회사의 얼굴이자 간판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 한인타운 내 일부 여행사들은 이런 생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LA 한인타운 내에 소재한 대형 여행 관광업계들의 총 매출액이 약 1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추태들이 많아 이를 고발하고자 한다.

최근 들어 한인운영 여행사들은 고객 1인 당 적게는 65달러에서 많게는 120달러에 이르는 납입금을 여행사에 납입하고 여행지로 떠난다고 한다. 고객들은 봉인가? 이 납입금을 채우기 위해 고객들로 하여금 옵션 등을 강요하고 있으며, 여행을 떠나기 전 이미 정해진 식당들을 어김없이 들러 이들로부터도 뒷돈을 요구하는 등 ‘꿩 먹고 알 먹기’ 식 추태가 비일비재하고 있는 것.

따라서 진정한 서비스 정신이 결여된 여행상품은 말 그대로 ‘주마간산(蛛馬看山)’ 식의 대충 훑어 보는 여행이 되기 마련이고, 이 같은 ‘여행상품’들은 심지어 경쟁사간 ‘덤핑경쟁’으로 인해 그 질이 더 떨어지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을 밝혀둔다

 ⓒ2005 Sundayjournalusa

근본적 문제점은
무엇인가


한인타운 여행 업계들의 여행 가이드들은 월급이 없다. 기본급 혹은 수당 같은 제도도 거의 전무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여행업계의 숨겨진 폐단으로 말미암아 생계대책이 전혀 마련되지 않은 가이드들은 납입금을 받는 등 편법 등을 자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이드들에게 있어선 최소한의 생활권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데도 이를 모를 리 만무한 각 여행사들의 대표들은 가이드들의 주머니 속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간 ‘남는 장사를 해왔는데 구태여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라는 자체 판단에서다.

오래 전부터 여행업계에서는 ‘일부 영세 가이드들의 팁을 기본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곤 했으나, 이 같은 ‘반성(?)’ 또한 그때 뿐이다. 실직적 직원들인 가이드들의 생계 향상이 곧 여행사의 서비스와 회사의 이미지 향상에 직결된다는 기본적 마인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오너들은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구태를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본국과 달리 LA에 있는 한인 여행업계에는 실질적인 관광협회가 현재 없는 상태다. 자체적인 계도와 시정이 응당 뒤따라야 하는 서비스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협회조차 구성되어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관광공사 LA 지사의 용성준 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LA에 있는 한인 여행업체들은 미국 업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한다. 이와 관련 모 관광업체에 종사하고 있는 K(35) 씨는 “매출이나 수익면에서 규모가 큰 업체들이 선도해야 한다”면서 “신생 업체들은 솔직히 엄두도 못 낼 일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현재 타운 내의 유명 대형 여행업체들은 소위 ‘광고빨’로 밀어 부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좋은 여행을 책임지겠다”는 광고문안이 무색하리만큼 정작 소비자보호를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해선 ‘나 몰라라’ 식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타운 내 여행업계에 종사한 바 있는 전문가들과 여행업계 대표, 그리고 제3자등으로 구성된 실질적인 관광협회의 탄생이 시급해 보이는 시점이며, 이를 통한 계도와 정화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계속 ‘폭탄’을 안고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구조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일례로 가이드들의 팁이 보통 1박에 한 사람 당 10달러 선이라고 치자. 주로 한 고속버스에 50명의 승객(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7박 8일의 여행의 경우 4,000 달러 정도의 봉사료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이 모두 가이드들만의 것이 아니다.

회사에 한 사람 당 100달러 정도의 입금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납입금은 5,000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1,000 달러정도를 옵션에서 충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에는 J 모 관광회사에서 이 납입금의 한도를 120달러까지 올리고 여행경비를 낮추는 덤핑을 단행했다.

‘제 살 깎아먹기’ 식 출혈경쟁이라는 후문이 여행업계에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또한 요즘은 비성수기인 때인지라 여행업계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어 50명 정원의 대형 고속버스에 20명 내지 30명의 손님들 밖에 차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럴 경우 가이드들이 겪는 압박은 더더욱 심화된다고 볼 수 있다.

미 주류 업체의 경우 고객들로부터 받은 여행경비는 여행이 다 끝나기 전에는 아직 고객들의 돈이라는 경영 마인드가 이미 정착되어 있다. 고객신용 구좌(Trust/Account)들을 통해 입금이 되었다가 여행지에서의 경비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상례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이 돈이 미리 지급되거나 다른 용도로 쓰였을 경우 주류 여행업계에서는 ‘횡령’에 속한다고 앞 다투어 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 가이드 K (34) 씨와의  인터뷰


덤핑여행상품 … 정말 위험해”


기자 : 요새 사정이 어떠한가
가이드 K 씨 : 죽을 맛이다. IMF 이후 회사에 미리 납입하는 입금제의 출현으로 사실상 회사도 마진이 줄고 가이드도 힘들다. 그나마 개스값 등으로 버텼는데 이젠 그마저도 물 건너 갔다.


기자 : 3~4년 전과 어떻게 다른가
가이드 K 씨 : 입금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은 2000년 이후다. 2002년에 극에 달했다. 그 전에는 가이드들의 수입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덤핑으로 인한 마진의 감소는 가이드 수입의 감소로 돌아왔다.


기자 : 여행객들의 여행실상은 어떠한가
가이드 K 씨 :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들의 경우 보통 5박 6일이 정상적인 스케쥴인데 이들은 4박 5일의 일정으로 온다. 1인당 160달러에서 170달러가 책정돼 있다. 숙박료에서 공원 입장료, 차량운영비, 식사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루에 34달러로는 도무지 수지타산이 맞질 않는다. 옵션 등을 통해 손님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밖에 없다.


기자 : 옵션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가이드 K 씨 : 라스베가스 야경 관광, 그랜드 캐년 경비행기 관광, 샌프란시스코 유람선 관광, 라스베가스의 호텔쇼 관람, 아이맥스 영화 관람 등이 있다.


기자 : 타운 내 활동하고 있는 가이드들의 현황은
가이드 K 씨 : 프리랜서 등까지 합치면 약 150명 정도 활동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주로 한국서 오는 손님들만 관리하는 인 바운드(In Bound), 한국이나 유럽으로 나가는 손님들을 위한 아웃 바운드(Out Bound), 로컬(Local)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대형업체인 A관광과 S관광 등이 약 20명에서 25명 씩 두고 있다고 알고 있다.


기자 : 이들 업체에서도 월급제로 활동하는 가이드들이 없다는 것인가
가이드 K 씨 : 전혀 없다고 보면 된다. 수입의 대부분은 일명 ‘조은 투어’라고 불리는 대박손님들한테서 이루어진다. 주로 한국이나 타주에서 오는 부유한 손님들을 상대하는 것인데 옵션도 많이 떨어지고 일할 맛이 난다. 업계에서는 ‘황금마차’ 라고도 부른다.


기자 : 일을 하면서 애로사항 같은 것은 없나.
가이드 K 씨 : 덤핑 여행상품들을 처리 할 때는 가이드나 손님들이나 모두 위험함을 무릅쓰고 여행을 한다고 보면 된다. 5박 6일의 일정을 4박 5일로 단축하다 보니깐 이동시간만 길어진다. 버스 기사들이 10시간 이상을 운전할 때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결국 이는 졸음운전 등을 유발시키는 등 대형사고의 위험성에 스스로 노출되는 현상을 연출하고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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