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고로 시작 …충고로 끝난 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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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부시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상회담(6월10일)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8일 백악관 부시 대통령 집무실에 한 통의 서신이 놓였다. NKFC로부터 온 서신이었다.

그 서신은 미국 내 45개의 북한인권 단체를 대표한 것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면담 스케쥴 표에는 ‘남한의 강철환 면담‘이라는 일정도 있었다. 이 같은 NKFC 서신과 ‘강철환 면담‘은 백악관에서도 극히 일부 인사들만이 알고 있었다. 

청와대측은 한미정상회담을 두고 사전 미측과 조율을 했으나 마지막 까지 부시의 숨겨진 카드가 무엇인지 몰랐다.  회담 직전 “북한인권”이 거론될 것이라는 것이 청와대에 감지됐다. 태평양을 나르는 노 대통령 전용기에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고 결과는 노 대통령이 먼저 ‘북한인권’ 을 거론하자는 것.
말하자면 선수를 쳐서 김을 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의 전략도 고스란히 백악관에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백악관은 노무현의 조건을 수용하는 대신, 미측의 ‘북한 민주화’에도 수용할 것을 제시했다. 남한이 반대할 수 없는 명분을 내걸었다. 이번 회담은 반기문 외교팀이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팀으로부터 한 방 먹은 회담이었다.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다짐하는 노 대통령 주장에 부시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 그대신 북한이 계속 딴지를 걸고 나 올 경우 이미 예정된 미측의 강경대응 수순을 개시할 것이며 여기에 일본이 동조하고 한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중국도 반대할 수 없는 입장임을 한국측에 주지시켰다. 한편 미국은 첨단 첩보 위성을 동북아 상공에 뛰어 놓고 중국을 포함해 남북간의 정보를 감청해 D-Day를 위한 준비작전에 들어갔다. 만약의 경우 동해와 서해상에서 북한 선박이나 항공기들을 제압할 수 있는 작전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다.

성 진<취재부 기자> [email protected]


“인공위성이 찍은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캄캄한 지역이다. 인권상황도 가장 심각하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놓여진 서신의 한 구절이다. 또 이 서신에는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인권변호사임을 밝히고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인권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막으려 할지 모른다”고 상기시켰다. 그리고 “우리들은 각하에게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정부의 강한 입장을 노 대통령에게 주지시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또 이 서신은 최근 미의회에 상정된 “북한 억류 국군포로 문제를 포함한” 북한인권 결의안과 지난해 통과된 ‘북한인권법’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인권외교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 서신은 45개 인권단체를 연대한 NKFC(북한자유연대)를 대표해 수잔 솔티(디펜스 포럼재단 회장)를 비롯해 샌디 라이오스, 마리암 벨, 남신우씨 등이 서명했다.

지난 10일 한미 양 정상은 오전 회담과 오찬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재확인”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오찬회담을 통해 먼저 ‘6자회담을 위해 북한인권사항 거론은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운을 띄었다.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북한인권사항에 대한 비난성 발언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주민들 참 불쌍하다. 인권을 탄압 받고, 못 먹으며 굶어야 하고…”라고 말했다. 잠시 당황한 노 대통령은 “맞는 이야기다. 나도 동감한다. 그러나 북한 문제는 좀 달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서둘러 답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강철환 대표가 집필한 ‘평양의 수족관 : 수용소 생활 10년’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노 대통령이 미국 땅을 떠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13일 강철환 씨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4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이것(평양의 수족관)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였다”며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우려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반유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9년 동안 소련의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나탄 샤란스키의 책 “민주주의를 위한 케이스: 학정과 테러를 넘어서기 위한 자유의 힘”을 읽고 감동 받아 지난해 11월 그를 백악관에 초대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그 책을 읽고 북한 등을 “악의 축”으로 표현했다.


미국 ‘인권법’으로 외교강행


부시 대통령이 이번에 강철환 씨를 직접 만난 것은 북한인권문제에 보다 관심을 갖고 향후 미국의 주요 대북 의제 가운데 하나로 삼겠다는 전망을 낳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부시 대통령이 굳이 인권 문제를 짚은 목적은 고도의 인내심을 발휘했는데도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권 문제와 연관될 수밖에 없는 체제와 정권의 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의 한국관계 소식통은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인권 을 외교지침으로 강행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 대통령으로서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그는 인권문제에 반대를 표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6자회담에 북한이 나오기까지 북한인권이 외교교섭 주체라는 언급만을 피하도록 주문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은 이 요구를 받는 대신 6월말까지 북한의 대응을 주시해 볼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6.15 선언 평양대회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정상회담에서의 부시 대통령의 비난 발언을 유보 시키는데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전면지원’책 등을 발표하는 등 부시 대통령의 요구에 부응하는 수단을 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회담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과 관련해 “한두 가지 작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북한 급변사태의 군사적 대비책인 ‘개념계획 5029’를 의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 언론들은 이 계획에 대해 정상회담 사전 조율에서 한국측의 주장대로 한국의 승인이 없이는 발동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보도 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사항은 계속 유효한 것으로 정상들이 동의했다. 왜냐하면 한미동맹의 기본지침은 이런 작전계획이 상호 인정을 받는 조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의 경우, 사전 동의 없이 주한미군을 다른 지역에 투입할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미 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한 두가지 문제가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美 언론 정상회담 ‘추가조치’ 관심


미국 언론들은 지난 11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일제히 보도하면서 한국언론 보도와는 다른 시각을 보여 주목을 보였다. 한국언론들은 “북핵문제에 한 목소리”라면서 한국의 주장이 많이 반영된 것을 부각시켰다.

미국 언론들은 한·미 정상이 ‘동맹 봉합’ ‘북핵 대응 원칙적 합의’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다고 보도했으나 6자회담에서 북핵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추가조치’ (옵션)에 대해서는 미세한 차이도 감지됐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미스터(Mr.)라 부르는 등 극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면서 “회담에서 양 정상은 동맹을 강화하는 데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좋은 충고, good advice) 공개적 언급은 중요한 불일치가 남아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서 ‘북한 핵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자 했으나 부시는 “테이블 위에는 ‘모든 수단’이 놓여져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했다.

LA 타임스는 “노 대통령이 (기본원칙에) 완벽히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북핵 해결 과정에서 커지고 있는 견해차를 극복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두 나라 지도자는 부시 행정부 내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관한 어떤 언급도 피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두 정상은 북한을 회담장으로 복귀시킨다는 공동의 목표를 공유했고, 부시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매우 굳건하다고 말했다”며 “미국이 북한에 더 큰 유연성을 보여줄 것을 촉구해온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제 갈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던 양국을 다시 한 자리로 불러 모았다는 데 의의를 부여했다. 그러나 회담장 안팎의 분위기가 좋았음에도 추가조치에 대한 합의 여부가 공개되지 않은 점에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이 강조한 ‘완전한 합의’가 사실은 불완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이번 회담이 대체로 밋밋했다는 평가가 많다. 좀더 분명하고 명시적인 합의가 나오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정황이 나타나고, 남북 장관급 회담을 앞두고 개최됐다. 즉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담 후 “상황악화에 대한 추가조치를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세한 부분은 밝히지 않는 것이 외교적 관례“라고만 답변했다. 즉답을 회피했지만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는 회담 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엑셀렌트(excellent) 미팅’이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스콧 매클렐렌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한미동맹에 관해 매우 좋은 (very good) 대화를 했다”면서 “두 정상은 북핵문제에도 일치된 입장을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측 회담 참석자들이 매우 만족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회담 참석자들은 대체로 ‘만족스럽다’고 표현했다. 이러한 지적은 큰 테두리에서 양국의 거래가 어느 정도 성사됐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은 평화적 해결 및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성과를 얻고, 미국은 내부적으로 상황 악화를 대비한 추가 조치에 대해 한국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다는 데 만족감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북한에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이번 양국 정상의 메시지를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야 하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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